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운 선물… 삶의 감정, 한 폭 그림에 담았죠”

김태언 기자 입력 2021-10-12 03:00수정 2021-10-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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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작가 김원숙 개인전
노스탤지어풍 회화-조각 85점 선봬
모교 美일리노이대에 144억 기부
학교측 ‘김원숙 예술대학’ 세워 화답
김원숙 작가의 작품 ‘Forest Lights Ⅰ’(2016년). 어머니를 여의고 그린 그림이다. 작가는 스치듯 지나가는 느낌과 인상을 그림으로 그려냈다. 예화랑 제공
어두운 숲에 한 여자가 앉아 있다. 그의 앞으로 어슴푸레한 빛들이 다가오자 여자는 손을 뻗어 본다. 반딧불 같은 빛은 몇 해 전 돌아가신 어머니의 정령이다. 그리움이 담겼지만 쓸쓸해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포근함에 가깝다.

최근 서울 강남구 예화랑에서 만난 김원숙 작가(68·사진)는 ‘Forest LightsⅠ’(2016년)을 보며 “슬프고 돌이키고 싶은 일도 많았지만 그래도 인생은 아름다운 선물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개인전 ‘In the Garden’을 열며 “내 예술세계는 삶이라는 뜰 안에서 일어나는 느낌을 그려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그림 앞에서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상상하고 느낌을 얹게 된다. 그의 회화와 조각 85점은 날렵하지 않다. 부드러운 형태와 현란하지 않은 색채는 어딘가 묘연한 느낌을 준다. 바라보다 보면 캔버스 속 장면이 부르는 옛 기억에 아련해지다가 끝내는 따뜻한 감정이 인다. 한마디로 김원숙의 작품은 편안하다.

인간 김원숙도 마찬가지다. 작가로서의 입지를 고민하기보다는 그리고 싶은 것을 그렸다. “내게 현대미술은 다소 난해했다”는 김원숙은 자신의 일상과 책에서 얻은 감흥을 직관적으로 그린다. 그는 “그림은 관람객을 주눅 들게 하면 안 된다”며 “예술은 소통이기에 이해하기 어려우면 실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거창한 비평보다도 ‘나도 저런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친구 생일날 저런 그림 오려서 한마디 써주고 싶다’는 날것의 생각들이 자신에겐 더 소중한 피드백이라고 했다.

노스탤지어풍의 그림은 재미 화가로 살아온 작가의 인생을 반영한다. 작가는 1971년 홍익대 미대에 입학했지만 한국 교육 방식에 한계를 느껴 1년 뒤 홀로 미국으로 떠났다. 경제적 지원을 받을 상황이 못 됐던 작가는 장학금을 많이 주던 일리노이주립대에 입학했고 미국에서 화가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게 이주자로서의 삶도 50년이 되어 간다. 아직도 한글 책을 읽는다는 그는 그림을 통해 망각하고 있던 꿈과 어린 시절을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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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김원숙 예술대학’을 기념하며 열리는 귀국전이기도 하다. 김원숙은 2019년 남편 토머스 클레멘트 씨와 함께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 1200만 달러(약 144억 원)를 기부했다. 학교는 곧바로 작가의 이름을 딴 예술대학 ‘Kim Won Sook College of Fine Art’를 만들어 화답했다. 6·25전쟁이 낳은 혼혈의 고아였던 남편이 의료기기 발명가 겸 사업가로 성공한 뒤 거액의 돈이 생겼는데 그것이 기쁘기보다는 두려워 기부했다고 한다.

김원숙은 50년가량의 화가 인생을 되돌아보며 “성공했다”고 한다. 그러나 세속적인 기준의 성공을 말하는 게 아니다. “제3의 잣대보다도 계속 그림을 그릴 수 있고, 자식들 자전거도 사줬으니 이게 성공이 아니면 뭐냐”는 것이다. 그는 40년 전 한국에서 혼혈아 2명을 입양해 키웠다. 현재 51세 아들은 사업을 하고 48세 딸은 초등학교 교사다. 부부는 2015년 약 10억 원을 들여 입양 후 친부모와 자식을 찾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유전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도 했다. 전시는 30일까지.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김원숙#개인전#재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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