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인 받고도 13년째 착공 감감…공공임대 사업 총체적 부실

황재성기자 입력 2021-08-13 11:49수정 2021-08-13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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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단지의 모습. 2021.8.2/뉴스1 © News1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핵심 대책으로 현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임대주택사업이 총체적인 부실에 빠져 있다는 국회 분석 보고서가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사업승인을 받고서도 13년 이상 착공하지 못한 사업장이 있고, 이미 준공됐지만 6개월 이상 주인을 찾지 못한 장기 임대주택이 매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주택 운영적자도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문제들은 정부가 시장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양적 목표 달성에 초점을 맞추고 사업목표를 세우는 등 부실하게 사업을 운영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면밀한 수요 파악을 바탕으로 면적별·지역별 공급계획을 수립하고 적정 물량을 건설·공급해야 한다고 지적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런 내용의 보고서 ‘2020 회계연도 결산 위원회별 분석-국토교통위원회’를 홈페이지에 최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매년 발행되는 것으로, 전년도 부처별 재정사용 내용을 검토 분석한 내용이 담겨 있다. 보고서는 책자로 제작돼 17일 배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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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승인 받고도 13년째 착공 못한 단지
보고서에 따르면 사업승인을 받았는데도 착공하지 못하고 있는 공공임대주택 물량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6만5494채에 달했다. 일반적으로 사업승인 이후 착공까지 걸리는 시간은 최소 2,3년 정도다. 그런데 3년을 넘은 물량만 무려 1만7872채에 달했다.

특히 경기 양주 옥적에 짓기로 한 국민임대(1278채)와 이천 장호원 국민임대(500채)는 2008년 말 사업승인을 받았지만 현재까지 착공하지 못한 상태다. 무려 13년간 방치된 셈이다. 충남 도청 이전부지에 짓기로 한 국민임대12단지(2148채)와 13단지(1224채)는 2011년에 사업승인이 났지만 착공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사업승인이 나면 토지보상과 조성 등 주택건설 공사를 위한 선행작업이 진행된다. 그만큼 자금이 투입된다는 뜻이다. 실제로 4개 단지의 경우 정부가 78억~519억 원에 달하는 출자금을 지원했고, 178억~486억 원 규모의 융자도 발생했다.

예산정책처는 이에 대해 “미착공 물량의 발생은 한정된 재원의 효율적 배분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사업승인 후 4,5년 또는 그 이상의 시차가 발생하게 되면 계획 승인 당시 임대주택 수요와 실제 공급이 이뤄지기 시점의 수요가 달라질 우려가 있다”며 “착공 지연이 최소화할 수 있도록 사업관리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토교통부는 이와 관련해 “장기 미착공된 4개 단지는 사업성 열악과 수요부족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하고, “계획 변경을 통해 사업 유형을 바꾸거나 사업을 전면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미착공 물량의 조기 착공 유도를 통해 공급시기를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장기 공실 임대주택 늘어난다
이승우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10일 폭염 및 방역 대응 점검차 전북 전주시 만성지구 공공임대아파트 건설공사 현장을 방문해 안전교육장 앞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행정안전부 제공) 2021.8.10/뉴스1
준공하고도 6개월 이상 주인을 찾지 못해 빈 채로 있는 ‘장기 임대주택’도 적잖았다.

2017~2020년 사이에 준공된 임대주택 가운데 장기 미임대주택(2020년 말 기준)은 다가매입임대 4596채, 국민임대 1만92채, 영구임대 2194채, 공공임대 2419채, 행복주택 5591채 등 모두 2만4820채였다. 이 기간 준공된 전체 공공임대주택(102만5316채)의 2.4%에 해당한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갈수록 더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2019년과 2020년에 각각 준공된 물량 가운데 장기 미임대 물량(올해 5월 기준)의 비중은 2019년(공급 7만6543채·미임대 4203채)은 5.5%, 2020년(7만2349채·5657채)은 7.8%로 각각 높아졌다.

국토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입주자격 완화, 수시모집, 홍보강화, 임대조건 변경, 리모델링 등과 같은 개선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예산정책처는 이에 대해 “장기 미임대의 근본적인 이유가 면적(평형), 노후화 등으로 인한 수요 저조라는 점을 감안할 때, 입주자격 완화 등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평가한 뒤 “장기 미임대의 원인을 면밀히 살펴 주택 공급계획 등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운영적자도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처럼 공공임대주택사업의 부실한 운영은 지속적인 손실 발생으로 이어졌다. 임대주택은 건설에 대규모의 사업비가 투입된 후 장기간에 걸쳐 시장에 공급되는데, 수요가 저조하면 손실이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LH이 예산정책처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의 경우 공공임대주택사업에 1조6610억 원이 투입됐지만 수익(매출액)은 1조462억 원에 그치면서 6148억 원(수익률 -58.8%)의 적자를 냈다. 이어 적자 규모는 △2016년 7120억 원(-62.4%) △2017년 8750억 원(-70.8%) △2018년 9848억 원(-75.5%) △2019년 1조2883억 원(-94.26%)으로 갈수록 커졌다.

특히 지난해에는 2조9931억 원이 투입됐지만 수익은 1조3491억 원에 그치면서 적자가 무려 1조5990억 원이나 발생했다. 수익률은 -114.7%로 더 나빠졌다.

예산정책처는 이에 대해 “악화되고 있는 매출 손익을 고려할 때 장기 미임대 발생 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엉터리 목표 설정이 부실의 원인

예산정책처는 이런 문제들의 발생 원인으로 공공임대주택사업의 부실한 목표 설정을 꼽았다.

국토부는 2018년 확정한 ‘제2차 장기(2013~2022년) 주거종합계회기 수정계획’을 통해 2022년까지 임대주택 재고율을 9%로 높이겠다고 목표를 세웠다.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8%)을 염두에 둔 수치였다. 이를 위해 임대주택 200만 채를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OECD 임대주택 재고율 8%가 전체 회원국(34개국)이 아닌 21개 국가의 설문결과를 통해 만들어진 수치인데다 각국의 통계자료시점도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뒤죽박죽이었다. 이들은 특정 기준에 의해 시장임대료보다 임대료가 낮은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정의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임대주택 모델과는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양적 공급에만 초점을 맞춰 사업계획을 세우면서 정책 대상자의 수요에 맞지 않는 유형의 임대주택 공급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이는 결과적으로 임대주택 공급을 통해 기대했던 정책효과를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예산정책처는 지적했다.

한편 국토부는 지난해 3월 발표한 ‘주거복지로드맵 2.0’에 따라 올해부터 2025년까지 매년 평균 14만 채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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