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인사이트]“다주택 매물 유도, 양도세→보유세 순차 완화로 속도조절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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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부동산 공약 전문가 진단
재개발-재건축 단지 오르며 강남4구 대선이후 상승세 뚜렷
개포동 158㎡ 51억원 거래
보유세 낮추고 양도세 완화땐 되레 매물잠김 부추길수도


최동수 산업2부 기자
최동수 산업2부 기자
《올 초 안정세를 찾아가는 듯했던 부동산 시장이 최근 다시 꿈틀대고 있다. 두 달 넘게 하락했던 서울 강남 4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 집값이 지난달 28일 상승세로 돌아섰다. 새 정부가 규제 완화와 공급 확대를 내걸면서 재건축 단지 위주로 다시 가격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내년 4월까지 1년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배제해 주겠다는 구체적인 규제 완화책까지 들고나오면서 시장의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집값이 다시 들썩일 조짐을 보이자 인수위 내부에서도 ‘속도 조절론’이 나오고 있다. 장기적으로 공급 확대를 위해 규제 완화는 필요하지만 규제 완화 자체가 집값을 자극하면서 집값 상승 요인이 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책별로 시행 시기를 조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다주택자 세 부담은 양도세 우선 풀어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주택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따라 자연스럽게 거래가 일어날 수 있게 규제를 완화해야 부동산 시장이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5일 인수위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 직접 참석해 “(현 정부의 정책이) 집값의 엄청난 상승을 부채질했던 이유가 시장 생리를 외면한 정책들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인수위가 내놓은 ‘1호 정책’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1년간 한시적으로 배제하겠다는 방안이다. 현 정부 들어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가 대폭 높아졌지만 다주택자들은 자녀에게 집을 증여하는 등 ‘버티기’로 맞섰다. 최고 세율이 75%에 이르는 양도세가 부담인 영향이 크다. 양도세 중과 배제는 시장에 다주택자의 매물이 나오도록 유도하기 위한 방안이다.

문제는 보유세 인하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윤 당선인은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고 장기적으로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를 통합해 보유세 부담을 낮추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보유세 완화는 양도세 완화와 상충되는 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매물 잠김’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다주택자들에게 ‘팔지 않고 가격이 더 오를 때까지 기다려도 된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안수남 세무법인 다솔 대표는 “양도세를 먼저 완화해 다주택자 퇴로를 열어준 뒤에 보유세 부담을 낮추는 방법으로 정책 순서를 고민하는 게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한다.

○“재건축 규제 완화가 집값 자극하면 안돼”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도 집값 자극 요인으로 꼽힌다.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는 법 개정 없이 시행령이나 행정규칙 개정만으로 빨리 시행될 수 있다. 안전진단은 2차 정밀안전진단 평가 항목 중 구조 안전성 비중을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현 정부에서 구조 안전성 비중을 50%로 올린 뒤 서울시내 재건축은 사실상 멈춰 있는 상태다. 지난해 서울 시내에서 재건축 단지 14곳이 2차 정밀안전진단을 신청했지만 단 1곳도 통과하지 못했다.

문제는 시장 상황이다. 서울시의 층수 제한 폐지와 서울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잠실주공5단지 정비계획 통과 등과 맞물리면서 재건축 단지 가격이 뛰고 있다. 일례로 강남구 대치동 개포우성1차 전용 158.54m²는 지난달 19일 51억 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일인 2019년 10월 34억5000만 원 대비 16억5000만 원이나 뛴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3일 “재건축이 빠른 속도로 되겠다고 하면 그 자체가 가격을 올리는 요인이 된다”며 “전체 부동산 정책 중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 건가 하는 방법론은 상당히 신중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것도 규제 완화에 따른 가격 급등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는 재건축 규제 완화와 함께 투기 방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인수위는 현재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시점을 기존의 재건축 조합 설립에서 안전진단 통과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규제 완화 전 정비사업 단계와 지역별 주택 공급 물량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단지 규모와 준공 연도, 지역 등에 따라 규제 완화 속도를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했다.

○“임대차법뿐 아니라 실거주 의무 등 종합 검토 필요”
인수위는 계약갱신요구권제, 전월세상한제, 전월세 신고제 등 이른바 ‘임대차 3법’은 당장 개편에 나서기보다는 보완책을 우선 도입한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지난달 29일 소형 아파트(전용면적 60m² 이하) 대상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를 부활시키고 임대사업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나 양도세 등 세제 혜택을 부활시키는 등 구체안을 내놓았다.

다만 올해 7월 말이면 임대차법 시행 2년이 되기 때문에 시간이 많지 않다. 등록임대사업자에 ‘아파트’를 다시 포함시키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 임대주택을 더 짓는다고 해도 어디에, 언제까지 지을지도 문제다. 5, 6월경부터는 임대차법 시행(2020년 7월) 이후 갱신계약을 한 세입자들이 이사 갈 집을 찾게 되는데, 이때 집주인들이 시세에 맞춰 매물을 내놓으면 전월세 가격이 다시 급등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임대차법 자체를 보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월세 시장에 매물이 못 나오게 하는 규제가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신축 아파트에 대한 실거주 의무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2020년 6·17대책에서 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사면 6개월 내에 전입해야 하는 규제를 신설했다. 신축 아파트 중도금과 잔금 대출에도 같은 규정이 적용된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기존에는 신축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 전세 매물이 일시적으로 늘면서 주변 전세 시세를 함께 끌어내리는 효과가 있었는데 실거주 의무가 강화되며 이 같은 효과가 반감됐다”고 했다.

인수위가 조만간 부동산 종합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힌 만큼 그동안 산발적으로 나왔던 새 정부 부동산 정책 방향이 일목요연하게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적으론 공급이 늘어야 집값이 안정되고 공급 확대를 위해 규제 완화는 필연적이지만, 규제 완화 자체가 시장을 들쑤시면 안 되기 때문에 규제 완화의 균형을 맞추는 게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시장 기능 활성화라는 기본 방향은 지키되 반대 의견이나 시장 우려도 수용할 필요가 있다”며 “시장이 불안해진다면 국지적 불안인지, 불안이 번질 수 있는 상황인지 등을 면밀히 보고 종합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동수 산업2부 기자 firefly@donga.com


#다주택 매물#양도세#보유세#부동산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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