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문단 향해… 더 젊어진 한국문학이 간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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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산문화재단 올 번역 지원 작품… 13건 중 30대 이하 작가가 6건
2016년보다 평균 7.4세 젊어져… 보편적 소재로 세계인 공감 유발
비인기작-오래된 작품도 재조명… 순문학 위주서 번역 장르 다양화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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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부터 매년 약 2억 원 규모의 한국 문학 번역 출판 지원 사업을 해온 대산문화재단이 2일 올해 지원 대상 작품을 발표했다. 올해 재단의 지원을 받는 작품은 총 13건. 이 중 6건이 30대 이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다.

해외에 번역되는 한국 문학 작품의 작가들이 젊어지고 있다. 대산문화재단에 따르면 2016년 번역 지원작과 비교했을 때 올해 지원작 작가들의 평균 연령은 7.4세 젊어졌다. 2016년 52.7세였던 것이 45.3세로 낮아진 것. 이미 사망한 작가들은 제외한 수치다.

2016년 지원을 받았던 18건의 작품 중 30대 작가는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의 김애란(당시 36세) 한 명뿐이었다. 올해는 프랑스어와 일본어, 중국어, 베트남어로 번역되는 장편소설 ‘9번의 일’의 김혜진(38), 영어로 번역되는 시집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의 임솔아(34)와 소설집 ‘실패한 여름휴가’의 허희정(32)이 모두 30대다.

해외 시장에서 통하는 한국 작가들이 젊어진 이유는 젊은 문인들이 세계 무대에서도 공감을 살 만한 보편적인 소재를 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이 다루는 소재가 한국적 색채가 짙은 작품들에 비해 외국 독자들에게 보편적으로 수용된다는 것. 통신회사 설치 기사로 일하는 평범한 주인공이 일터에서 자신을 잃어가는 과정을 그린 ‘9번의 일’은 노동자들의 삶의 비애를 정면으로 다뤄 세계인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평을 받으며 가장 많은 언어권의 번역 지원을 받게 됐다. 우찬제 서강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은 소설 속 시공간을 서울에 둬도, 미국 뉴욕이나 독일 베를린에 둬도 어색하지 않을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중견 작가라 할지라도 대표작 위주로 해외 출판시장에 소개됐다면 지금은 비인기작, 혹은 출간된 지 오래된 작품들도 새삼 조명된다는 점이 또 다른 차이다. 한강은 소설가로 유명하지만 이번에 시집인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가 선정돼 프랑스어로 번역될 예정이다. 또 다른 지원작인 박완서의 ‘저녁의 해후’(중국어 번역), 편혜영의 ‘서쪽 숲에 갔다’(영어 번역)는 각각 출간된 지 15년, 9년이 흐른 작품들이다.

중견 작가의 오래된 작품들이 최근 들어 해외 문단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사례도 있다. 2011년 재단의 지원을 받아 영어로 번역된 하성란 소설집 ‘푸른 수염의 첫 번째 아내’(2002년)는 지난해 10월 미국 출판전문 매거진 ‘퍼블리셔스 위클리’의 올해 최고의 책 10권에 선정됐다. 장근명 대산문화재단 문화사업팀 과장은 “최근 몇 년간 한국 문학에 대한 해외 독자들의 관심이 늘면서 중견 작가들의 숨겨진 작품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한 해 100여 건의 한국 문학 번역을 지원하는 한국문학번역원도 이 같은 변화를 느끼고 있다. 번역원이 지원하는 작품 중 60% 정도는 해외 출판사가 작품을 미리 계약한 뒤 번역원에 지원을 신청하는 구조여서 해외 독자들의 관심과 선호의 변화를 더욱 기민하게 느낄 수 있다. 지원작 작가의 평균 연령은 2016년 54.8세에서 올해 51.6세로 낮아지는 추세다. 박소연 한국문학번역원 해외사업팀장은 “과거에는 순문학 위주로 번역했다면 최근에는 장르문학 등 분야도 다양해지다 보니 자연스레 작가의 연령층이 젊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한국문학#순문학#번역 장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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