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올림픽, 왜 패럴림픽?… 올림픽과 ‘어깨 나란히’ 뜻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축제는 끝나지 않았다… 24일 도쿄패럴림픽 개막 ‘13일간 열전’
패럴림픽 알쓸신잡 10가지 Q&A

배드민턴 휠체어(WH2) 남자 단식 세계랭킹 1위 김정준은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서 초대 챔피언 등극을 노린다. 태권도와 함께 배드민턴은 이번 대회부터 정식 종목이 됐다. 대한장애인배드민턴협회 제공
배드민턴 휠체어(WH2) 남자 단식 세계랭킹 1위 김정준은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서 초대 챔피언 등극을 노린다. 태권도와 함께 배드민턴은 이번 대회부터 정식 종목이 됐다. 대한장애인배드민턴협회 제공
24일 일본 도쿄에서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이 막을 올려 9월 5일까지 열린다.

일본은 이번 대회 개최로 1964년에 이어 패럴림픽을 두 번 개최하는 첫 번째 도시가 됐다. 1964년 도쿄 대회는 패럴림픽이라는 명칭을 처음 쓴 대회이기도 하다. 일본은 ‘게임 천국’이라는 이미지답게 이번 대회를 앞두고 ‘더 페가수스 드림 투어’라는 패럴림픽 공식 비디오 게임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14개 종목에 선수 86명 등 총 159명이 참가한다. 알아 두면 쓸모 있는 패럴림픽 상식 10가지를 문답으로 정리해 봤다.

Q. 장애인 올림픽을 왜 패럴림픽이라고 부르나.

A. 비장애인 올림픽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뜻이다.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 공식 설명에 따르면 패럴림픽은 ‘옆의’ ‘대등한’이라는 뜻인 그리스어 접두사 파라(para)와 올림픽을 합친 표현이다.

40대 이상 독자 가운데는 ‘1988 서울장애자올림픽’ 마스코트 ‘곰두리’를 기억하는 분이 계실 거다. 1988년 서울 대회는 △올림픽이 열린 도시에서 △올림픽 시설을 활용해 △올림픽에 연이어 치른 첫 패럴림픽이었다. 성화 봉송도 1988년 서울 대회 때가 처음이었다.

단, 초창기에는 하반신 마비(paraplegic) 선수가 참가하는 대회였기 때문에 패럴림픽이라는 명칭을 썼다. 그러다 다른 장애인도 참여하는 대회가 되면서 의미를 확장했다.

Q. 2020 도쿄 올림픽 금메달은 총 339개였다. 도쿄 패럴림픽 금메달은 몇 개인가.

A. 539개다. 원래 패럴림픽이 비장애인 올림픽보다 금메달 개수가 더 많다.

금메달 개수가 많다는 건 하위 종목(event)이 더 많다는 뜻이다. 사실 종목 개수(22개) 자체는 비장애인 올림픽(33개)보다 적지만 패럴림픽은 장애 부위와 정도에 따라 등급을 나눠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메달 개수가 늘어난다.

일본 전통 부채를 모티프로 디자인한 이번 패럴림픽 메달은 전면에 점자로 ‘Tokyo 2020’이라고 써넣었으며 메달 옆에는 금은 1개, 은은 2개, 동은 3개 홈을 파서 메달 색을 구분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Q. 올림픽 때 양궁처럼 한국이 절대 강세인 종목이 있나.

A. 보치아다. 한국은 보치아가 처음 정식 종목이 된 1988년 서울 대회부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때까지 8번 연속으로 이 종목 금메달을 놓치지 않았다. 도쿄 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에서 한국이 달성했던 9회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것이다.

뇌성마비 장애인이 참가하는 보치아는 구슬치기와 컬링을 합친 형태라고 이해하면 된다. 빨강과 파랑 두 색깔의 공을 6개씩 나눈 뒤 하얀 표적 공에 가장 가까이 던진 공에 1점을 더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보치아는 골볼과 함께 비장애인 올림픽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종목이기도 하다. 이번 대회 때 한국 대표는 골볼에 출전하지 않는다.

Q. 태권도도 패럴림픽 정식 종목인가.

A. 그렇다. 이번 도쿄 대회부터 태권도는 배드민턴과 함께 패럴림픽 정식 종목으로 이름을 올렸다.

태권도는 비장애인 올림픽에서 그런 것처럼 패럴림픽에서도 메달 갈증에 시달리는 나라에 메달을 선물하는 ‘관대한 종목’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한 상황이다.

휠체어2(WH2) 남자 단식 세계랭킹 1위 김정준(43·울산 중구청) 등 7명이 출전하는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 역시 이번 대회에서 패럴림픽 초대 챔피언 등극을 노린다.

