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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책의 향기]건강한 삶을 위한 필수조건, 우정에 관하여

입력 2022-01-08 03:00업데이트 2022-01-09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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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즈/로빈 던바 지음·안진이 옮김/584쪽·2만2000원·어크로스
25년 동안 영장류를 연구한 동물행동학자이자 진화인류학자인 로빈 던바 옥스퍼드대 교수(왼쪽 사진). 소셜미디어는 오프라인 친구들과 교류하는 공간일 뿐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곳이 아니라는 게 던바 교수의 주장이다. 과거였다면 대면 만남을 지속하지 못해 식어버렸을 우정을 유지시켜주는 도구라는 것. 고독감도 덜어줄 수 있다고 말한다. 어크로스 제공
소셜미디어 친구 수가 1000명이 넘는 당신. 그중 공항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 잠시 시간을 내어 마주 보고 다정한 대화를 건네고픈 ‘친구’는 몇 명일까? 저자에 따르면 아무리 많아야 150명 안팎이다. 저자는 한 사람이 유지할 수 있는 친구 수의 최대치(150명), ‘던바의 수’를 도출해낸 로빈 던바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다. 25년 동안 원숭이, 작은 영양, 야생 염소를 연구했던 동물행동학자이자 ‘인간의 사회성 진화’라는 주제에 매진한 진화인류학자이기도 하다.

동물과 인간의 진화를 연구한 저자는 ‘친구 맺기’라는 인간의 사회적 행위에 의문을 품는다. 친구를 사귀기 위해선 돈과 시간 같은 자원이 들지만 딱히 생존에 도움은 안 되고 경제적 이득도 없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이 생존과 번식에 최적화된 환경을 추구해 나간다는 관점에선 비용만 들 뿐인 친구 맺기는 다소 퇴행적이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인간들은 친구에 울고불고 돈과 시간과 마음을 쓴다. ‘친구와 우정’이라는 다소 비과학적인 주제를 두고 저자는 최근 20년간 전 세계에서 이뤄진 온갖 연구를 살핀다. 그 결과 친구 맺기에 성공한 인간이야말로 건강하게 오래 살아남는 우수종(優秀種)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친구가 없는 인간은 세상에 홀로 남은 듯한 고독감을 느끼는데, 저자는 이 고독감이 주는 위험성에 주목한다. 정신의 질병인 우울증은 물론이고 신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다. 저자가 소개한 연구에 따르면 고독감에 압도된 사람들은 독감 예방접종 이후에도 면역이 생기지 않았다. 청소년기 친구가 없으면 체내 염증 위험이 높아지고 살찌기 쉬운 체질이 됐고, 홀로 여생을 보내는 노인들은 고혈압 위험에 노출됐다. 결국 인간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자신이 취약한 상태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몸과 마음을 다해 친구를 사귀고 있었던 것이다.

친구 맺기가 간편해진 온라인 시대에 인간은 더욱 건강해져야 하는 게 아닐까. 저자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답한다. ‘팔로우’로 단 1초 만에 친구가 되고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러 관계를 유지하는 행동은 경제적일 수는 있으나 친구와 우정이 주는 효용을 모두 누릴 수 없다는 거다. 충분히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마음을 다하는 관계만이 인간으로 하여금 우정을 느끼게 하고 고독감을 줄여준다. 친구 맺기에서 디지털 미디어가 하는 일은 우정이 자연스럽게 식어가는 속도를 늦춰 줄 뿐이며 우정이 계속되기 원할 경우 때때로 그 친구를 만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백발의 진화인류학자가 내린 500쪽이 넘는 과학적 논증의 끝은 어쩌면 이미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일지 모른다. ‘거리두기’가 미덕이 되고 비대면 기술이 만연해진 시대에도, 상대의 감정을 꾹꾹 눌러 담은 눈빛과 목소리, 표정에서 나오는 감각을 ‘직접’ 경험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을 고독감으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는 유일한 구원이라는 것을.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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