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 없이 대화 녹음한 공인중개사…法 “위법행위 아냐”

  • 뉴시스
  • 입력 2022년 4월 23일 12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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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과 매물 계약에 관해 대화한 내용을 몰래 녹음하고 해당 녹취록을 고객과 소송 중인 자에게 보낸 공인중개사의 행동은 위법할까.

법원은 자신이 직접 참여했던 대화 내용 녹음을 금지하는 법 조항이 존재하지 않을 뿐더러 녹음을 하게 된 전후 사정을 고려한다면 공인중개사의 행동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A씨는 지난 2020년 11월 공인중개사인 B씨의 중개 하에 수원시의 한 아파트를 매수했다. 지난해 3월4일엔 B씨의 사무소에서 해당 아파트의 하자 보수 청구 및 중개 보수 지급에 관해 이야기했다.

당시 B씨는 A씨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대화 내용을 녹음했다고 한다.

그런데 같은달 13일 A씨는 자신이 구매한 아파트의 주인이었던 C씨를 상대로 아파트 하자 보수에 관한 손해배상을 제기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B씨는 같은해 4월19일 C씨에게 아파트 매매 및 전세, 하자 소송에 관한 내용을 메일로 전송했다. A씨가 C씨 등과 부동산 하자에 관해 합의한 적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해당 아파트의 공동 소유자였던 이가 B씨에게 이 같은 내용을 입증할 수 있도록 대화 녹취록을 보내 달라고 요청했는데, B씨는 이에 응해 관련 녹취록을 제공했다. C씨 등은 녹취록을 A씨와의 손해배상 소송에 증거물로 활용했다고 한다.

이에 A씨 측은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하고, 이를 유포했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다만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민사1단독 지창구 판사는 지난달 22일 A씨가 B씨를 상대로 제기한 5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A씨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은 통신비밀보호법 제 14조에 의하면 자신과의 대화나 자신에 대한 발화 녹음을 일반적으로 금지하는 법 규범은 우리 법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화 내용이 B씨 입장에선 공인중개사의 중개 업무, A씨 등 입장에선 아파트 매수에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이는 사적 영역이 아닌 사회적 영역에 속한다”고 했다.

법원은 B씨가 아파트 하자 보수나 중개 보수 지급과 관련된 A씨와의 분쟁에 대비하기 위해 사건 대화를 녹음할 필요가 있었다고 봤다.

이어 “A씨와 소송 중인 아파트 공동 소유자가 증거 제출이 필요해 B씨에게 녹음 파일을 요청했다”며 “B씨가 녹음 파일을 줬던 점을 고려하면 B씨가 녹음을 하긴 했으나 녹음 파일을 교부한 것이 민법에 규정된 ‘위법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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