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IT(잇)다] 김경환 휴밀 “물 한 잔과 가루선생으로 콩의 영양 고스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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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1월 5일 15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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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식품으로, 든든한 한 끼 식사 대용으로, 다이어트 대용식으로 세계인이 주목하는 음식이 ‘콩’이다. 항암과 당뇨 억제, 혈압과 근육 관리, 비만 억제와 골다공증 완화에 이르기까지 콩의 영양과 효능은 양손 손가락으로도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가공하기 쉽고 다양한 요리에 재료로 넣을 수도 있는데다가 맛도 비교적 좋다.

생각만 같아서는 늘 콩을 가지고 다니면서 한 줌씩 먹어도 될 법하다. 물론 부피 문제 때문에 실제로는 어렵다. 그러고보니, 콩의 비릿한 냄새와 식감을 싫어하는 소비자도 많다. 수입 콩 대부분이 유전자 변형으로 재배된 것이기에 이를 불안하게 여기는 소비자도 있다.

많은 소비자들이 콩의 영양과 맛을 고스란히 유지하면서도, 안전하고 간편하게 먹을 방법을 원한다. 한국 식품 스타트업이 가장 진보한 대안을 내놨다. 김경환 대표가 이끄는 스타트업 ‘휴밀’과 이들의 상품인 ‘분말 두유’ 가루선생이다.

김경환 휴밀 대표(오른쪽)와 유태근 휴밀 CTO. 출처 = 휴밀
김경환 휴밀 대표(오른쪽)와 유태근 휴밀 CTO. 출처 = 휴밀

김경환 대표는 유태근 CTO와 함께 2018년 휴밀을 세웠다. 함께 기술을 개발하고 기업의 생명을 만드는 공정 진행은 유태근 CTO가, 활력을 불어넣는 마케팅 및 브랜딩은 김경환 대표가 맡았다. 그렇게 개발한 고유 특허 기술이 ‘분말 두유 제조 기술’이다.

이 기술은 콩의 물성과 영양을 그대로 유지한 채 분말화하는 기술이다. 이렇게 만든 콩 분말에 물을 부으면, 바로 맛이 고소한 두유가 된다. 분유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분말 두유 제조 기술, 분유처럼 말만 들으면 쉬워 보이지만, 정말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김경환 대표는 회고한다.

두유는 콩을 끓여 만든다. 두유를 그대로 건조해서 분말로 만들면 제조 단가가 너무 비싸지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맛이 없어져 당을 비롯한 첨가물을 넣어야 될 때도 있다. 김경환 대표는 콩을 몇 톤씩 써 가며 실험을 거듭했다. 노력 끝에, 적당한 가열과 건조 과정을 거쳐 두유를 고스란히 가루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휴밀 분말 두유 상품 가루선생. 출처 = 휴밀
휴밀 분말 두유 상품 가루선생. 출처 = 휴밀

휴밀이 특허를 낸 분말 두유 제조 기술은 수많은 장점을 가졌다. 먼저 싸게 만들 수 있다. 액상 두유를 만드는 것보다 제조 단가가 저렴할 정도다. 게다가 가루로 만든 두유의 부피는 액상 두유의 10%에 불과하다. 포장 박스에 액상 두유를 10팩 넣을 수 있다면, 분말 두유는 100팩 이상을 넣을 수 있다.

유통도 한결 편하다. 두유처럼 유통 중 상하거나 포장이 찢어져 새어나올 우려가 없다. 분말 두유의 유통 기한은 1년쯤이다. 그러니 액상 두유보다 수출할 때에도 훨씬 유리하다. 분말 두유는 액상 두유를 고스란히 가루로 만든 것이다. 따라서 영양과 맛은 액상 두유와 완전히 같다. 가루를 다양하게 조리해도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는다.

휴밀의 분말 두유를 식품 업계가 눈여겨봤다. 우리나라 식품 대기업은 물론, 외국 식품 기업도 휴밀의 문을 두드린다. 그래서 만든 것이 첫 분말 두유 상표 ‘가루선생’이다. 시행 착오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앞서 휴밀은 분말 두유라는 직관적인 상표를 내세웠지만, 소비자로부터 외면 받았다.

휴밀 분말 두유 상품 가루선생. 출처 = 휴밀
휴밀 분말 두유 상품 가루선생. 출처 = 휴밀

휴밀 가루선생 첫 제품은 ‘비건 홈카페 음료’다. 100% 식물성 자연 원료에 첨가물은 0%, 마실 때마다 건강해지는 음료로 소개했다. 이 제품이 인기를 끌자 기존 분말 두유를 가루선생 상표 ‘타 먹는 분말 생두유’로 편입했다.

김경환 대표는 소비자의 사랑과 참여가 지금의 휴밀을 만들었다며, 늘 고맙다고 말한다. 휴밀 쇼핑몰에 가 보면, 가루선생 구매자 2만 6,000여명이 남긴 생생한 후기와 평점을 볼 수 있다. 가루선생 제품군은 평점 5점 만점에 4.8점, 경이로운 점수를 받았다. 100% 자연 원료로 만든 가루 형태 두유를 언제 어디서든 맛있게 즐기도록 돕는다는 점을 인정 받았다.

