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61% 줄었는데 최저임금 5% 인상 예고…“한 마디로 생지옥”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13일 22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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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총 매출이 77만원이네요. 지난주 월요일에는 277만원이었어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36)는 12일 오후 10시경 영업을 마치고 매출 전표를 출력하며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취재팀이 이날 오후 9시 50분경 김 씨의 치킨집을 방문했을 때 손님은 없었고 김 씨와 종업원들이 매장을 정리 중이었다. 김 씨는 “평일엔 보통 30~40팀 정도가 방문했는데 오늘은 18팀뿐이었다. 한 팀당 인원도 지난주엔 3, 4명이 대부분이었는데 2명으로 줄어서 매출이 3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고 했다.

● 서울 식당 9곳 매출 42~90% 줄어


12일 수도권에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하는 ‘4단계 거리두기’ 조치가 시행되면서 자영업자들은 “지난 주에 비해 매출이 급갑했다”고 입을 모았다. 동아일보가 서울 강남과 여의도 등에 있는 식당 중 매출 공개에 동의한 9곳의 12일 매출을 지난주 월요일(5일)과 비교해보니 적게는 42%에서 최대 90%까지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오리고기 식당에서 만난 사장 공해영 씨(44)는 전날 저녁 예약 내역이 담긴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공 씨는 “어제 저녁에 예약 손님 2명과 지나가다 방문한 손님 2명을 더해 총 4명이었고, 매출은 15만원이었다”며 “지난주 월요일 저녁에는 60명이 와서 매출이 150만원이었다. 우리집 월세만 해도 1500만원인데, 오늘처럼 팔면 장사를 할수록 손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곱창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53)는 “평일 매출이 250만원에서 300만원 정도는 나오는데, 12일엔 딱 30만원 팔았다. 이 정도면 거리두기 4단계 기간 동안에는 문을 닫아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자영업자들로선 문을 닫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식당으로 낙인이 찍힐 수 있기 때문이다. 여의도의 한 지하상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수정 씨(42)는 “여의도는 최근 몇몇 식당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많이 나와서 문을 닫아두면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문이 퍼지게 돼 있다”며 “안 그래도 죽어가는 상권인데 불 꺼진 곳들이 생기면 손님 발길이 더 끊기기 때문에 우선은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서울 서초구에서 주꾸미집을 운영하는 한 점주도 “문을 닫아두면 손님들이 확진자가 나온 집으로 오해할 수 있고 영업을 재개한 뒤에도 손님들이 오기 꺼릴 수 있어 선뜻 닫기가 어렵다”고 했다.

● “최저임금까지 올라 인원 감축 고려”

자영업자들은 매출이 줄어들자 인건비 등 비용 절감 방안을 찾고 있다. 여기에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1%(440원) 오른 시간당 9160원으로 13일 결정되면서 인건비 상승을 우려하는 자영업자들이 많다.

서울 서초구의 한 편의점 점주는 “가게를 무인점포로 바꾸기 위해 가맹본부에 관련 문의를 했다. 보안에 취약할 수 있어 그동안 망설였는데 이젠 도입을 늦출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르바이트 직원들과 1년 정도 일하면서 정이 많이 들었지만 두 아들 결혼 때까지 뒷바라지 하려면 인건비를 줄이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35)도 “6명이던 직원을 12일부터 3명으로 줄었다. 정이 덜 들고 일한 지 얼마 안 된 직원들부터 내보내고 있다”며 “지난해 11월 오픈했는데 매달 2000만원씩 적자가 난다. 한 마디로 생지옥”이라고 말했다.

구직자들은 일자리가 줄어들까봐 걱정하고 있다. 서울의 한 고시원에서 주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이수현 씨(29)는 “최저임금이 올라 해고 통보를 받을까 두렵다. 사장이 연락을 할 것 같아서 휴대전화만 쳐다보고 있다”고 했다. 법학전문대학원 입학 준비를 하고 있는 이 씨는 학업과 생계를 병행하며 최근 3년간 고시원과 독서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왔는데, 최저임금이 오를 때마다 해고를 당했다고 한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한동안 일자리 시장은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달 발간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시나리오별 고용 규모’ 보고서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5% 인상 될 경우(9156원) 최대 10만4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추산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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