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긴축 임박에… 코스피 외국인 비중 30% 밑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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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사상최대 7조원 순매도… 올해 코스피서 26조원어치 팔아
반도체 하락세 진입 전망에 최근 환율 급등도 매도 부추겨
한은 금리인상 시기와 겹치면, 국내 증시 조정 장기화 우려도

뉴시스
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시가총액 점유율은 5년 2개월 만에 30% 밑으로 떨어졌다.

미국의 조기 긴축 신호로 달러 강세 현상이 두드러진 데다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가 더해지면서 외국인의 ‘셀(sell) 반도체’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동학개미’의 등장 이후 외국인투자가들의 위세가 예전만 못하지만 이들의 셀 코리아가 계속되고 미국발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과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시기가 맞물릴 경우 국내 증시가 큰 조정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외국인 ‘반도체 투톱’ 매도 폭탄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주(9∼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5거래일 연속 매도 공세를 펼치며 총 7조1146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주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이 여파로 코스피는 13일 종가 기준으로 11주 만에 3,200 밑으로 떨어졌다. 외국인은 올 들어 코스피에서만 26조 원이 넘는 주식을 팔아치웠다.

외국인 매도세에 불을 댕긴 건 미국발 조기 긴축 우려였다. 로버트 캐플런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1일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테이퍼링 계획을 발표하고 10월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고 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테이퍼링 스케줄을 발표하거나 시작하는 시점에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됐다”며 “외국인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한국 등 신흥국 시장에서 자금 회수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여기에다 국내 증시를 떠받치던 반도체 업황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을 지나 하락세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외국인의 ‘패닉 셀링’을 부채질했다. 외국인은 지난주 코스피 시총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5조5925억 원, 2조145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지난주 외국인의 코스피 전체 순매도 규모를 뛰어넘는 금액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영업이익에서 메모리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당분간 업황 부진에 따른 주가 하락과 매도세가 계속될 수 있다”고 했다.

○ 외국인 매도, 환율 상승 부채질

외국인의 주식 매도는 미국발 긴축 우려에 따른 전 세계적인 달러 강세 현상과 맞물려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 압력을 더 높이고 있다. 6월 초 달러당 1105.9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13일 1169.0원으로 두 달여 새 60원 넘게 급등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달 말 미국 잭슨홀 미팅(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테이퍼링 계획이 가시화되면 달러 강세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 흐름이 계속되면 외국인들에게 한국 주식시장의 매력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세가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는 상황도 외국인의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말 불거진 중국 당국의 산업 규제도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시장 전반에 대한 외국인의 매도세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향후 미국발 테이퍼링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겹칠 경우 금융시장의 후폭풍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 상승 압력이 거세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주식시장 조정 국면은 불가피하다”며 “금리 인상에도 물가가 잡히지 않으면 조정 국면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외국인의 매도세가 한국 금융시장 전체가 아닌 반도체 업종에 국한돼 있어 장기간 매도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미국#긴축 임박#코스피#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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