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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횡설수설/이진영]인도네시아 천도

입력 2022-01-25 03:00업데이트 2022-01-25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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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이슬람국가인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2019년 재선 직후 수도 이전 계획을 발표할 때만 해도 그 실현 가능성을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자바섬의 인구 1000만 수도 자카르타를 대신하는 새 수도 예정지로 선택된 곳은 보르네오섬 동칼리만탄의 정글지역. 현지인들조차 정확한 위치를 모르는 오지다. 그런데 인도네시아 의회가 최근 수도 이전 법안을 통과시켰다.

▷자카르타가 있는 자바섬은 인도네시아 전체 면적의 7%에 불과하지만 인구(2억7500만 명)의 60%가 모여 산다. 대기오염은 물론이고 시내의 차량 평균 시속이 10km일 정도로 교통 체증도 심각하다. 장관들은 국무회의에 늦지 않으려고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이동한다. 자카르타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가라앉는 도시다. 도시의 40%는 해수면 아래에 잠겨 있는데 지금도 매년 지반이 25cm씩 내려앉고 있다.

▷새로운 수도가 들어설 곳은 자카르타에서 약 1200km 떨어진 열대 우림으로 오랑우탄과 긴코원숭이의 주요 서식지다. 새 수도 이름은 ‘열도’라는 뜻의 ‘누산타라’. 위도도 대통령이 80개의 후보명 가운데 선택했다. 올해 착공해 전기차와 드론 택시가 다니는 친환경 도시로 건설한 후 2024년 공공기관 이전을 시작으로 2045년 천도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전 비용은 약 38조 원. 자카르타는 경제와 금융 중심지로 남게 된다.

▷정치적으로도 인도네시아의 수도 이전은 국부(國父)인 수카르노 초대 대통령부터 품어온 숙원이었다. 네덜란드와 일본의 식민통치 시절 수도였던 자카르타를 벗어나고 싶었고, 국가 경제활동의 절반이 자바섬으로 집중된 후로는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새로운 명분이 추가됐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이전 비용이 발목을 잡았다. 자카르타 기득권층의 반발도 거셌다. 역대 대통령 9명 중 한 명을 빼고는 모두 자바인이다. 결국 가라앉는 도시를 더는 고집할 수 없게 되자 자바인이며 자카르타 주지사 출신인 위도도 대통령이 나서게 된 것이다.

▷20세기 이후 독립국 가운데 약 20개국이 수도를 이전했는데 인도네시아가 눈여겨보는 나라는 브라질 말레이시아 그리고 한국의 세종시다. 브라질은 해안가에 집중된 경제력을 분산하기 위해 1960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내륙 지역인 브라질리아로, 말레이시아는 쿠알라룸푸르의 교통난 해소를 위해 1993년 푸트라자야를 새 행정수도로 지정했다. 인도네시아의 천도는 정부 기능을 분산시킨 말레이시아와 한국보다는 신수도를 건설한 브라질 모델에 가깝다. 그만큼 인도네시아의 천도가 완성돼 성공 여부를 평가받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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