Q. 비장애인 올림픽에서 특정 종목에 강한 나라는 패럴림픽에서도 그런가.

A. 그런 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은 패럴림픽 탁구에서도 금메달을 가장 많이(62개) 딴 나라이고, 미국은 휠체어 농구 금메달 최다(12개) 획득 국가다. 브라질은 5인제 축구가 패럴림픽 정식 종목이 된 2004년 아테네 대회 이후 금메달을 놓친 적이 없다.

단, 양궁에서는 한국(16개)이 아니라 영국(20개)이 가장 많은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은 통산 양궁 금메달 개수에서 미국(19개)에도 뒤진다. 종합순위에서는 중국이 2004년 이후 줄곧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Q. 한국은 언제부터 패럴림픽에 나갔나.

A. 한국은 1968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열린 제3회 대회부터 참가했다. 당시에는 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했지만 1972년 하이델베르크 대회 때는 금 4개, 은 2개, 동 1개로 종합 16위를 차지했다.

이 대회 때는 베트남전쟁 도중 장애를 얻은 송신남(77)이 탁구 TT1(숫자가 작을수록 장애 정도가 심함) 남자 단식 정상에 오르면서 한국 패럴림픽 역사상 첫 금메달을 따냈다. 비장애인 올림픽에서 첫 금메달이 나온 건 1976년 몬트리올 대회 때였으니까 패럴림픽이 4년 더 빨랐다. 송신남은 이 대회 단체전 우승으로 한국인 첫 패럴림픽 2관왕 타이틀도 얻었다.

일본 전통 부채를 모티프로 디자인한 2020 도쿄 패럴림픽 메달. 사진 출처 도쿄 패럴림픽 홈페이지
일본 전통 부채를 모티프로 디자인한 2020 도쿄 패럴림픽 메달. 사진 출처 도쿄 패럴림픽 홈페이지
Q. 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 모두 메달을 딴 선수도 있나.


A. 한국 선수 가운데는 없지만 해외 선수 가운데는 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펜싱 남자 플뢰레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딴 세케레시 팔(57·헝가리)은 1991년 교통사고로 휠체어를 타게 됐다. 이후 휠체어 펜싱 선수로 변신한 세케레시는 1992년부터 2008년까지 패럴림픽에 출전해 금메달 3개, 동메달 3개를 따냈다. 세케레시는 1999∼2005년 헝가리 체육청소년부 차관을 지내면서도 패럴림픽 출전을 잊지 않았다.

Q. 휠체어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휠체어 농구에도 트레블링이 있나.

A. 그렇다. 볼을 들고 있는 상태로 휠체어를 세 번 이상 밀면 트레블링을 선언한다. 비장애인 농구와 마찬가지로 드리블은 몇 번을 해도 상관이 없다. 그 밖에 페인트존 3초 제한 등 나머지 규칙은 비장애인 농구와 똑같다.

휠체어 테니스도 다른 규칙은 비장애인 테니스와 같지만 2바운드를 인정한다는 점이 다르다. 바닥에 두 번 튄 공을 상대 코트로 넘겨도 정상 플레이로 간주하는 것이다. 배드민턴 휠체어 종목이 코트 폭을 반만 사용하는 것도 비장애인 배드민턴과 다른 점이다.

또 휠체어를 타고 경주를 벌이는 종목에서는 앞바퀴 맨 앞이 아니라 중심점이 결승선 통과 기준점이 된다는 것도 알아두면 좋다. 또 휠체어 경주에서는 출발 신호 때 앞바퀴가 땅에서 떨어져 있으면 부정 출발이다.

Q. 시각장애인 육상 선수는 비장애인과 손을 잡고 뛰는 것 같던데….

A. 맞다.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선수가 참가하는 T11 종목 선수는 가이드 러너와 함께 뛸 수 있다. 단, 손을 잡고 뛰는 건 아니고 끈을 사용해 0.5m 거리를 유지한 채 달린다. 만약 가이드 러너가 선수보다 앞서 달리면 실격 처분을 받게 된다.

사이클에서도 파일럿이 시각장애인 선수 앞에 앉아 방향을 잡아 준다. 시각장애인 수영 선수는 턴(turn) 지점을 짐작할 수 있도록 모자에 태퍼(tapper)라고 부르는 기구를 장착하고 경기에 참여한다.

Q. 패럴림픽 메달을 딴 선수도 연금 혜택을 받나.

A. 그렇다. 패럴림픽 메달리스트 역시 비장애인 올림픽 메달리스트와 똑같이 경기력향상연구연금 포인트(금 90점, 은 70점, 동 40점)를 받는다. 그러면 금메달리스트는 월 100만 원, 은메달리스트는 월 75만 원, 동메달리스트는 월 52만5000원을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2004년 아테네 대회 때까지는 패럴림픽과 비장애인 올림픽 메달리스트 사이에 차이가 있었지만 2008년 베이징 대회 이후로는 이 차이가 사라졌다. 단, 신체적인 특성 때문에 패럴림픽 선수는 병역 혜택과는 무관하다.

