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일대일로’ 덫에 빠진 파키스탄 총리 결국…의회 불신임안 가결로 축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0일 16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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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집권한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70)가 10일 의회의 불신임안 가결로 축출됐다. 1947년 영국에서 독립한 후 현직 총리가 강제 퇴진당한 것은 처음이다. 11일 선출될 새 총리에는 샤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무슬림연맹(PML-N) 총재(71)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샤리프 총재는 과거 네 차례 총리를 지낸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의 동생이다.

이날 불신임안 투표는 하원의원 342명 중 과반을 갓 넘긴 174명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앞서 야권은 칸 총리의 경제 실정, 친중 정책 등을 문제 삼아 지난달 초부터 불신임 투표를 추진했다. 칸 총리는 의회 해산을 추진하며 맞섰지만 7일 대법원이 ‘의회 해산은 위헌’이라고 판결해 축출이 예고된 상태였다.

크리켓 영웅이라는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권좌에 오른 칸 총리는 중국의 경제영토 확장사업 ‘일대일로’에 적극 참여하며 남부의 전략요충지 과다르항과 중국의 신장위구르자치구 사이에 철도, 송유관 등을 건설하는 사업에 매진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으로부터 막대한 돈을 빌리면서 정부 부채가 급증한 가운데 건설 또한 지지부진하자 국민 불만이 증폭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 등은 고질적 경제난에 기름을 부었다. 지난달 식량, 연료 등 생필품 가격이 전년비 15.1% 오르는 등 인플레이션이 극심하다.

친중, 친러시아로 일관한 외교 정책도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당일인 2월 24일 러시아 모스크바를 찾았다. 2월 4일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도 참석했고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이 집권하자 세계 주요국과 달리 탈레반 정권을 승인했다. 칸 총리는 “미국의 개입으로 축출이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수현기자 new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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