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년간 비행기 안 뜨는 제천비행장 시민 품으로 돌려줘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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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산-고암동 일대 18만여 ㎡ 방치…군 공항이지만 사실상 기능 상실
범시민추진위 ‘10만 명 서명 운동’…“지역 발전 막아, 용도 폐기해야”
제천시-의회도 적극 지지 입장

충북 제천에서 시민들이 제천비행장 폐쇄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제천시 제공
충북 제천에서 시민들이 제천비행장 폐쇄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제천시 제공

충북 제천에는 46년째 항공기가 뜨지도 내리지도 않는 비행장이 있다. 모산동과 고암동에 걸쳐 있는 18만여 m² 규모의 ‘제천비행장’이다. 세계적인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016년 뮤직비디오를 촬영해 유명해졌다. 군 공항이지만 사실상 군사시설 기능을 하지 않는 제천비행장을 폐쇄(군사시설 용도 폐기)하고, 시민들에게 돌려달라는 운동이 펼쳐져 실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시민들 10만 명 서명 운동 전개

13일 제천시 등에 따르면 지역의 각계 인사 42명으로 구성된 ‘제천비행장 찾기 범시민추진위원회’(위원장 송만배 전 제천문화원장)가 지난달 9일부터 10만 명 서명 운동을 펴고 있다. 이날까지 4만 명이 넘는 시민이 동참했다.

범추위는 비행장이 도심의 확장을 가로막고 있고, 인근에 초등학교와 고층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비행장의 기능을 상실한 점, 30여 km 거리의 원주·충주에 공군비행장이 있는 점 등을 들어 비행장 용도를 폐기하고 시민의 품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송 위원장은 “오랜 시간 동안 비행기가 뜨고 내리지 않은 데다 지역 발전의 걸림돌이 된 제천비행장을 폐쇄해야 한다는 지역민들의 열망이 높다”고 말했다. 범추위는 추석 연휴 기간 귀성객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병행하는 등 이달 말까지 10만 명의 서명을 받아 다음 달에 국방부와 국민권익위원회, 국회 등에 전달할 계획이다.

제천비행장은 1950년대 비행훈련장으로 건설됐다. 1180m 길이의 활주로가 1975년 콘크리트로 포장됐다. 이후 산불진화 헬기나 닥터헬기 등의 이착륙은 있었지만 훈련 목적의 항공기(전투기) 이착륙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04년 시와 국방부가 협약을 한 뒤 활주로는 개방됐다. 현재는 인근 주민들의 산책이나 운동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 시 “용도 폐기되면 시민 공간 활용”


시는 범추위의 활동을 지지하고 있다. 군사시설이다 보니 주변의 꽃밭 조성이나 벤치 조성 등을 할 때 군부대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고, 좁은 통학로와 차량 교행의 어려움 등 불합리한 점이 많다는 게 이유다. 시는 비행장 용도가 폐기되면 무상 양여나 부지 교환, 매입 등 소유권 이전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이전이 성사되면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공간으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상천 시장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90년대 초반 관선 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민들과 전임 시장들의 지속적이고 의미 있는 노력이 있었다”며 “제천비행장을 되찾기 위한 노력은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시민의 일원으로서 제천비행장이 시민들께 되돌려져야 함에 공감하며 범추위의 의미 있는 활동을 적극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시의회는 6일 “국방부는 제천비행장을 항구적으로 용도 폐기하고, 소유권을 제천시로 무상 이전해 달라”는 내용의 건의문을 채택했다. 시의회는 “제천비행장은 도심에 있어 지역 발전을 저해하고 주민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며 “반경 1.5km 안에 20개가 넘는 아파트단지와 대형병원, 학교가 있어 군사시설 기능이 사실상 상실됐다”며 용도 폐기를 요구했다.

수원화성군공항이전사업 총괄계획가를 지낸 범추위 백민석 간사(세명대 도시경제부동산학과 교수)는 “군사 목적 비행장의 기능을 종료시키고 시민들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 운동을 펴고 있다”며 “의림지와 도심을 잇는 제천비행장이 새로운 지역발전의 축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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