재미있는 것은 휴밀 가루선생을 활용한 음식 조리 방법이나 홍보 마케팅을 소비자가 나서서 한다는 점이다. 휴밀 분말 두유로 만든 팥빙수와 떡, 아침 식사 대용으로 알맞은 가루선생 시리얼과 그릭 요거트, 아이들의 건강 간식으로 주기 좋은 콩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조리 방법이 지금 이 순간에도 휴밀 쇼핑몰과 SNS에 올라온다.

분말 두유를 만드는 휴밀의 공장 내부. 출처 = 휴밀
분말 두유를 만드는 휴밀의 공장 내부. 출처 = 휴밀

김경환 대표는 원료 콩 전량을 우리나라 농가로부터 공급 받는다. 그래서 외국산 콩의 유전자 조작, 환경 오염 문제에서 자유롭다. 그냥 국산 콩이 아니다. 경상남도 사천에 있는 콩사랑 영농조합이 키운, 깨끗하고 맛있는 콩이다. 콩을 가공할 때 중요한 것은 낟알의 평균 크기다. 콩사랑 영농조합의 콩은 크기가 균일하고 배송도 정확해 마음 놓고 공급 받아 제품을 만들기 좋다며 김경환 대표는 자랑한다.

김경환 대표는 가루선생 제품군을 늘려 더 많은 소비자에게 건강한 식품을 전달하려고 한다. 가루선생 베스트셀러 ‘단호박 콩 크림 스프’를 이을 신제품 ‘옥수수 콩 크림 스프’가 곧 등장한다.

휴밀이 출시할 예정인 신제품 그래놀라이트. 출처 = 휴밀
휴밀이 출시할 예정인 신제품 그래놀라이트. 출처 = 휴밀

‘비건 그래놀라’도 휴밀의 야심작이다. 분말 두유 가공 기술을 응용해 만든, 물만 부어 먹으면 되는 비건 시리얼이다. 말차, 초콜릿 등 다양한 맛으로 만들어진다. 채식하는 소비자들이 우유가 아닌 두유를 먹고 맛과 영양 모두 얻게끔 할 제품이다. 아웃도어 활동이나 캠핑을 즐길 때에도 가지고 가 물만 부어 먹기 좋다. 칼로리가 200kcal 이하인 다이어트 식품이기도 하다.

나아가 김경환 대표는 콩 가공 기술을 더욱 갈고 닦아 ‘맞춤형 단백질 식단’을 만들 예정이다. 식물성 단백질을 가득 품은 콩을 가공하되, 여기에 약용 곡물을 넣는 방식이다.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는 소비자에게는 탈모 완화 효과를 가진 ‘서리태 콩’ 성분을, 손발이 차 고민을 하는 소비자에게는 몸을 따뜻하게 하는 ‘쑥’ 성분을 콩 분말에 넣어 함께 제공한다.

휴밀이 개발 중인 기술 가운데 ‘귀리 우유 분말화 기술’도 주목할 만하다. 북미, 유럽에서 건강 식품으로 각광 받는 ‘귀리(오트밀)’를 콩처럼 분말화한 ‘오트 밀크 파우더’를 개발 중이다. 귀리는 곡류 가운데 유일하게 ‘10대 슈퍼 푸드’에 속한 원료다. 불포화지방과 식이섬유, 단백질이 풍부한 건강 식재료다. 콩과 함께 우유처럼 만들 수 있는 드문 식재료이기도 하다.

휴밀 임직원들. 출처 = 휴밀
휴밀 임직원들. 출처 = 휴밀

해외 식품 가공 회사가 이미 마시는 오트밀을 선보인 바 있다. 휴밀의 오트 밀크 파우더는 이 제품보다 맛이 좋고 영양 성분도 많다. 마시는 오트밀에는 당을 비롯한 첨가 물질이 많이 들어가지만, 오트 밀크 파우더는 100% 귀리로만 만든다는 것이 김경환 대표의 설명이다. 그만큼 귀리의 좋은 성분을 남김없이 소비자에게 전달 가능하다.

채식 문화가 자리 잡은 해외의 비건 시장 규모는 우리나라 돈으로 20조 원쯤에 달한다고 한다. 이들이 우유 대신 마시는 것이 오트 밀크다. 오트 밀크의 물성을 고스란히 유지한 채 가루로 만들 수 있는 곳, 가격을 저렴하게 유지할 수 있는 곳은 휴밀뿐이라는 것이 김경환 대표의 설명이다.

김경환 대표는 휴밀을 늘 ‘푸드테크 기반 미디어커머스 기업’으로 소개한다. 식품 제조, 유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각오다. 그래야 휴밀만 줄 수 있는 식품을 만들어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유통과 상품 경쟁력을 모두 갖는다. 이익은 소비자에게 혜택으로 돌려준다.

“싸고 맛있고, 건강한 식품을 소비자에게 전하는 기업이 될 것입니다. 가루선생 외에 맞춤형, 소비자 지향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해주세요. 소비자를 위해, 소비자와 함께 하는 중견 식품 회사로 성장하겠습니다.”

동아닷컴 IT 전문 차주경 기자 racingc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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