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이동통신 박람회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2’가 3일(현지 시간) 막을 내린 가운데 MWC에서 나란히 데뷔전을 치른 국내 이동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의 미래 사업전략이 눈길을 끌고 있다. 탈통신과 글로벌 진출을 화두로 내세운 것은 같았지만 어떤 영역을 집중 공략할 것인지 방법론에서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미래 사회를 움직일 신기술에 집중했다.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유 대표는 메타버스, 인공지능(AI) 반도체, 양자암호 등의 이른바 ‘3대 넥스트 빅테크’를 제시했다. 실제로 유 대표가 올해 말 신제품 출시 계획을 공개한 AI 반도체의 경우 SK텔레콤만의 사업이 아니라 SK스퀘어, SK하이닉스와 함께 설립한 ‘사피온’이 중심에 서 있는 사업이다.
메타버스에 대한 기대만큼 회의론도 작지 않다는 질문에도 유 대표는 “메타버스는 인류의 꿈과 일치하기 때문에 성공적인 서비스가 될 것이라는 철학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당장의 성과만이 아니라 거시적 관점으로 미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KT 구현모 대표는 기존 통신사업의 역량을 바탕으로 B2B(기업 대 기업 사업)를 포함하는 디지털 전환 영역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구 대표는 1일 기자간담회에서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 기업들이 요구하는 디지털 솔루션과 KT의 인프라를 통합하면 성장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그 생각이 옳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구 대표는 취임 이후 KT를 ‘텔코’(전통적인 통신회사)에서 ‘디지코’(디지털 플랫폼 기업)로 전환하는 데 힘을 쏟아왔다. ‘KT가 뛰어놀 수 있는 운동장’을 넓히는 데 주력한 것이다. 구 대표는 그룹 차원에서는 미디어 콘텐츠와 금융을 미래 먹거리로 언급했지만, 이 경우에도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보다는 제휴, 협력에 초점을 맞추는 내실 있는 확장 전략을 강조했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고객들이 실제로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에 방점을 뒀다. 1일 황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를 시작할 때부터 고객들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느냐는 고민을 해왔다”며 “확장현실(XR) 콘텐츠를 이런 서비스로 생각하고 키워왔는데 이번에 상당히 좋은 반응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LG유플러스는 이번 MWC를 계기로 XR 콘텐츠의 수출 범위를 아시아권에서 중동으로 넓힐 계획이다.
메타버스 열풍과 관련해서도 황 대표는 “실질적인 고객가치를 제공할 만한 것들은 많이 제기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큰 메타버스 플랫폼부터 제시하기보다는 더 좋은 가치가 나올 수 있는 서비스를 먼저 내자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라고 밝혔다. 신사업이 실험에 그쳐서는 안 되고 고객들의 실질적인 호응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일종의 현실론을 강조한 셈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한국 통신사들은 이번 MWC에서 5G 인프라 위에서 펼칠 수 있는 메타버스, AI, 로봇, XR 콘텐츠 등 다양한 실제 사업 모델을 보여주면서 주목받았다”며 “사업 영역이 다양해지면서 각 통신사의 미래 전략도 서로 다른 색깔을 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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