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잘 가꾼 몸’은 한때 생존요소였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1-09-04 03:00수정 2021-09-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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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니스의 시대/위르겐 마르추카트 지음·류동수 옮김/424쪽·2만 원·호밀밭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이 ‘가장 피트니스를 잘한 자의 생존’으로 읽히는 시대. 이 책의 목적은 피트니스 산업의 현황이나 최신의 경향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다. 독일의 역사학 교수이자 한 해 6000km를 달리는 자전거광인 저자는 몸만들기에 대한 사회적 담론의 역사와 그 현대적 의미를 돌아본다. 피트니스의 사회적 의미론이라고 할 만하다.

책의 기본 전제는 ‘피트니스 담론은 정치적’이라는 점이다. 혁명의 18세기에 등장한 시민계급은 귀족계급처럼 비만해서도, 노동계급처럼 혹사당한 모습이어서도 안 되었다. 19세기의 다윈주의는 말 그대로 ‘핏(fit)한’ 개체의 생존을 부각했다. 파시즘은 민족공동체를 위한 몸만들기를 강조했고 이는 전쟁과 냉전으로 더욱 퍼져나갔다.

전후 서방의 호경기와 함께 유연한 몸은 유연한 자본주의의 기호가 되었다. 섹스와 ‘섹슈얼함’의 위상이 높아진 점도 몸만들기 경쟁을 가속화했다. 과거 전쟁이 제공했던 영웅주의는 스포츠 영웅과 비슷하게 보이는 ‘피트니스 영웅’들을 불러냈다.

그리하여 핏한 몸이 들려주는 담론은 이렇다. 사회는 생산적이고 정력적이며 싸울 준비가 된 시민을 요구한다는 것. 뚱뚱한 자는 실패자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저자는 답을 주지 않는다. 이런 현실이 문제라고 선언하지도 않는다. 섣부른 ‘충고 조언’이 없다는 점이 역설적으로 이 책의 미덕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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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피트니스#잘 가꾼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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