[신문과 놀자!/눈에 쏙쏙 디지털 이야기]나이팅게일은 어떻게 전쟁터에서 수많은 목숨을 구했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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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숨어있는 데이터 분석… 상처-질병 등 군인 사망원인 분석
병원 위생 개선해 감염 위험 낮춰… 유튜브도 데이터 분석 적극 활용
시청 패턴 수집해 맞춤 영상 추천… 온라인 마켓-편의점 등에서도
과거 소비 정보로 주문량 예측

게티이미지코리아
1853년 러시아와 연합국 간에 크림전쟁이 발발했습니다. 당시 영국의 간호사로 종군한 나이팅게일은 많은 젊은이들의 죽음을 목도하고 “왜 전쟁에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죽어야 하는가?”라는 위대한 질문을 가졌습니다.

나이팅게일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얻기 위해 전쟁터와 병원에서 사망한 영국군의 수를 기록하고, 부상병들의 부상 정도와 여러 정보를 상세히 기록했습니다. 크림전쟁에 참전한 영국군 중에서 사망한 2만1097명의 사망 원인을 분석한 것입니다.

그 결과 전투 중 사망한 군인보다 전투에서 입은 상처 후유증이나 전투와 상관없는 각종 질병으로 사망한 군인이 사망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혼탁한 공기, 더러운 물 같은 비위생적인 환경이 감염을 일으켜 많은 군인들의 사망으로 이어졌던 것입니다. 위생과 열악한 병원 환경이 많은 죽음의 원인이며, 예방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은 나이팅게일은 야전 병원의 의료 환경을 개선하여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낮춥니다. 전쟁에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죽어가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데이터로 밝힌 것입니다.
○데이터는 21세기의 금맥


우리는 모든 것이 디지털 데이터가 되는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중심에 서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오늘 하루 얼마나 걸었는지, 편의점에서 무엇을 샀는지, 누구와 대화했는지, 인터넷으로 무엇을 검색했는지 등 현실에서 벌어진 모든 것이 디지털 데이터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오늘날 존재하는 데이터의 90%는 지난 10년 동안 생성된 것이고 지금도 계속해서 수많은 데이터가 쌓이고 있습니다. 영국의 한 물리학자는 앞으로 150년 후에 지구상의 원자 수보다 디지털 비트의 수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계산하기도 했지요.

데이터가 많다고 혁신적이고 효과적인 결과물이 창출되는 것이 아닙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방법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비즈니스의 기회로 삼은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요즈음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를 여기로 이끌었다’라는 말을 하죠? 유튜브의 추천 기능을 두고 하는 말인데요, 유튜브 관계자의 인터뷰에 따르면 우리가 본 유튜브 영상의 70%는 이 추천에 의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추천은 우리가 그간 시청했던 영상, 검색한 단어, ‘좋아요’를 어디에 눌렀는지, 어떤 계정을 구독하는지 등의 정보를 기반으로 합니다. 이뿐 아니라 우리가 몇 초만 보고 끈 영상과 끝까지 본 영상, 스크롤을 내리다가 잠시 멈췄던 화면, 누구의 계정을 방문하고 얼마나 머물렀는지, 어떤 영상을 보면서 빨리 감기, 되감기 등을 얼마나 했는지 등 막대한 데이터를 수집하여 분석한 것입니다.

○배송과 제품 진열에도 숨어있는 데이터

가정에서 자주 이용하는 새벽배송과 로켓배송도 데이터 분석 예측 시스템을 활용합니다. 지리산 부근에서 자라는 포도를 예로 들어 볼까요? 과거에는 고객이 주문을 한 후에 포도를 배송하기 시작해 주문에서 배송까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객들이 포도를 얼마나 주문할지 확실히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미리 포도를 따두었다가 판매가 되지 않으면 손해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데이터 분석 예측 시스템은 과거 고객의 소비 정보, 품절이나 폐기, 판촉 자료, 상품의 가격 변동에 따라 수요가 변하는 정도 그리고 실시간 누적 매출, 고객 수, 주문 수 등 여러 데이터를 광범위하게 수집합니다. 이를 토대로 꽤 정확하게 고객들의 포도 주문량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고객이 주문하기 전에 고객의 주문을 예측해 미리 포도를 물류센터에 가져다 놓아 빠르게 배송할 수 있습니다.

편의점도 전국 편의점의 데이터를 수집해 데이터 분석을 활용합니다. 주 고객이 직장인인 지역의 편의점은 껌, 초콜릿, 기능성 음료, 생수 등의 매출이 가장 높다고 합니다. 1인 가구가 주로 거주하는 오피스텔과 소형 아파트 인근 편의점에서는 김밥, 주먹밥, 샌드위치가 주로 판매된다고 해요. 10, 20대의 비중이 높은 대학, 학원가 인근 편의점에서는 새 학기 삼각김밥의 수요가 증가한다는 것도 데이터로 드러납니다.

갑자기 비가 내리면 우산뿐만 아니라 양말의 매출도 증가하고, 한겨울이 아닌 10월에 일교차가 갑자기 커져 추위를 느낀 고객들이 호빵이나 고구마 같은 따뜻한 간식을 많이 찾게 된다는 것도 데이터에 기반해 분석한 결과입니다. 이 같은 구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역이나 날씨에 따라 주문 상품을 조절해 재고를 줄이고, 동반 판매가 일어나는 상품을 분석해 상품 진열 위치를 조절하는 등 데이터를 분석해 편의점 매출을 극대화하는 의사결정을 하는 것입니다.

미국 터프츠대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미국, 영국, 중국, 스위스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데이터 생산량이 많은 국가라고 합니다. 데이터 분석은 이제 더 이상 전문가들만의 영역이 아닙니다. 데이터를 이용해 현상을 파악하고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데이터를 다룰 줄 알아야 합니다. 이미 우리는 모든 의사결정이 데이터에 근거하고 있는 현재를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이팅게일처럼 문제 해결을 위해 스스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보는 시도가 필요합니다. 데이터에 숨어 있는 의미를 발견해 문제 해결을 위한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데이터에 대한 기본 소양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김학인 한성과학고 교사
#나이팅게일#데이터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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