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으로 이어지는 ‘데이트 폭력’…이렇게 대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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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9월 2일 11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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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진 비난 여론, ‘해시 태그’ 운동까지 더해
이수정 범죄심리학 교수 “폭행 수위가 높다”
재범률 높은 데이트 폭력, 무려 76%

고(故) 황예진 씨(왼쪽)와 범행 당시 폐쇄회로(CC)TV. SBS 캡처
고(故) 황예진 씨(왼쪽)와 범행 당시 폐쇄회로(CC)TV. SBS 캡처
남자 친구의 무자비한 폭행으로 뇌사 상태에 있다가 지난달 17일 숨진 황모 씨 사건과 관련해 유가족이 관계 당국에 엄정한 수사를 요청하고 나선 가운데, ‘데이트 폭력’이 다시 사회 문제로 수면 위에 올랐다.

최근 황 씨는 주변에 자신과 ‘연인 관계’임을 밝혔다는 이유로 남자친구 A 씨에게 폭행을 당한 뒤 꽃다운 나이에 숨을 거뒀다. 이 사건에 대해 의문을 가진 유가족 측은 국민 청원에 ‘명백한 살인’이라는 글을 올리며 이후 폐쇄회로(CC)TV와 피해자인 딸의 얼굴까지 공개해 파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다만 법원은 “(A 씨는)도주 가능성이 낮다”며 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고 경찰은 폭행과 피해자 사망 인과관계를 조사한 뒤 A 씨의 혐의를 ‘상해 치사’로 변경해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외에도 15㎏ 헬스장 원판과 아령 등으로 후배를 무차별 폭행해 중상해를 입힌 헬스 트레이너가 전 여자친구도 상습적으로 폭행했다는 고소장이 접수돼 광주 북부경찰서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다.

분노한 누리꾼들 “불구속이 말이 되냐”
고 황 씨의 친구가 올린 ‘2021 하늘 챌린지’ 해시태그 운동. 인스타그램 캡처
고 황 씨의 친구가 올린 ‘2021 하늘 챌린지’ 해시태그 운동. 인스타그램 캡처

사건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특히 황 씨의 사건을 접한 누리꾼들은 “불구속이 말이 되냐”, “상식적으로 사람을 때려서 죽이는 건 살인이지”이라며 현재 판결에 대해 맹비난을 했다.

이어 자신을 황 씨의 친구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 사건 관련 언론 보도를 스크랩하거나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그러면서 사건이 억울하게 묻히지 않도록 ‘2021 하늘 챌린지’ 해시태그 운동에 참여해달라고 호소했다.

전문가들 “미필적 고의 고려 가능”
이수정 범죄심리학 교수. 동아DB
이수정 범죄심리학 교수. 동아DB

비난 여론이 거세진 가운데 동아닷컴은 해당 사건에 대한 견해와 ‘데이트 폭력’에 관해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했다.

이수정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황 씨 사건과 관련해 “폭행의 수위가 높다”며 “죽을 지도 모르겠다라는 걱정을 한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명확하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이 여러 거짓말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거짓말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나 자료가 있다면 확인 후 미필적 고의를 고려할 수 있다”라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다만 섣부른 판단은 자제해야 한다는 해석이다.

법무법인 율화 조세희 변호사는 불구속 기소에 대해 “구속 사유가 도주나 증거 인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허위 신고’일지라도 119에 신고한 가해자의 행동이 그 가능성을 낮춰 판결에 반영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변호사는 앞으로의 법원 판결에 대해 “현재 수사기관의 죄명인 ‘상해 치사’로 판결될 것”이라고 예상하며 “다만 유가족 측이 합당한 근거나 사망과 관련한 인과관계를 제시한 뒤 ‘미필적 고의’를 주장한다면 수사기관은 그와 같은 방향성을 두고 다시 기소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정도의 폭행이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겠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폭행했다는 ‘미필적 고의’를 제시하면 죄명을 의율(擬律)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조 변호사는 “현재로썬 폭행죄의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고 상해죄의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 원 아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데이트 폭력, 이렇게 대처하라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조 변호사는 “보통 데이트 폭력은 친밀한 관계인 연인 관계에서 다수 발생한다”며 “데이트 폭력의 재범률이 무려 76%나 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인 관계에서는 충분히 사소한 폭언에서 폭행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심각성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폭행이 발생했을 시 참는 것이 아닌 증거자료를 수집한 후 ‘접근 금지 신청’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증거 자료들로는 데이트 폭력으로 인해 상해를 입은 사진, 의료진의 기록, 협박 내용이 담긴 메시지, 통화 내용 녹음, cctv, 블랙박스 등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9년 8월까지 데이트 폭력 가해자는 총 4만 2629명, 연평균 1만1624명으로 집계됐다. 데이트 폭력 피해자는 무려 4만 4064명에 달한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71.8%인 3만1634명으로 나타났다.

데이트폭력 연도별 피해는 ▲2016년 8639명 ▲2017년 1만 1737명 ▲2018년 1만 4211명 ▲2019년 8월 기준 9477명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한지혜 동아닷컴 기자 onewisd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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