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바일스 ‘기권’ 계기로 운동선수들 정신건강 ‘재조명’

  • 뉴시스
  • 입력 2021년 7월 29일 13시 07분


코멘트

타임 "운동선수도 자신이 인간임을 깨닫을 수 있다"
NYT "무거운 기대를 견디기보다 저항할 수 있는 용기 보여줘"

2020 도쿄올림픽에 가장 주목 받았던 최고 스타 가운데 한 명은 기계 체조의 ‘살아있는 전설’ 시몬 바일스(24·미국)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4관왕을 달성했던 그녀였기에 이번에는 또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줄지 세계의 관심이 쏟아졌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정신 건강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단체전 결승전을 앞두고 돌연 경기를 중도 포기한데 이어 개인전 종합 결승도 기권했다.

앞서, 그녀는 단체전 경기가 있기 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세상의 무게를 어깨에 짊어진 기분(I have the weight of the world on my shoulders at times)” 이라는 글을 올렸던 바 있다.

대중은 선수들에게 오직 금메달만을 기대한다.

바일스는 14세 때부터 대중의 관심을 받았고, 2013년 기계체조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한 이후로 모든 경기에서 한 번도 져 본 적이 없다. 모두가 역사를 만드는 그녀의 경기를 숨죽이며 지켜보며, 그녀가 미국의 승리를 가져오기를 바란다.

그러한 기대 속에서 시몬 바일스는 기대에 부응하느라 몸과 정신을 망치는 길을 택하는 대신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길을 택했다.

그녀는 기자들에게 자신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단체 체조 경기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하면서 “오늘은 마치, 당신도 알다시피, 아니요(Today it’s like, you know what, no)”라고 말했다.

바일스는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아니요(No)”라고 말함으로써 선수들도 경기를 거부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점을 일깨워줬다.

보통 체조 선수의 경우 3살 때부터 운동을 시작한다. 시몬 바일스를 포함한 수많은 운동선수들이 어려서부터 승부를 향해 매진하면서 자신이 겪었던 일에 생각하고 정리할 수 있는 휴식 시간을 갖지 못한다.

정신없이 앞만보고 달려온 승부의 세계에서 잠시 이탈한 바일스의 결정에 수많은 사람들이 지지와 찬사를 보내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운동선수는 강인해져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경기에서 우월함을 보여줘야 하며 자신의 감정과 몸이 필요로 하는 것을 무시하고 승부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만연하다”며 “바일스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성과를 보여주며 완벽을 위해 몸과 마음, 삶을 희생하는 스포츠의 아이콘이었지만 운동선수도 자신이 인간임을 깨닫을 수 있다”라며 그녀의 행동에 의의를 부여했다.

뉴욕타임즈 역시, 비슷한 논조로 “바일스는 정신 건강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경쟁에서 비껴감으로써 기대에 저항하는 것이 기대를 견디는 것보다 더 강력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며 그녀의 결정에 찬사를 보냈다.

비록 자신이 경기를 기권하면서 목표했던 미국 체조팀은 금메달이 아닌 은메달을 거머쥐었지만 바일스는 실망하지 않았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은메달을 매고 찍은 단체사진을 올리며 “여기 있는 이 소녀들이 너무 자랑스럽다. 내가 뛸 수 없을 때 그녀들은 한 발자국 더 나아갔다. 정말 감사하다”는 글을 올렸다.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펼쳐 메달을 획득하는 점을 부각하기보다 운동 선수들의 정신적·육체적 건강 상태는 어떤지 바알스의 기권을 계기로 이를 재조명하는 보도들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