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했던 화마의 기억 털어버리고 재입주할 날만 기다려요”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지난해 대형 화재 울산 삼환아르누보
내년 4월 완공 목표로 보수공사 한창
철골기둥 등 구조보강 작업 이어져

지난해 10월 대형 화재가 발생한 울산 삼환아르누보 아파트가 내년 4월 완공 예정으로 최근 보수공사에 들어갔다. 사진은 1일 오전 보수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 모습.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지난해 10월 대형 화재가 발생한 울산 삼환아르누보 아파트가 내년 4월 완공 예정으로 최근 보수공사에 들어갔다. 사진은 1일 오전 보수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 모습.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끔찍했던 화마(火魔)의 기억을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입주할 날만 손꼽아 기다립니다.”

지난해 10월 대형 화재가 발생했던 울산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가 내년 4월 완공 예정으로 최근 보수공사에 들어갔다.

이 아파트 12층이 집인 A 씨는 1일 “불길을 피해 나온 지 10개월 이상 가족들과 집 떠나 살면서 큰 불편을 겪고 있다”며 “보수공사가 깔끔하게 마무리돼 재입주할 날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삼환아르누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전병민 위원장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보수공사 업체와 계약을 맺고 지난달 초부터 본격 공사에 들어갔다”며 “내년 5월부터는 재입주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1일 오전 삼환아르누보 아파트 주변에는 보수공사를 위한 안전펜스가 설치돼 있었으며, 이미 20층까지 외벽을 따라 비계가 설치돼 있었다. 현장 주변에는 시공사가 설치한 공사 안내문과 ‘비산먼지! 소음! 저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20층 이상 고층에 비계를 추가 설치하기 위해 대형 크레인도 작동하고 있었다.

보수공사는 안전펜스 설치를 시작으로 비계 등 가설구조물을 설치한 후 아파트 외벽 철거 작업을 한다고 시공사 측은 밝혔다. 철거는 맨 위층인 33층부터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 가설 구조물 설치와 철거 작업에만 3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외부 철거가 끝나면 내부 철거와 철골기둥 등 구조 보강 작업이 이어진다. 외부 보수에 이어 가구별 내부 보수를 하면 보수공사가 끝난다. 앞서 올 3월 구조안전진단업체에 의뢰해 실시한 정밀 안전진단 결과 건물의 전체 구조는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환아르누보는 지하 2층, 지상 33층 높이로 2009년 준공됐다. 127가구에 오피스텔 9실, 상가 10곳, 주민은 400여 명이 거주하고 있었다. 이 아파트에서는 지난해 10월 8일 오후 11시 14분경 불이 났다. 화재 당시 총인원 1655명, 장비 264대 등이 동원돼 15시간 이상 화재 진압과 구조 활동이 펼쳐졌다. 대피 과정에서 경상자만 10명 미만 발생했을 뿐 사망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당시 2802호 주민 구창식 씨(52)는 아기를 안은 임산부 등 18명을 안전하게 대피시켜 ‘울산 의인’으로 칭송받으며 국무총리 표창장을 받았다. 구 씨는 경찰청과 포스코청암재단 등에서 받은 상금과 장학금을 기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울산소방본부는 이 화재 이후 고층 건물 화재에 대비한 현장 대응 매뉴얼을 개발해 시민들에게 알렸다. 매뉴얼에는 △119 신고 및 ‘불이야’를 외치고 화재경보기 버튼을 누르고 △대피하면서 이웃집 현관문을 두드려 화재 발생 사실을 알리기 등이다. 또 70m 높이까지 다다를 수 있는 고가사다리차도 12월에 배치하기로 했다.

이 아파트는 화재 이후 전원이 차단되고 출입이 금지돼 주민 전원이 원룸과 임대아파트 등지로 뿔뿔이 흩어져 생활하고 있다. 아파트가 전소 또는 반소된 50여 가구는 보험사와 합의를 봤지만 나머지 가구는 아직 협상 중이라고 비대위는 밝혔다.

이 아파트의 화재 원인은 미궁이다. 울산경찰청은 화재 직후 72명으로 수사 전담팀을 꾸려 2개월간 수사에 나서 발화 지점은 3층 야외 테라스 나무 덱 아래로 특정했다. 하지만 덱 아래에서 낙엽과 담배꽁초 등이 발견됐음에도 명확한 발화 원인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화재 자체는 실화로 추정하지만, 누가, 어떻게 불을 냈는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화마#재입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