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고민과 톡톡튀는 애니… 웹툰 속 ‘출출 세포’가 어떻게 드라마에?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22일 14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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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 어딨소] <4> 티빙 tvN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


《평범한 보건교사가 젤리와 싸우며 학생들을 구하는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을 보고 판타지 소설에 빠진 적이 있나요?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보고 서점으로 달려가 원작 소설을 산 경험은 없나요? ‘영감(靈感) 어딨소’는 원작과 이를 영상화한 작품을 함께 소개합니다. 이 원작이 왜 영상화됐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이 바뀌었는지 살펴보며 작품을 보다 풍성하게 들여다봅니다.》

“선배? 오늘 아직 할 일 많이 남았어요?”

어느 날 야근을 하던 30대 평범한 여성 직장인 유미(김고은)에게 후배 우기(최민호)가 말을 건넨다. 무슨 뜻이지? 유미 머리 속은 복잡하다. 파란색 옷을 입은 이성세포가 “대충 할 일 이 다 끝났네”라고 답하면 된다고 유미에게 말한다. 다른 세포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이려던 그 때, 갑자기 망토를 두른 명탐정세포가 등장해 “늦게까지 함께 야근하길 바라는 거다”라고 소리친다. 평소 유미를 마음에 두고 있던 우기가 함께 집을 가자는 신호를 보냈다는 것. 갑자기 유미의 가슴이 콩닥거린다. 오랫동안 연애를 하지 않던 유미의 마음 속 깊이 숨어 있던 사랑세포가 뛰어나오기 시작한다.

17일부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과 tvN에서 동시방송 중인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의 내용이다. 이 드라마는 2015~2020년 네이버웹툰에 연재된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웹툰은 조회 수 32억 회, 댓글 수 500만 개,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수상한 작품이다 드라마 역시 공개 직후 화제를 끌고 있다.


웹툰이 드라마화 된 건 웹툰과 드라마의 주 시청층인 평범한 직장인의 고민과 삶을 잘 담아냈기 때문이다. 30대 평범한 직장인 유미가 직장생활과 연애에서 겪는 고민을 세포라는 이색적인 소재로 표현한 것. 유미가 다이어트 압박에 시달리면서도 배고파하는 모습은 출출세포가 폭주하는 모습으로 드러나고, 우기와의 로맨스에 실패하고 새롭게 소개팅에서 만난 구웅(안보현)과 데이트 하기 전 옷을 고르는 모습은 패션세포의 패션쇼로 시각화됐다.

원작 웹툰의 이동건 작가는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드라마는 누구나 공감하기 좋은 내용으로 만드는 것이 여러 부분에 이점이 있다”며 “일, 사랑, 인생에 대한 고민들이 귀여운 로맨스와 함께 표현했다는 점에서 공감 포인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드라마의 기획과 제작을 맡은 조문주 스튜디오드래곤 CP는 서면 인터뷰에서 “평범한 30대 여성인 유미가 무엇을 먹을까, 좋아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대답을 할까 고민하는 원작의 작품세계가 매력적이었다”며 “일상이 드라마틱한 순간이 되고, 귀여운 세포들의 응원을 받으며 유미가 성장하는 이야기가 시청자를 사로잡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일상의 단면을 짧게 담아내고, 매주 연재하는 일상툰의 특성상 웹툰은 1~2분 내에 볼 수 있는 에피소드로 구성됐지만 드라마에선 호흡이 1시간 가까이로 길어졌다. 이 작가는 “매주 유미의 세포들을 연재하면서 다소 즉흥적인 부분도 있고 인물의 감정 흐름이 매끄럽지 않았던 점이 아쉽고 늘 마음에 걸렸다”며 “드라마에선 호흡이 길어지면서 이런 부분들이 아주 잘 정리됐다”고 말했다. 조 CP는 “웹툰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시트콤 형식을 빌려 에피소드로 구성했다”며 “시트콤에 경험이 많은 작가가 참여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라고 했다.


유미 등 등장인물들은 실사 배우로, 세포들은 애니메이션으로 들어간 점이 국내 드라마로선 최초 시도다. 이 작품은 시즌1과 시즌2가 함께 제작 중이다. 이 작가는 “늘 드라마 영상화에 관한 문의는 있었다. 늘 몸속의 세포들을 표현하는 것에서 이야기가 더 나아가지 않은 것으로 전달받았지만 이번엔 달랐다”고 했다. 조 CP는 “최초 시도라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새로운 형식의 영상을 만들 수 있었다. 실사와 애니메이션이 자연스럽게 연결돼 하나의 이야기로 볼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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