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시속 566km 수직추락 이례적… 조종사 통제력 잃은듯”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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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여객기 참사 미스터리

중국 둥팡(東方)항공 소속 보잉 737 여객기 추락 사고가 발생한 다음 날인 22일 탑승자 132명 중 생존자가 확인됐다는 소식은 나오지 않았다고 중국 매체들이 보도했다. 중국 당국은 여객기가 갑자기 수직으로 추락하는 이례적인 사고였다고 보고 사고 원인 규명에도 주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항공기가 수직으로 떨어지는 일은 “극히 드문 사례”라고 입을 모은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민용항공국(민항국)은 사고 지역 인근 공사장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 찍힌 추락 직전 영상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이 영상에는 사고기가 산속에 수직으로 떨어지는 장면이 담겨 있다. 당시 사고기는 8869m 상공을 시속 846km로 날다가 갑자기 수직으로 추락했다. 낙하 속도는 시속 566km에 달했다.

전 보잉 777 여객기 조종사이자 항공 전문 블로거인 후안 브라운은 SCMP와의 인터뷰에서 “조종사들이 사고 직전 사망한 것인지, 조종사들이 항공기를 통제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했는지부터 밝혀야 한다”고 했다.

중국 둥팡항공 소속 보잉737 여객기가 추락한 광시좡족자치구 우저우시 텅현 근방 산속에 산산이 부서진 비행기 잔해가 널려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참사처럼 사고기가 수직 추락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조종사들의 통제력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우저우=신화 뉴시스
중국 둥팡항공 소속 보잉737 여객기가 추락한 광시좡족자치구 우저우시 텅현 근방 산속에 산산이 부서진 비행기 잔해가 널려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참사처럼 사고기가 수직 추락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조종사들의 통제력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우저우=신화 뉴시스
사고기 추락 영상을 본 국내 한 항공사 기장은 “사고기는 분당 2000∼3000m씩 떨어졌는데 비행기는 아무리 빠르게 강하시켜도 분당 900∼1200m만 내려온다”며 “조종 통제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 것으로 봐야 한다. 통상적으로는 나올 수 없는 강하 형태”라고 말했다. 비행기는 운항 중 엔진 등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조종사가 적절히 대처하고 비행기의 첨단 제어 장치가 작동하면 완만한 경사를 보이며 하강(글라이딩)한다. 보통은 비행기가 추락하는 과정에서 이번 사고처럼 극단적인 수직 궤적을 보이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중국 항공우주잡지 ‘항공지식’의 왕야난(王亞男) 편집장은 이날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수직 추락은 조종사가 비행기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해 조종사의 모든 행동이 비행기의 상태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1997년 싱가포르 실크에어 소속 여객기 추락 사고 당시 사고기는 분당 3만8000피트(시속 약 696km) 속도로 급강하했다. 당시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조종사가 자살하기 위해 항공기를 고의로 추락시켰을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지었다.

다만 사고기와 같은 기종을 조종하는 국내 항공사 기장은 “사고기의 고도 기록을 보면 추락을 하다가 중간에 올라가는 부분이 있다. 비행기가 오르락내리락했던 것인데, 비행기 꼬리 쪽 수평 또는 수직 날개가 떨어져 나가는 등 구조적 손상이 생겼거나, 엔진이 아예 떨어져 나가 글라이딩이 불가능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고 원인은 중국 당국이 블랙박스를 회수해 분석한 후에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항공청은 “중국에서 요청이 오면 바로 조사를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 현재 해당 사고기 제조사인 보잉과 미국 교통안전위원회가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22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사고기가 수직 추락하는 영상 등을 감안할 때 탑승자들이 생존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은 수색 작업에 군 병력까지 투입했지만 추락 지점이 높은 산악지대여서 접근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밀착 중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사고 직후 성명을 내 “가족과 친구를 잃은 모든 이의 슬픔을 공유한다”며 애도를 표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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