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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광화문에서/박재명]난수표 방역수칙, ‘다이어트’라도 하자

입력 2022-02-07 03:00업데이트 2022-02-0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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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명 정책사회부 차장
언젠가 이런 사이트가 생길 줄 알았다. 사실 그 필요성에 비하면 오히려 등장이 늦었다. 설 연휴 직전에 나타난 ‘오늘의 방역(o-bang.kr)’이란 웹사이트 얘기다.

이곳은 휙휙 바뀌는 그날의 방역수칙을 업데이트해서 표로 보여 준다. 6명이 오후 9시까지만 모일 수 있는 기본 방역수칙과 시간 및 장소에 따라 바뀌는 규정을 모았다. 개발자는 “정부 방역수칙이 너무 자주 바뀌어, 답답한 마음에 2주 만에 만들었다”고 전했다.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식 사이트(ncov.mohw.go.kr)에선 2년째 지금 적용되는 방역규제 내용이 무엇인지 찾기 어렵다. 정 궁금한 사람은 매일 올라오는 최대 100페이지에 이르는 보도자료를 내려받아 스스로 ‘해독’해야 한다.

고맙게도 방역수칙 모음 사이트가 나왔지만 문제는 여전하다. 우리 방역규제가 너무 복잡해 표와 그래프로만 압축해도 최소 서너 페이지를 넘어선다는 점이다. ‘유흥시설’이나 ‘실내체육시설’ 등 따로 관리하는 시설 대분류만 18종류다. 주요국 가운데 이렇게 시시콜콜한 방역규제를 정한 나라는 우리 외에 싱가포르 정도가 유일하다.

복잡한 방역규제가 등장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2년 동안 환자 수 증가에 따라 새로운 제한을 덧붙이기만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라는, 기존 사회적 거리 두기와 다른 개념의 방역규제가 함께 적용되면서 복잡함이 가중됐다. 여러 이익단체의 의견을 반영해 예외 규정을 넣는 단계에 이르자 방역수칙은 ‘누더기’가 됐다.

국민 생활을 제한하는 복잡한 규제는 항상 부작용을 낳는다. 우선 규정을 숙지하지 못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긴다. 코로나19 상황에선 방역수칙 위반 자영업자들이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또 규제 준수에 대한 반감이 커진다. 이미 국민들은 6명 모임과 7명 모임, 오후 9시 영업제한과 오후 10시 영업제한이 코로나19 확산에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 묻고 있다.

정부가 오늘부터 20일까지 현 방역수칙을 2주 더 연장한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른 확진자 증가와 소상공인의 어려움 사이에서 이도 저도 못한 절충을 택했다. 하지만 복잡하고 불필요한 세부 규정까지 유지한다.

이미 방역기준 중 일부는 상식의 수준을 벗어났다. 아마 보건복지부나 질병관리청 직원들도 식당과 목욕탕 영업시간은 오후 9시까지인데, PC방과 카지노 영업시간은 오후 10시까지인 이유를 알지 못할 것이다. 학원과 독서실 등 비슷한 종류의 시설에 제각각의 기준을 적용하는 것도 규제 근거가 흐릿하다.

지금 방역규정이 끝나는 20일이 되어도 코로나19 환자가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그때 가서 또다시 ‘2주 더’를 외칠 것인가. 방역의 강도와 방역규제의 복잡함은 정비례 관계에 있는 게 아니다. 국민들만 설 연휴가 끝나고 새해 다이어트를 시작할 일이 아니다. 방역당국도 코로나19 확산 2년 만에 복잡한 세부 규정을 통폐합한 ‘방역 다이어트’를 시작할 시점이 됐다.

박재명 정책사회부 차장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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