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곳곳 부활절 축하행사…달걀엔 ‘살아 돌아오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5일 15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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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외교부 제공
우크라이나 외교부 제공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아무리 무서워도 함께 모여 부활절을 축하할 겁니다.”

24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 시내 한 성당에 주민들이 모였다. 빵과 소지지, 햄, 치즈 등이 담긴 바구니를 들거나 꽃바구니를 들었다. 이 성당 신부는 이들을 환영하며 성수(聖水)로 축복의 기도를 베풀었다. 이날은 우크라이나 정교회 축일인 부활절이었다.

올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국토는 전쟁터로 변하고 공포에 휩싸였지만 우크라이나인들은 부활절 축하 행사를 열었다고 미국 CNN,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외신들은 “그들은 러시아군의 잔인한 공습과 상상도 못 할 희생을 경험했지만 그럼에도 올해 가장 큰 기념일의 하나를 축하했다”고 전했다. 시민들은 우크라이나 군인들에게 보낼 부활절 달걀에 ‘살아 돌아오라’ ‘우크라이나 군대와 방공시스템에 영광을’ 같은 메시지를 적었다.

수도 키이우 성볼로디미르 성당 등에서도 이날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부활절 미사가 진행됐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부활절 연휴 러시아군이 군사행동을 늘릴 위험이 있다며 통행금지령을 내렸지만 시민 수백 명이 성당에 모였다. 참석하지 못한 이들은 생중계로 미사를 지켜봤다. 성당 내부 사진 촬영은 엄격히 금지됐다. 몇 명이 모였는지, 누가 참석했는지 같은 정보가 러시아 측에 유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시민들은 서로 키스로 인사를 나눴다. 이날 미사에는 전투모를 ‘부활절 바구니’ 삼아 손에 들고 있는 우크라이나 군인들도 참석했다.

전란을 피해 폴란드를 비롯한 인접국으로 갔던 사람들도 부활절을 기리기 위해 고국으로 돌아왔다. 전쟁이 발발했을 때 임신 9개월이던 안나 마리아 니키포친 씨(25)는 남편과 폴란드로 피신했다가 최근 르비우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왔다. 피란 중에 태어난 딸도 함께였다. 그는 “부활절이 되기 전에 집에 돌아오는 일이 정말 중요했다. 가족이 모두 함께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3일 부활절 연설에서 “오늘은 기독교의 성토요일(聖土曜日), 십자가에 못 박히심과 부활 사이의 날”이라면서 “처음에는 죽음이 승리하고 신이 사라지지만 결국에는 부활이 이어질 것이고 삶이 죽음을 물리칠 것이다. 악은 벌을 받을 것”이라며 대(對)러시아 항전 의지를 강조했다. 미 ABC뉴스는 “전쟁 최전선에서 싸우는 이들을 위해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모여 기도했다”고 전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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