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은 진보적 도시”…윤석열, ‘마이웨이’ 장기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20일 1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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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일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내 2·28민주운동 기념탑을 찾아 분향하고 있다. 뉴시스
야권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일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내 2·28민주운동 기념탑을 찾아 분향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장외 독자 행보에 집중하면서 국민의힘 입당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입당을 재촉하고 있지만 민생행보를 통한 중도층 공략에 나서면서 야권 단일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고 제3지대에 있다가 11월 국민의힘 후보 확정 뒤 최종 단일화에 나설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19일 MBN인터뷰에서 국민의힘 입당과 관련해 “꼭 그렇지는 않다. (야권 단일화는) 바깥에서 할 수도 있고 안에서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은 야권 단일화를 강조했다. 그는 “경선을 해야 한다. 저 혼자 후보로 나올 수는 없는 아니겠나”라며 “야권 단일화가 돼야 (정권) 교체가 가능하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그 단일화를 위한 경쟁을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민생 행보 등과 관련해 “정치를 시작하는 입장에서 다양한 직업군, 계층, 연령층, 지역 등에서 국민을 만나서 직접 얘기를 듣고 스킨십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정치적 유불리를 지금 따질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이처럼 국민의힘 입당에 분명하게 선을 그으면서 장기전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제3지대에서 지지층을 결집한 뒤 보수와 중도, 진보를 아우르는 ‘빅 플레이트(Big Plate‧큰 그릇)’ 구상을 통해 보수 야권의 최종 후보가 되는 전략을 펼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윤 전 총장은 20일 보수 텃밭인 대구를 방문했다. 지난달 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대구를 찾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전 총장은 이날 2‧28 민주운동 기념탑을 참배했다. 1960년 2월 28일 대구의 고교 학생들이 자유당 독재에 항거한 민주운동을 기념한 것으로 2·28 민주운동기념사업회 측과 간담회도 가졌다.

윤 전 총장은 간담회에서 “우리 사회가 보수, 진보라는 정치적 진용으로 갈려서 갈등과 대립으로 사회 발전을 가로 막고 있다”며 “대구, 경북 지역은 기득권을 수호하는 그런 식의 보수는 전혀 없고, 더 기득권을 타파하고 국민의 권리가 훨씬 중요시되고 나라 미래를 더 먼저 생각하는 리버럴하고 진보적인 도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대구 서문시장도 찾아 대구경제 살리기 간담회를 한 뒤 동산병원을 방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이어 동성로 일대 자영업자들과 만날 예정이며, 대구 창조경제 혁신센터를 찾는다.

윤 전 총장의 이날 행보는 보수 텃밭인 대구에서 보수 지지층 결집뿐만 아니라 중도를 아우르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제헌절인 지난 17일 광주를 방문해 국립5·18민주묘지와 민족민주열사묘지를 참배한 뒤 “5·18은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을 피로써 지켜낸 헌법 수호 항거”라고 말했다. 지지율 정체기를 맞은 윤 전 총장이 다른 야권 주자들과의 차별화를 통해 본격적인 중도 확장으로 반등의 기회를 노리고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왼쪽 세번째)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대변인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왼쪽 세번째)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대변인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반면 국민의힘은 윤 전 총장의 입당을 압박하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 결정으로 우리 당의 국회의원과 당원협의회 위원장들을 포함한 당원들은 자유롭게 당내 대선주자의 선거캠프에서 직책과 역할을 맡고 공표, 활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당내 인사들이 ‘당내 대선 주자’만 공개 지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지난 15일 전격 입당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이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윤 전 총장이 ‘마이웨이’ 대선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최 전 원장의 상승세가 커질 경우 유력한 대선 주자로서 정치적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전 원장은 20일 국민의힘 토론배틀 ‘나는 국대다’로 선발된 신인 대변인단과 간담회를 갖고 당 사무처 직원들과 상견례를 가졌다.

최 전 원장은 이날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상승한 것과 관련해 “새로운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뜻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며 “경선 주자 중 나이는 많지만 국민 기대처럼 새로운 정치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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