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워제네거, 푸틴에 “당신 야망에 젊은이 희생…전쟁 멈춰라” 호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17일 23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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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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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로 유명한 배우이자 전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왜 당신의 야망을 위해 젊은이들을 희생시키는가”라며 “당신이 이 전쟁을 시작했고, 이 전쟁을 이끌고 있으니 이 전쟁을 끝낼 수 있는 것도 당신”이라며 전쟁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슈워제네거는 17일(현지 시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나는 러시아인들을 사랑한다. 이게 내가 진실을 얘기해야 하는 이유다. 많이 보시고 공유해달라”며 9분 가량의 자신의 발언을 녹화한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는 러시아어와 영어로 자막도 첨부했다.

○ “러시아를 사랑하기에 내 이야기를 들어달라”


“잔혹한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 나의 영웅이었던 한 러시아인에 대해 말하겠다. 1961년, 내가 14살이었을 때 내 친구 한 명이 나를 비엔나 세계역도선수권에 초대했다. 그 대회에서 유리 페트로비치 블라소프는 세계 최초로 머리 위로 200kg 바벨을 들어올리고 우승을 했다.”

“돌아와서 나는 침대 위에 그의 사진을 붙여놓고 역도를 시작했다. 우리 아버지는 그런 내게 그 사진을 떼고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영웅을 찾으라고 하셨다. 나치군으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셨던 아버지는 러시아를 안 좋아하셨다. 하지만 난 그의 사진을 떼지 않았다. 그가 어느 국기를 붙이고 있는 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아놀드 슈워제네거 트위터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어렸을 적 자신이 영웅으로 여겼다던 구 소련 역도선수 유리 페트로비치 블라소프에게서 선물받았던 커피잔을 들어보이고 있다. 그는 17일 트위터에 러시아에 대한 애정이 있기에 진실을 말한다며 러시아인들에게는 크렘린의 거짓 선전에 가려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진실을 자세히 설명했고 블라미디르 푸틴 대통령에게는 “당신이 시작하고 이끈 이 전쟁을 끝내라”고 촉구했다.
“이후 보디빌딩, 영화를 하면서 러시아와 나의 관계는 더 깊어졌다. 러시아 팬도 많이 생겼다. 그리고 나중에 모스크바에서 블라소프를 다시 만나게 됐다. 당시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촬영이 허락된 미국 영화였던 ‘레드히트’ 영화를 찍으러 갔었다. 친절하고 사려 깊었던 그는 당시 나를 만나 이 예쁜 파란 커피잔을 선물해줬고 그 이후로 난 매일 아침 이 잔에 커피를 마신다(웃음). 나는 늘 러시아 사람들을 사랑해왔고 존경해왔다. 이들의 강인함은 늘 나에게 영감을 줬다. 그러기에 여러분에게 내가 진실을 말하게 허락해주길 바란다.”

○ “美 의회폭동 때와 같은 마음으로 하는 이야기”


“러시아인의 오랜 친구로서 내가 하는 얘기를 들어주길 바란다. 이건 내가 미국인들에게 1월 6일 폭동 때 염려하는 마음에 이야기 했던 때와 정확히 같은 마음이다. 많은 미국인들이 미국 정부를 전복시키려 의회에 난입했는데 지금이 그 때와 같다. 그들이 너무 잘못했기에 얘기를 해야 했고 지금 여러분의 정부 역시 정확히 같은 상황이다.”

“여러분의 정부는 이건 우크라이나를 탈나치화시키기 위한 전쟁이라고 말한다. 우크라이나를 탈 나치화시킨다고? 우크라이나는 유대인 대통령을 두고 있는 나라다. 그의 아버지와 형제들은 나치에 의해 살해당한 사람이다. 여러분이 알 듯 이 전쟁을 시작한 건 우크라이나도, 나치도, 극단주의자도 아니다. 크렘린의 권력자가 이 전쟁을 시작했다. 이건 러시아 사람들의 전쟁도 아니다. 유엔 141개국이 러시아가 침략자라고 투표하고 당장 군을 철수하라고 했다. 오직 4개 국가만이 러시아에 찬성표를 던졌다. 그게 팩트다. 세계가 러시아에 등을 돌리고 있다. 러시아는 그 잔인함 때문에 세계 사회에서 고립되고 있다.”

○ “반전 시위하는 러시아인이 나의 새로운 영웅”

“러시아 정부는 시민, 군인들에게 거짓말을 했다. 누군가는 나치와 싸우기 위해 간다고, 누군가는 우크라이나인들이 자신들을 영웅처럼 맞아줄 것이라고, 누군가는 단순한 훈련이라고만 얘기를 듣고 갔다. 이들 중 사실은 아무 것도 없다. 이들은 자신들의 가족과 나라를 지키려는 이들의 강한 저항에 직면했을 뿐이다.”

“이 영상을 볼 러시아 군인들에게 말한다. 여러분은 이미 내가 말하는 진실을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여러분의 눈으로 직접 봤을 것이다. 이 전쟁은 여러분의 할아버지나 증조할아버지가 했던 러시아를 지키기 위한 전쟁이 아니라 불법적인 전쟁이다. 여러분의 생명, 미래가 전 세계로부터 비난받는 이 무의미한 전쟁에 희생되고 있다. 크렘린의 권력자에게 묻고 싶다. 왜 당신들의 야망을 위해 이 젊은이들을 희생시키는가?”

“푸틴 대통령에게 고한다. 당신이 이 전쟁을 시작했고 이끌고 있으니, 이 전쟁을 끝낼 수 있는 것도 당신이다.”

“또 거리에서 반전 시위를 하고 있는 모든 러시아인에게 말을 전하며 마치고 싶다. 세계가 당신들의 용기를 보았다. 우리는 여러분들이 여러분의 용기 때문에 체포되고 투옥되고 두드려 맞았다는 것도 안다. 여러분이 나의 새로운 영웅이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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