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세기동안 기억될 테러”…러시아 군, 마리우폴 주민들 강제이주 시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20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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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미디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마리우폴을 포위하고 폭격을 지속중인 러시아에의 행위를 두고 “수 세기 동안 기억될 테러행위”라고 비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일 페이스북에 올린 연설에서 “평화로운 도시에 이 점령자들이 한 짓은 명백한 테러이고 수 세기 동안 기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군은 이날도 민간인들이 대피해있는 학교를 폭격했다. 마리우폴 시의회는 이날 텔레그램에 여성, 어린이, 노인 약 400명이 대피해 있던 학교에 러시아군의 폭격이 있었다고 밝혔다. 아직 사상자 수는 알려지지 않았다.
○러시아군, 마리우폴 주민 수천 명 러시아 국경으로 강제이주

마리우폴 시의회는 19일 텔레그램에 “그동안 러시아 영토로 끌려간 마리우폴 주민이 수천 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이 같은 러시아군의 행위를 두고 세계 2차대전 당시 나치가 사람들을 강제로 생포했던 것과 같은 행위라고 규탄했다. 뉴욕타임스(NYT)은 러시아군이 그동안 마리우폴 시 체육시설에 대피해있던 시민 4000~4500명을 타간로그 국경으로 끌고 간 것으로 시가 추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리우폴 주민들 사이에서도 친구, 이웃들이 동의 없이 러시아군에 의해 강제로 국경을 건넜다는 소식이 퍼지고 있다. 이 지역 의사인 에드워드 자루빈(50)은 “이제 러시아군인들이 사람들이 대피해있는 지하실까지 찾아와 남아있는 사람들을 발견하면 타간로그로 보내고 있다”고 NYT에 전했다. 그의 친구 중 한명은 우크라이나로 돌아가는 게 허락되지 않는다는 마지막 메시지를 보내고 연락이 두절 됐다고 한다. NYT는 미카일 미진체브 러시아 국가수호대장이 앞서 18일 “지난 24시간동안 우크라이아인 7800명 이상이 러시아연방으로 탈출하고자 하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지하실 밖=생명의 위협’인 마리우폴의 비극
러시아의 무차별 폭격으로 안전지대가 사라진 마리우폴에서 시민들은 생필품을 얻기 위한 외출마저 자제해가며 지하실 생활을 지속하고 있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BBC에 “전쟁의 흔적이 없는 곳이 사라졌다”며 “시의 80%는 파괴되거나 손상됐다. 이 중 3분의 1은 복구가 어려운 수준”이라고 전했다.

마리우폴 지역 교전을 지휘하고 있는 아조프 대대 데니스 프로코펜코 지휘관은 CNN에 “마리우폴 사람들은 지하 벙커 바깥을 나올 때마다 목숨을 걸어야한다”며 “사람들이 물과 음식을 덜 마시고 먹어가며 지하실 바깥출입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공습으로 사망한 사람들의 시신들만 겨우 건물밖에 내놓고 있지만 러시아군의 폭격이 계속돼 시신 수거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이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한 수송차량의 이동도 제한하면서 이 지역의 식료품, 의약품 부족도 지속되고 있다. 현지 언론 키이우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이날 마리우폴 난민들을 이동시키기 위해 자포리쟈에서 출발한 차량행렬은 출발지에서 3km를 채 벗어나지 못하고 러시아군에 의해 저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들은 3주간 지속된 폭격으로 시에서 2500명이 넘게 사망했다고 밝혔으나 현재 정확한 사망자 집계조차 어려운 상황이라 실제 인명피해는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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