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월세 비중 40% 넘어… 인상률은 전세의 3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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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19만건 전수분석 해보니
임대차3법 이후 ‘월전세 시대’로
월세 가격, 작년 4분기 9.6% 급등… 전문가 “서민들 주거 불안정 커져”

2020년 7월 말 임대차3법이 시행된 뒤 월세 거래 비중이 높아지고 월세 가격도 오르면서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는 등 
실수요자들의 주거 안정성이 낮아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내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 있는 부동산 중개업소의 모습. 뉴스1
2020년 7월 말 임대차3법이 시행된 뒤 월세 거래 비중이 높아지고 월세 가격도 오르면서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는 등 실수요자들의 주거 안정성이 낮아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내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 있는 부동산 중개업소의 모습. 뉴스1
초등학생 자녀를 둔 직장인 김모 씨(45)는 2020년 1월 서울 강동구 고덕동 A아파트 전용면적 59㎡의 전세를 보증금 4억 원에 계약했다. 같은 해 7월 말 임대차법이 시행된 뒤 전셋값이 오름세를 보이더니 지난해 말 전셋값이 7억 원까지로 치솟았다. 김 씨는 올해 1월 계약 만료를 앞두고 집주인에게 갱신권을 써서 재계약하겠다고 했지만 집주인은 월세를 안 내면 자신이 들어와 살겠다고 맞섰다. 아이 학교 때문에 이사할 수 없었던 그는 결국 기존 보증금 4억 원에 월세 100만 원을 더 내는 조건으로 재계약했다.

서울 아파트 월세 가격이 연일 상승하면서 최근 하향 안정세로 돌아선 전세 시장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4분기(10∼12월) 사상 처음으로 40%를 넘겼다. 이런 추세라면 전세가 아닌 월세가 임대차 시장을 주도하는 ‘월·전세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동아일보가 28일 서울에서 지난해 실거래돼서 신고된 아파트 전·월세 거래 19만4883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지난해 4분기 서울 아파트 월세 가격은 지난해 3분기(7∼9월)보다 9.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은 직전 분기보다 3.1% 상승했다. 월세 상승률이 전세 상승률의 3배가 넘는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전세의 월세화’ 현상과 겹쳐지며 임대차 시장 불안을 심화시키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전체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 거래 비중이 40.5%로 분기 기준으로 처음으로 40%를 돌파했다. 임대차법 시행 전인 2020년 상반기(1∼6월)만 해도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 비중은 20%대였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목돈이 없는 실수요자들이 월세로 내몰리며 주거 안정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금 그대로 두고 월세 추가”… 재계약 18% 전세→월세 전환


집주인 대출이자 - 세금 부담 크고 세입자는 전셋값 감당하기 어려워
임대차법 시행 전 20%대 월세 비중… 작년 4분기, 2년도 안돼 40% 넘어
‘전세의 월세화’, 임대료에도 영향… 올 1월 전세 ―2.2%, 월세는 2%↑
전문가 “집주인 세부담 완화책 필요”


입주 7년차로 4300채 규모의 대단지인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DMC파크뷰자이’의 지난해 4분기(10∼12월) 월세는 직전 분기보다 5.5% 올랐다. 공인중개업소에 월세로 나온 30평대(전용면적 84㎡)는 보증금 2억 원에 월 임대료 190만 원 선. 지난해 하반기보다 임대료가 약 50만 원 올랐다. 반면 지난해 4분기 이 단지의 전셋값은 직전 분기보다 2.9% 떨어지는 등 하락세가 뚜렷했다. 전용면적 84㎡의 전셋값은 지난해 10억 원에 실제 거래됐지만 현재 8억 원대로 떨어졌다.

현 정부는 임대차 시장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자평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월세 시장만 떼어 놓고 보면 상황이 다르다. 전세 시장과 월세 시장은 탈동조화(decoupling)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번 분석에서 서울 아파트 월세 가격 변동률은 지난해 1분기 ―1.3%, 2분기 0%, 3분기 ―1.1% 등 잠잠했다가 4분기 9.6%로 급등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 변동률은 1분기 ―1.6%, 2분기 1.9%, 3분기 0.6%, 4분기 3.1% 등 비교적 잠잠한 것과 대조적이다. 월세 가격 상승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1월 서울 아파트 월세 가격은 지난해 4분기 대비 2.0% 오른 반면 전세 가격은 2.2% 하락했다.

이 같은 현상은 신축 대단지에서 두드러졌다.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단지일수록 집주인이 제시한 조건에 맞춰 거래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임대차법에 따라 계약기간이 4년(2년+2년·계약갱신요구권)으로 늘어난 데다 가격 인상폭도 직전 계약 대비 5%(전월세상한제)로 제한돼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이 적지 않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전세 보증금은 그대로 놔둔 채 월 임대료를 추가로 받는 식으로 세입자들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집주인이 많다”며 “세입자는 치솟은 전셋값을 감당하기 힘들어지고, 집주인들은 주택담보대출 이자, 보유세 부담이 커진 점이 겹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전세로 거주하다 계약 종료 시점에 월세로 계약을 변경해 재계약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서울에서 재계약된 월세 거래 중 기존 전세를 재계약하면서 월세로 바꾼 거래의 비중은 지난해 12월 15.1%에서 올해 1월 18.4%로 더 올랐다. 월세로 재계약된 10건 중 약 2건은 이전에는 전세였던 셈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7월 임대차법 시행 2년을 앞두고 계약갱신요구권을 이미 사용한 매물이 시장에 나오면 혼란이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집주인들이 오른 시세에 맞춰 매물을 내놓으면 전월세 가격이 급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 팀장은 “임대차법을 지금이라도 보완해 임대료를 시세보다 낮게 올리거나 세입자와 장기 계약을 맺는 경우 세 부담을 완화해주는 방식의 ‘당근책’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분석은 실거래 신고가 연달아 이뤄진 단지를 추출해 해당 단지에서 거래된 모든 매물을 분석했다. 월세는 한국부동산원의 월별 전월세전환율 수치로 보증금을 월 임대료로 전환해 가격을 비교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전세#월세#인상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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