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부탄가스가 펑? 펜션 화재로 한밤 71명 긴급대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11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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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새벽 충남 보령시 대천해수욕장 인근 한 펜션에서 화재가 발생해 투숙객 71명이 긴급대피했다. 목격자들은 바비큐 장 인근에서 ‘꽝’하는 폭발음과 함께 순식간에 화재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자칫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이날 화재는 오전 0시 46분경 보령시 신흑동에 있는 A펜션에서 발생했다. 화재가 난 펜션은 통나무집 4개 동(9개 객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구조다. 또 주변에는 10여개 통나무 펜션이 밀집해 있어 ‘통나무 펜션 촌’이라 불리기도 한다.

화재 당시 펜션 곳곳에 설치된 야외 바비큐 장에서는 고기 등을 굽는 손님이 많았다고 한다.

투숙객은 대학생 등 대부분 젊음 층으로 9개 객실이 만실이었다. 각 객실마다 7~10명 정도 찾았으나 2㎞쯤 떨어진 대천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이었다. 더욱이 충남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토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상태여서 사적 모임 제한이 없어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았다.

경찰이 목격자 등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이날 쓰레기 분리수거장 쪽에서 ‘꽝’소리가 여러 차례 났고 불꽃이 건물로 순식간에 옮겨 붙었다고 한다. 쓰레기분리장과 나무 재질의 펜션과의 거리는 거의 붙어 있다.

폭발음이 나자 야외에 있던 투숙객들은 뒷산으로 피신했다. 일부 투숙객은 방에서 잠을 잘 무렵이었으나 폭발음이 커 대부분 금방 깨어난 뒤 서둘러 몸만 빠져나왔다고 한다.

펜션 4개동이 밀집해 있고 건물과 건물이 나무 덱으로 연결돼 있어 불길은 순식간에 확산됐으나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몸만 빠져 나온 투숙객들은 인근 펜션에서 제공한 방에서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주민들은 출동한 소방당국이 진화에 나섰으나 진입로가 좁아 불과 3, 4대의 소방차만이 진입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한 주민은 “화재가 난 펜션은 펜션촌 가장 위쪽에 위치해 있으며 소화전에서 물이 나오지 않아 펜션 수영장 물을 모두 사용했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은 “화재 발생 직전 ‘펑 펑’소리가 여러 차례 들렸다”며 “고기를 굽는 중 화재가 폭발사고가 발생했다면 크게 다친 사람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가스가 남아 있는 부탄가스를 숯 근처에 무심코 버렸거나 부탄가스 수집 통에 담배꽁초 등을 버렸을 가능성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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