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김윤종]난민 텐트가 우리 집 근처에 세워진다면…

김윤종 파리 특파원 입력 2021-09-13 03:00수정 2021-09-1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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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난민 수용 찬반 논란 유럽의 현실
남 일 아닌 내 이야기로 해답 찾아야
김윤종 파리 특파원
“겨우 54%밖에 되지 않는다니요.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을 적극 도와야 합니다.”

지난달 26일 프랑스 파리 15구에 사는 이웃들과의 모임에서 프랑스인 지인이 일간 르피가로에 실린 기사를 보며 한 말이다. 아프간 난민 수용 여부를 설문한 결과 54%가 찬성이고, 46%는 반대 또는 무응답이었다는 내용이었다. 그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떡였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점령한 지난달 15일 이후로 뉴스를 통해 피란길에 오른 아프간 난민들의 고통스러운 표정을 하루에도 여러 번 접했다. 아프간 난민은 올해에만 55만 명을 넘어섰고, 이 중 80%가 아동, 여성, 고령자다.

이달 4일 파리 15구의 명소 ‘시트로엥 공원’이 갑자기 폐쇄됐다. 경찰이 공원을 둘러쌌다. 600명이 넘는 난민과 불법 이주민이 공원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아프간을 비롯해 에티오피아, 모로코 등지에서 온 이들은 공원에 텐트를 친 후 “이민자들을 위한 숙소를 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이후로 동네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공원이 닫히자 불법 점거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경찰이 텐트를 철거했지만 ‘일대를 배회하는 난민들이 있다’는 얘기가 퍼졌다. 주부 에나 씨는 “난민처럼 보이는 사람 3명이 아파트 입구에 서성이고 있어 무서웠다. 가정용 방범장치 설치를 고민 중”이라고 했다.

기자 역시 밤늦게 귀가할 때 주변을 경계하게 된다. 아이들에게는 ‘당분간 공원에 가지 말라’고 당부했다. 인도적 명분과 다분히 ‘남의 이야기’ 같다는 이유로 찬성했던 난민 수용이 막상 ‘내 이야기’가 되는 순간 많은 것이 달라졌다. 유럽 각국의 행보도 조금은 다르게 보였다. 터키는 아프간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에 241km 길이의 방벽을 설치했다. 터키 내 난민은 이미 500만 명에 달한다. ‘아프간 난민 수용 불가’를 선언한 그리스 역시 난민 수용소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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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은 이란, 우즈베키스탄 등 아프간 주변국이 난민을 수용하면 최대 10억 유로(약 1조3800억 원)를 지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015년부터 난민 유입으로 범죄 위험, 원주민과의 갈등이 커졌다. EU는 아프간 난민을 돕되 EU 역내로 난민들이 밀려드는 것은 막겠다는 것이다.

난민이나 이주민 문제는 이제 한국에도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다. 아프간 협력 사업에 참여한 현지인과 가족 등 377명이 지난달 한국 땅을 밟았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세금으로 왜 난민을 지원하나” “테러 위험에 노출된다”는 등 난민에 대한 거부감을 표시하는 의견이 올라왔다. 국내 누적 난민 인정자 및 인도적 체류자는 3454명(2020년 12월 기준)에 그치지만, 난민 신청 건수는 2014년 2896건에서 2019년 1만5452건으로 급증세다. 한국도 선진국 반열에 오른 만큼 난민 수용과 같은 인류 보편적 가치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제사회에서 커졌다.

한국도 난민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난민 수용에 따른 사회적 갈등과 이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할 시기가 가까워졌다. 나라마다 해답은 다르고 정답도 없다. 다만 고통스러운 난민의 입장, 다른 문화권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 난민이 ‘내 집’ 근처에 왔을 때 원주민들의 입장까지 함께 살피고 공감해 보는 것. 이런 것들이 난민 문제를 풀어가는 시작점이 아닐까.

김윤종 파리 특파원 zozo@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난민 텐트#아프간 난민 수용 찬반 논란#유럽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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