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서 해맞이하고 우도서 카페 창업… “메타버스 제주로 오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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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여는 사람들’ 〈7〉
제주 IT스타트업 ㈜드론오렌지

메타버스를 통해 구현한 한라산 백록담 일출 장면(위쪽 사진). 제주 정보기술(IT) 스타트업인 드론오렌지의 정념 대표(왼쪽에서 네
 번째)와 직원들이 가상세계에서 제주를 재창조하는 ‘인피니티 메타버스’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힘찬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드론오렌지 제공·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메타버스를 통해 구현한 한라산 백록담 일출 장면(위쪽 사진). 제주 정보기술(IT) 스타트업인 드론오렌지의 정념 대표(왼쪽에서 네 번째)와 직원들이 가상세계에서 제주를 재창조하는 ‘인피니티 메타버스’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힘찬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드론오렌지 제공·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새해 첫날에 떠오르는 해는 남다르다. 첫 해맞이는 한 해의 건강과 안녕, 소망을 기원하는 뜻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남한의 최고봉인 한라산 백록담 정상에서 맞이하는 일출은 그래서 상징성이 크다. 해마다 한라산 정상에서 일출을 맞이하려는 인파가 크게 몰렸지만 올해는 볼 수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백록담 일출 감상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제주에서 또 다른 일출의 상징성을 갖고 있는 성산일출봉 정상에서의 해맞이도 불가능했다.

○ 가상세계의 해맞이는 어떨까


하지만 3차원 가상세계인 메타버스에서는 가능했다. 인피니티 메타버스에 접속해 프로그램을 내려받은 뒤 캐릭터를 선택하자 머리 위로 닉네임이 떴다. 이 상태에서 한라산 백록담으로 입장하자 정상 주변을 둘러볼 수 있고, 동쪽에서 떠오르는 일출도 감상할 수 있었다. 마우스를 움직이자 동선에 따라 백록담 풍경이 360도로 펼쳐졌다. 함께 입장한 캐릭터와 대화를 나누며 마우스 조작으로 간단한 감정 표현도 가능했다. 성산일출봉 정상에서는 유리로 만든 다리를 건너는 경험을 했다. 가상현실(VR)에서만 가능한 다리다.

메타버스(metaverse)는 현실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와 가공,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의 합성어다. 가상현실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한 개념으로,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추세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가상공간에서 자신의 분신(아바타)이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교류를 하는 것도 메타버스의 특징이다. 이달 14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해맞이 기획도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해돋이 장면이나 백록담, 성산일출봉 등의 경관을 하이퍼리얼리즘(극명한 사실주의적 화면 구성을 추구하는 양식)의 기술로 구현했다.

7일 방문한 제주시 첨단과학기술단지 내 ㈜드론오렌지(대표 정념)는 메타버스 해맞이를 기획하고 완성한 공간이다. 20, 30대 직원들이 문제점을 보완하는 등 후속 작업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드론오렌지는 2015년 드론 촬영과 기체를 개발하는 회사로 창업한 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AR·현실세계에 가상 물체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 다자 실감형 관광가이드 기술 개발 등으로 영역을 넓혀갔다. 단순한 드론 촬영에서 벗어나 사람의 시야와 감각을 확장해주는 연구와 함께 눈으로 볼 수 없는 공간 데이터 등을 수집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이런 기초 과정을 통해 제주 최고 수준의 회사로 발돋움했고 국내에서도 주목받는 메타버스 관련 정보기술(IT)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 메타버스에서 제주를 재창조

드론오렌지는 그동안 축적한 VR, AR 기술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컴퓨터에 현실 속 사물의 쌍둥이를 만들어 시뮬레이션을 하는 디지털 트윈 데이터를 구축하고, VR와 AR 기술을 혼합적으로 사용하는 확장현실(XR) 기술을 활용한 ‘가상 토지 서비스플랫폼’이다. 현실세계와 가상공간이 함께 공존하는 개념인 것.

‘인피니티 메타버스’로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제주도를 가상공간에서 새롭게 꾸미고 거래할 수 있게 한다. 이번 해맞이 이벤트는 제주를 재창조하는 대장정의 신호탄이나 다름없다.

이 프로젝트는 현실의 토지와 정보, 경제활동을 가상공간으로 끌어왔다. 물리적 제약과 현실적 한계를 넘어서 활동이 가능한 영역으로 확장한 셈이다. 예를 들어 ‘섬 속의 섬’ 관광지로 유명한 제주시 우도에 현재 건축물이 있거나 농사를 짓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메타버스를 이용하면 자신이 원하는 대로 건축물을 신축하거나, 원하는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 개성 있는 카페를 꾸미거나 파도 소리 들리는 캠핑장, 자연이 숨쉬는 생태공원, 특이한 전시관과 테마파크 등 이용자가 원하는 공간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 한라산을 가로지르는 1100도로에서 자동차 경주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메타버스에서는 구현할 수 있다.

이런 가상공간에서 제주도의 땅을 탐색하고 거래하고 개발하는 것도 가능하다. 대체불가능토큰(NFT·교환과 복제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을 적용해 디지털 토지자산대장을 발급하고 메타버스에서 매매, 임대 등 부동산 거래 시스템이 작동한다. 설계, 조경, 전시 등에 필요한 인력도 플랫폼에서 활동하게 된다. 우선 제주도 전역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앞으로 고정밀 지리데이터를 확보해 국내 전역으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드론오렌지는 직원 두 명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19명으로 늘어났고 기술연구소와 제주전략실, 융복합체험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정념 대표는 “지구촌은 가상세계, 현실세계를 혼합한 세상으로 가고 있다”며 “다변화하는 시대의 중심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을 보여주기 위해 혁신기술을 개발하고 사업화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 it스타트업#㈜드론오렌지#메타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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