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에 혹시 도움될까 싶어…” 마약 초범들 해외직구도

김윤이 기자 , 조응형 기자 입력 2021-09-06 03:00수정 2021-09-06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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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사범 80%가 초범 ‘위험신호’
80% 넘은 건 2011년이후 처음
전문가 “마약 확산 위험신호”

올해 검거된 마약사범 10명 중 8명이 초범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경찰에 검거된 마약 사범 10명 중 8명이 초범인 것으로 드러났다. 2011년 경찰청이 마약 범죄를 따로 분류해 집계한 이후 초범 비율이 80%를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초범 비율 증가는 전체 마약 복용 인구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경고하고 있다.

5일 경찰에 따르면 올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검거된 6501명 중 관련 전과가 없는 초범은 5201명으로 80%를 기록했다. 대다수 마약 초범들은 인터넷을 통해 마약을 구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1월 필로폰을 투약한 뒤 운전하다 다른 차량 운전자를 숨지게 한 30대 남성도 인터넷에서 속칭 ‘던지기’(특정 장소에 마약을 숨기면 찾아가는 방식의 거래) 수법을 통해 마약을 구했다.

인터넷 검색으로 10∼30대 청년들도 마약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되면서 초범이 크게 늘어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마약사건 전문인 박진실 변호사는 “마약 범죄가 점점 늘어나는 신호 중 하나가 초범의 증가”라며 “금연 교육, 성폭력 예방교육을 하듯이 더 많은 마약 예방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울증에 혹시 도움될까 싶어…” 마약 초범들 해외직구도
마약사범 80%가 초범 ‘위험신호’
10~30대 청년층 마약사범이 55.5%
재범 막기 위해선 치료도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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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의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대마초를 같이 피웠어요.”

올해 3월 대마초 흡연 혐의로 서울 광진경찰서에 검거된 대학생 A 씨(22)는 경찰 조사에서 이렇게 진술했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A 씨는 자취방에 모여 인터넷을 통해 구입한 대마초를 남자친구 B 씨(23)와 다른 친구 C 씨(22) 등 2명과 함께 4차례 피웠다고 한다. B 씨가 우울증으로 힘들다는 고민을 털어놓자 A 씨가 대마초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는 것. 셋 다 마약 전과가 없는 초범으로 C 씨가 자수하면서 이들은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 관계자는 “우울증 치료 목적으로 대마초를 피웠다는 이야기를 듣고 귀를 의심했다. 마약 초범이 마약을 얼마나 쉽게 생각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 “마약 첫 구매도, 재구매도 쉬워”
5일 경찰에 따르면 A 씨처럼 마약 전과가 없는 초범 비율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마약 사범 중 초범 비율은 80%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초범 증가는 10∼30대 청년층 마약 사범이 늘어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올해 7월까지 10∼30대 마약 사범 비율은 55.5%로 2018년 40.7%에 비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 사용에 익숙한 20, 30대 청년층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쉽게 마약을 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마약 중독 치료를 받는 20, 30대 청년층 중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오프라인에서 즐길 유흥거리가 줄어들자 온라인을 통해 마약을 접한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마약 판매상을 거치지 않고 ‘해외 직구’로 마약을 들여오는 사례도 급속도로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관세청이 국제우편과 특송화물 속에서 적발한 마약은 60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8건)에 비해 4배 가까이 늘었다. 605건 중 259건은 10g 이하 소량이어서 개인이 직접 사용하기 위해 구매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관세청은 보고 있다. 마약사건 전문인 박진실 변호사는 “이전에는 호기심이 있어도 구하기가 어려웠는데 이젠 너무 쉽게 구할 수 있게 됐다”며 “첫 구매, 추가 구매가 모두 쉬워서 쉽게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마약 가격이 저렴해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필로폰의 경우 보통 수사기관은 마약 검거 사실을 발표할 때 1회 투약분 기준 0.03g에 10만 원으로 소매가를 책정해 발표한다. 하지만 최근 인터넷과 텔레그램에 마약 판매자가 내건 가격은 1g당 30만∼60만 원 정도로 기존 소매가의 10∼20% 수준으로 낮아졌다. 마약 수사 경력이 10년 이상인 한 수사관은 “최근 다양한 종류의 마약이 여러 경로로 들어오면서 마약 소매가가 싸졌다”며 “구입이 쉬워져 ‘고급 일탈’이었던 마약이 ‘한 번쯤 해볼 만한 일’이 된 것”이라고 전했다.

○ 초범 때가 치료 ‘골든타임’
전문가들은 마약 초범의 재범을 막기 위해선 처벌뿐 아니라 치료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마약중독 치료와 재활을 위한 인프라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가 지정한 치료보호시설은 2020년 기준 21개 의료기관 병상 수 300개로 전체 마약 검거 인원이 1만 명을 웃도는 것에 비하면 크게 부족한 숫자다. 마약 중독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천영훈 참사랑병원 원장은 “마약 사범은 재범보다는 초범 때 비교적 치료에 대한 동기도 분명하고 치료 프로그램도 잘 따라온다”며 “초범들이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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