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황형준]코로나가 연 영상재판…사법접근성 높아질까

황형준 사회부 차장 입력 2021-10-26 03:00수정 2021-10-26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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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형준 사회부 차장
“민사소송법에서 엄격한 공개심리를 적용하고 그 다음에 당사자 등이 법원에 직접 출석해 변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영상재판과 온라인재판에 대한 찬반 대립이 있으므로 온라인 변론 등에 대한 충분한 의견 수렴과 논의 후에 민사소송법 개정 등 법적 근거 마련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2019년 11월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에서 이 같은 지적이 나오면서 법원 영상재판과 지능형법관업무지원 예산 109억 원이 전액 삭감됐다. 2016년부터 민사재판에서 증인신문 등을 영상으로 할 수 있게 했지만 2017년 5건, 2018년 9건, 2019년 6건 등으로 실제 영상재판이 이뤄진 경우가 많지 않아 예산 낭비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삭감의 배경 중 하나였다.

당초 한국 법원은 1995년 원격영상재판에 관한 특례법을 제정해 소액 민사사건 등에 대한 영상재판을 허용해 1996년 울릉군의 등기소 법정에서 첫 영상재판을 열었다. 하지만 당시 인터넷 속도가 빠르지 않아 전용회선과 통신장비 등 비용이 높았고, 정작 활용도가 낮아 시행 6년 만에 중단됐다.

하지만 상황은 2020년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반전했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재판 당사자와 변호사 등이 굳이 법정에 출석해야 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또 확산 위기 때마다 법정이 열리지 못해 재판 지연 사태가 빚어졌다.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된다는 지적과 함께 영상재판 확대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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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도 코로나19를 영상재판 확대의 돌파구로 삼았다. 올해 3월 대법원 사법행정자문회의는 민사사건의 변론기일에도 영상재판 확대 시행을 권고했고 대법원은 4월 전국 법원의 모든 재판부 2946개부에 영상법정을 개설했다. 국회는 7월 본회의에서 민사소송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다음 달 18일부터는 민사소송의 변론준비기일과 심문기일, 변론기일 등 대부분의 절차와 형사소송의 공판준비기일 등 일부 절차에서 영상재판이 가능해졌다. 민사재판보다 형벌을 다루는 형사재판에선 피고인과 대면해야 실체적 진실에 더 접근할 수 있고, 피고인 입장에서도 법관에게 직접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이다.

사건 관계인의 개인정보 유출과 대리 출석 가능성 등 우려되는 부작용도 없지는 않다. 법원 내부에선 영상재판 진행이 익숙하지 않아 불편할 것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하지만 재판 관계인의 감염 위기와 교통비 및 시간 같은 대면 재판 비용을 생각하면 사법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영상재판을 확대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김 대법원장은 2017년 9월 취임사에서 “사법부가 국민에게 드릴 수 있는 최고의 보답은 독립된 법관이 공정하고 충실한 심리를 통해 정의로운 결론에 이르는 ‘좋은 재판’임을 가슴에 새긴다”고 했다.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영상재판과 전자소송으로 좋은 재판을 체감하는 국민들이 늘고 사법 불신이 해소되길 기대해본다.

황형준 사회부 차장 constant25@donga.com
#광화문에서#코로나#영상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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