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1년 샌프란시스코 조약, 日 침략에 면죄부…동아시아 평화체제 구축위해 빨리 무효화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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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교수 “유엔 고발장 추진”
‘샌프란시스코 체제를…’ 출간도

“올 11월 세계 석학들과 함께 ‘샌프란시스코 조약’의 무효를 주장하는 고발장을 유엔 총회에 제출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김영호 경북대 명예교수(경제학)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조약 발효 70주년을 맞은 올해 ‘샌프란시스코 체제를 넘어서’(메디치미디어)를 출간하며 28일 이렇게 밝혔다. 일본의 식민지배 책임에 면죄부를 준 1951년 샌프란시스코 조약을 극복해야 진정한 동아시아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 김 명예교수는 “샌프란시스코 조약 체결 당시 한국은 아예 서명국에서도 배제됐다”며 “2005년 유엔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피해자 중심 원칙’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조약은 무효일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이에 대한 세계 지식인들의 고발장”이라고 덧붙였다.

신간에는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와 알렉시스 더든 미국 코네티컷대 교수 등 국내외 역사, 정치, 국제법 전공 저명학자 23명의 글이 실렸다. 이들은 책에서 “식민지 잔재 미청산을 둘러싼 갈등은 샌프란시스코 체제라는 잘못 끼운 역사의 첫 단추에서 연유했다”고 지적했다.

1951년 9월 8일 딘 에치슨 미국 국무장관이 샌프란시스코 조약에 서명하고 있다. 조약은 이듬해 4월 28일 발효됐다. 메디치미디어 제공
1951년 9월 8일 딘 에치슨 미국 국무장관이 샌프란시스코 조약에 서명하고 있다. 조약은 이듬해 4월 28일 발효됐다. 메디치미디어 제공
샌프란시스코 조약이 발효된 1952년 4월 28일부로 연합군의 일본 통치가 끝나고 주권이 일본에 반환됐다. 당시 미국, 영국은 6·25전쟁을 계기로 일본을 동아시아 냉전 대응의 전초기지로 삼기 위해 식민지배 책임을 면제하는 내용을 조약에 넣었다. 예컨대 ‘일본에 대한 배상 청구권을 포기한다’는 조약 14조는 오랜 한일 배상권 갈등의 뿌리로 지목된다.

문제는 중국의 부상에 따른 이른바 ‘신냉전’이 미일동맹을 골자로 한 샌프란시스코 체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종원 일본 와세다대 한국학연구소장은 “중국과 미일 간 신냉전 체제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미일동맹 강화를 계기로 ‘샌프란시스코 체제 2.0’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이 미일동맹을 앞세워 식민지배 책임을 계속 회피하고 있다는 것. 이 소장은 “2015년 8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미국 진주만 공습에 대해 사죄하면서도 식민지배를 정당화한 게 대표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저자로 참여한 법학자들은 정의에 어긋난 국제조약은 무효라는 국제법 원칙에 주목하고 있다. 1963년 유엔 국제법위원회(ILC)가 맨리 허드슨 하버드대 법대 교수의 보고서를 인용해 “강제나 협박에 의한 조약의 비준이나 승인, 수용은 모두 무효”라는 입장을 밝혔다는 것. 2010년 한일 지식인 1139명이 “대한제국과 일본 사이에 체결된 을사조약과 한국 병합조약은 불법으로 무효”라는 공동성명을 채택하기도 했다. 이장호 한국외국어대 법학과 명예교수는 “200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유엔 인종차별철폐회의는 ‘식민주의 청산과 극복은 21세기 국제사회의 과제’라고 선언했다”며 “피지배국인 한국을 배제한 샌프란시스코 조약은 명백한 국제인권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샌프란시스코 조약#무효화#김영호 교수#유엔 고발장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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