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이쁜 단어는 ‘사랑’”…이주민들, 한글 배워 정착 꿈꾼다

뉴스1 입력 2021-10-09 07:43수정 2021-10-09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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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부산 영도구 봉래1동 주민센터에서 이주민들이 한글 수업을 받고 있다.2021.10.8/© 뉴스1
“한글 모르면 돈 못 벌어요. 우리 아이랑 대화도 못 해요.”

한글 창제와 우수성을 기념하기 위한 한글날이 9일 575돌을 맞은 가운데 이주민에게 한글은 한국에서 지내기 위한 ‘생존’과도 같은 글자다.

8일 오전 11시 한글 수업이 진행되는 부산 영도구 봉래1동 주민센터.

이날 주민센터에는 한글을 배우기 위해 이주민 여성 8명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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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평균 나이 20~30대로, 대부분이 외국에서 만난 한국인 남성을 따라 국내로 온 결혼이주여성들이다.

국적은 베트남, 캄보디아, 우즈베키스탄, 중국 등 다양하다.

이곳에서는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과정과 과학성, 기본적인 자모음 익히기 수업 등이 진행된다.

수업을 맡은 김미옥 한국어교육지도사는 이날 이주민 학생들에게 지난번 배운 한글 자모음을 공책에 써보라고 지도했다.

학생들은 자못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익숙지 않은 한글을 삐뚤빼뚤하게 써 내려갔다.

“이얼싼쓰…”라고 중얼거리며 자음 순서를 세기 위해 손가락을 접어 보는 중국 국적의 학생도 있었다.

7년 전 일자리를 찾기 위해 한국에 왔다는 캄보디아 국적 생김핵씨(37)는 “한글에는 받침이 있어 쓰기도 어렵고 발음하기도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생김핵씨는 일자리를 찾기 위해 부산에 온 뒤 한국인 남성과 결혼했다. 결혼 전 냉동생선공장에서 근무하던 그는 모욕적인 말을 들어도 한국어로 표현 못 해 서러움을 자주 느꼈다.

결혼한 뒤에는 사투리를 사용하는 시어머니와 의사소통이 안 돼 마찰도 잦았다. 이런 그가 가장 좋아하는 한글 단어는 ‘사랑’이다

생김핵씨는 “사랑 단어는 모양 자체도 이쁘고 지닌 뜻도 이쁘다”며 그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낳은 아이가 있는데, 이 아이가 점차 자라 이젠 나보다 한국어를 더 잘한다”며 “나도 열심히 배워 아이와 유창하게 대화하고 싶다”고 바랐다.

한국인 남편을 따라 국내로 이주한 중국 국적 주즈한씨(39)는 그나마 다른 이주민보다 한글 배우는 속도가 빠른 편이다. 중국어와 한국어 발음이 비슷하다는 이유에서다.

주즈한은 좋아하는 단어로 ‘귀엽다’를, 익히기 힘든 단어로 ‘은행’을 꼽았다.

그는 “은행에서 ‘행’과 비슷한 단어가 중국어에 없어 발음이 안 된다”며“ 은행 대신 ‘뱅크’라는 단어를 쓰는 편”이라고 웃었다.

한글날에 대해서 그는 “한국 사람들은 자신들의 언어를 자랑스럽게 생각해 기념일까지 만든 게 대단하다”고 했다.

(부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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