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황형준]검찰 수사에 ‘내로남불’ 여권, 대선에서 검찰개혁 평가해야

황형준 사회부 차장 입력 2021-10-02 03:00수정 2021-10-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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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형준 사회부 차장
#1. “수사·기소 분리는 효율성의 문제가 아니고 검찰권의 남용, 특히 직접 수사가 갖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극복하자는 차원에서 나온 것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올 3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불리던 여권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안에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크게 반발하자 이렇게 말했다. 검찰이 직접 수사를 안 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최근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에 대한 특검 도입 요구가 나오자 태도가 달라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신속하게, 그리고 치우침 없이 철저하게 진상 규명을 하는 것이 합당한 일”이라고 밝혔다.

#2. 지난달 13일 대검찰청 앞.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와 황희석 최고위원 등은 윤 전 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윤 전 총장과 손준성 검사 등 7명을 고소했다. 이들이 당사자인 사건을 경찰이 아닌 검찰에 맡긴 것을 놓고 검찰 안팎에선 “직접 수사하지 말라 할 땐 언제고…”라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여권 강경파로 분류되는 이들은 올해 2월 중수청 설치를 주장하며 “적어도 이 정부 내에서 중수청을 시행하고 발족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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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담 수사팀을 만들어 이 사건을 들여다보던 검찰은 고발장 접수 17일 만에 “현직 검사의 관여 사실과 정황이 확인됐다”며 지난달 3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사건을 이첩했다. 신생 기관인 공수처는 인력과 수사 경험이 부족하다. 하지만 접수된 사건이 많다 보니 ‘1호 사건’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불법 채용 사건조차 129일이 걸린 상황이었다.

#3.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이미 4월에 자금 흐름이 이상하다고 통보했는데, 경찰은 이 사건을 6개월 가까이 뭉갰다.”

한 검찰 관계자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를 내사 중이던 경찰을 두고 “계좌 추적도 안 한 상태에서 사건의 몸통부터 조사한 것이 이상하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사건을 쥐고 있던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연 수사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서야 뒤늦게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등을 최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통상 수사기관은 이 같은 경우 FIU에서 이상한 자금 흐름이 파악되면 계좌 추적 등을 통해 자금 흐름을 분석한다. 그 뒤 관련자 압수수색과 주변인 조사를 거쳐 마지막에 핵심 인물을 불러 조사한다. 하지만 이번 경찰 수사는 수사의 ABC가 지켜지지 않았고 결국 수사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이처럼 수사 주체가 검경 등에 이어 공수처까지 더해지면서 현장에선 중복 수사와 기관 간 기 싸움, 불신 등이 늘고 있다. 일부 정치인도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수사에 대한 언행을 달리하면서 국민들의 혼선을 가중시키고 있다.

여야 대선 주자들이 연루된 의혹 수사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이번 수사 경과와 수사기관의 역량을 지켜보며 정치권은 국민 입장에서 더 나은 형사사법 시스템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물론 현 정부의 검찰개혁도 대선에서 다시 평가받아야 한다.

황형준 사회부 차장 constant25@donga.com



#검찰 수사#내로남불#검찰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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