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기자단 만찬 6년만에 참석
“美대통령 비판해도 감옥에 안가”
자신 향한 비판-농담 웃음으로 화답
“우크라 진실 위해 목숨 건 기자 존경”
미국 백악관 출입기자단이 주최한 만찬에 현직 대통령으로는 2016년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 이후 6년 만에 참석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자신을 향한 강한 조롱과 비판이 섞인 농담에서 유쾌하게 웃으며 “자유 언론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허위 정보가 급증하면서 민주주의에 독이 되고 있다. 자유 언론은 ‘대중의 적(enemy of people)’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신을 비판하는 주류 언론을 대중의 적이라고 폄훼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반대파를 잔혹하게 탄압하고 우크라이나 침공 보도를 전면 통제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이다. 비판을 수용하지 않고 언론을 적대시하는 한국 정치에도 상당한 시사점을 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워싱턴 힐턴호텔에서 열린 만찬에서 사회를 본 코미디언 트레버 노아가 자신의 지지율 급락을 야기한 지난해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수 혼란상을 빗대 “오늘 자리를 뜰 때 조심하라. 이 정부는 탈출에 잘 대처하지 못한다”고 하자 연신 웃음을 터뜨리고 박수와 환호로 답했다. 노아가 ‘당신이 집권한 후 가스비, 집세, 음식값 등이 전부 올랐다’고 꼬집어도 개의치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노아에게 “여기는 러시아 모스크바가 아니다. 미 대통령을 비판해도 감옥에 가지 않는다”며 언론 자유가 그 어느 때보다 지금 더 중요하다고 했다. 노아 역시 “미국에서는 설사 권력자를 불편하게 만들더라도 진실을 말할 권리가 있다. 미 대통령을 놀렸지만 나는 괜찮을 것”이라고 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낮은 지지율은 물론이고 야당 공화당 지지층이 자신을 조롱할 때 쓰는 용어 ‘레츠고 브랜든’까지 언급하며 이른바 ‘자학 개그’도 했다.
이날 만찬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상황을 취재하다 3월 러시아군의 공격에 숨진 전 뉴욕타임스(NYT) 영상 기자 브렌트 르노 등을 기리는 영상도 등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위터에서도 우크라이나 사태로 언론인을 더 존경하게 됐다며 “기자들은 진실을 알리기 위해 매일 목숨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만찬은 1921년부터 시작됐지만 주류 언론과 불편한 관계였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4년 내내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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