‘신유빈과 맞대결’ 파르티카 5연패 도전… 男육상 1500m선 ‘비장애인 기록’ 추월
“장애는 극복 대상이 아니다” … 비장애인 선수 뛰어넘는 패럴림픽 선수들

“장애는 극복의 대상이 아닙니다.”

서울 시내 한 어린이집에서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을 앞두고 보낸 가정통신문에 등장한 문구다. 이 가정통신문은 “‘보다 극적으로’, ‘보다 감동적으로’, ‘보다 영웅스럽게’ 장애인 스포츠를 보도하는 게 문제”라면서 “‘감동’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장애를 극복의 대상으로 만든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학부모들에게 “‘장애’가 아닌 ‘스포츠’에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장애의 반대말은 정상이 아니라 비장애”이며 “장애인 선수들도 스포츠를 즐기고 경기를 치르는 데 있어서 스포츠 본연의 스릴과 감동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리고 계속해 “장애인 선수는 더 이상 장애를 극복한 특별한 선수가 아니다”라며 “스포츠를 통해 성취감을 얻는 한 명의 스포츠 선수”라고 강조했다.

폴란드 탁구 대표 나탈리아 파르티카(32)가 이를 증명하는 대표 사례다. 2020년 도쿄 올림픽 여자 단체전에서 나탈리아 바요르(24)와 짝을 이뤄 한국의 신유빈(17·대한항공)-최효주(23·삼성생명) 조를 상대했던 파르티카는 오른쪽 팔꿈치 아래가 없는 상태로 태어났다. 파르티카는 “장애에 대한 질문을 10년 넘게 받고 있는데 좀 지겹다”며 “나는 비장애인 선수들이 하는 모든 것을 할 줄 안다. 장애는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파르티카는 현재 국제탁구연맹(ITTF) 랭킹 79위로 신유빈(82위)보다도 세 계단이 높다. 신유빈은 82위가 개인 최고 랭킹인 반면 파르티카는 48위까지 오른 적이 있다. 이번 도쿄 올림픽 때는 2회전에서 탈락한 파르티카지만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이번 대회의 신유빈처럼 32강에 진출했다.

그 대신 파르티카는 비장애인 선수가 할 수 없는 것도 할 줄 안다. 파르티카는 2004년 아테네 패럴림픽 때 TT10(숫자가 작을수록 장애 정도가 심함) 여자 단식 금메달을 차지한 뒤로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때까지 4연패를 이뤘다. 현재 TT10 랭킹 1위인 파르티카는 도쿄에서 패럴림픽 5연패에 도전한다.

TT10 랭킹 2위 멀리사 태퍼(31·호주) 역시 2016년 리우 대회에 이어 이번 도쿄 대회 때도 비장애인 올림픽과 패럴림픽 동시 출전을 앞두고 있다. 그 밖에 파올라 판타토(62·이탈리아·양궁)는 1996년 애틀랜타 대회 때, 나탈리 두 토이(37·남아프리카공화국·수영)는 2008년 베이징 대회 때, 오스카 피스토리우스(35·남아프리카공화국·육상)는 2012년 런던 대회 때, 자라 네마티(36·이란·양궁)는 2016년 리우 대회 때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모두 출전했다.

미국 육상 대표 말랴 루냔(52)도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모두 출전한 선수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선수다. 시차를 두고 두 대회에 모두 출전한 선수는 올림픽에서 활약하다가 장애를 얻은 뒤 패럴림픽 무대로 옮기는 게 일반적이다. 반면 망막 손상 때문에 법적 실명 상태인 루냔은 1992년 바르셀로나, 1996년 애틀랜타 패럴림픽에서 금메달 5개, 은메달 1개를 따낸 뒤 2000년 시드니, 2004년 아테네 대회 때는 올림픽으로 무대를 옮겼다. 루냔은 시드니 올림픽 때는 여자 1500m에서 8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루냔처럼 도우미 없이 혼자 트랙을 달릴 수 있는 육상 선수는 T13 등급에서 경기를 벌인다. 2016년 리우 패럴림픽 남자 1500m T13에 참가한 압델라티프 바카(27·알제리)는 3분48초29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는 리우 올림픽 1500m 금메달리스트 매슈 센트로위츠 주니어(32·미국)가 결선에서 기록한 3분50초보다도 빠른 기록이었다.

그래서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따로 여는 게 오히려 장애인을 차별하는 것이라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프랑스 시각장애인 트라이애슬론 선수 샤를 카트린(33)은 “올림픽에 처음 여자 선수들이 나오기 시작했을 때도 ‘누가 그렇게 실력이 떨어지는 경기를 보겠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2012년 런던 패럴림픽 때 경기장 입장권 272만 장이 팔렸다. 전 세계에 장애인이 13억 명이다. 스폰서 기업도 중국만 한 ‘이머징 마켓’을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도쿄 패럴림픽#어깨 나란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