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 백신 女 무료접종 확대…男도 필요한 이유

  • 뉴시스
  • 입력 2021년 8월 20일 11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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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자궁경부암 백신의 무료 접종 대상을 현행 만 12세 이하 여성 청소년에서 만 17세 이하로 넓히겠다고 밝혀 소비자와 제약업계가 환영하고 있다.

다만, 실질적인 예방을 위해선 남성 청소년 등으로 확대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이날 문 대통령은 청와대 국민청원 도입 4주년을 맞아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청원에 대한 답변에서 “여성 청소년 모두 무료 예방 접종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18~26세 여성에 대해선 저소득층부터 무료로 접종받을 수 있도록 하며 점차 대상을 넓혀가겠다”고 밝혔다.

자궁경부암은 백신 접종으로 예방 가능한 유일한 암이지만 대상이 만 12세 여아에 한정돼 효과가 미흡했다. 최대 60만원에 달하는 접종비용 때문에 접종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지원 확대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현재 자궁경부암은 원인 바이러스인 HPV(인유두종바이러스)의 백신 접종으로 예방하고 있다. 자궁경부암의 99%가 HPV 감염을 원인으로 해서다.

HPV는 성별에 상관없이 남녀 모두 예방이 필요하다. HPV가 주요하게 자궁경부암을 일으킨다고 해서 남성은 예방이 필요 없는 것처럼 오인하는 경우가 많은데 국제유두종바이러스협회(IPVS)에 따르면, 모든 종류의 암 중 5%는 HPV와 관련 있다. HPV 감염이 자궁경부암 외에도 남성에서 항문암, 음경암이나 생식기 사마귀와 같은 HPV 관련 질환을 일으켰다. 더구나 HPV는 성 접촉을 통해 감염되기 때문에 남녀 모두 예방했을 때 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번 대통령의 대상 확대 발표에는 남아가 빠져 있어 실질적인 질환 퇴치를 위해선 남성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

실제로 국제사회에선 ‘여성을 위한’ 예방접종에서 ‘남녀 모두를 위한’ 것으로 의미가 확대되고 있다. HPV 백신을 국가 필수 예방접종(NIP)에 도입한 세계 113개국 중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스위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40개국은 이미 남아 접종을 확대 지원 중이다. 세계보건기구(WHO), 미국암협회(ACS), 미국국립암연구소(NCI) 지정 암센터는 13~15세 남녀 청소년 HPV 예방 접종률을 80%까지 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 역시 만 11~12세 여아 및 남아에게 백신 접종을 권장하면서 해당 시기에 접종받지 않았거나 완료하지 못한 만 13~26세 여성 및 13~21세 남성에게도 권장하고 있다.

OECD 36개국 중 35개국은 HPV 백신을 국가예방접종에 도입해서 그 중 절반 이상인 18개국이 접종대상을 남아까지 확대했다. 이에 따라 앞서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작년 11월 발의한 감염병예방법 역시 HPV 백신 접종대상을 만 18세 미만(만 17세 이하) 모든 아동에게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혜영 의원은 “대통령이 많은 국민이 바랬던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대상 확대에 대해 직접 답변한 것을 환영한다”면서도 “아직 대상에 남아가 제외되고 있는 문제 등 부족한 부분이 있다. 발의한 감염병예방법을 중심으로 의정활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사람유두종 바이러스(HPV)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서도 감염된다. 실제로 남성 질병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며 “WHO, CDC 등 많은 국제 보건 기구들은 남성도 함께 예방 접종을 할 것을 권장하고 있고 남아를 국가 예방 접종에 포함시키는 국가가 늘고 있는 추세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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