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 대한 반독점법 위반소송 기각…美 빅테크 독과점 규제에 제동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29일 13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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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기업의 독과점 혐의를 수사하려던 미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움직임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워싱턴 지방법원은 28일(현지 시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12월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제기한 소송을 기각해달라는 페이스북의 요구를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제임스 보즈버그 판사는 “페이스북이 소셜미디어 업계에서 독점적 파워를 갖고 있다고 증명할 만한 충분한 사실을 제공하지 않았다”며 이 같이 판결했다.

보즈버그 판사는 “재판부가 페이스북의 주장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FTC의 제소는 법적으로 불충분하고 그래서 기각돼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한다”며 “FTC는 페이스북이 독점 기업이라는 일반적 통념에 법원이 단순히 동의할 것으로 기대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인수가 경쟁 제한 행위에 해당한다”면서 각 주정부 검찰이 제기한 소송도 “너무 많은 시간이 경과했다”는 이유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다만 재판부는 FTC가 공소장을 보완한다면 30일 이내에 다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2월 FTC와 46개 주정부들은 페이스북이 소셜 미디어업계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지면서 반독점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페이스북을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이들은 또 페이스북이 2012년 인스타그램, 2014년 왓츠앱을 차례로 인수하면서 경쟁기업을 제거하고 시장지배력을 공고히 했다면서 이들 기업을 페이스북에서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송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제기됐지만 올해 1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취임한 이후 빅테크 기업을 향한 압박은 오히려 더 거세졌다. 의회에서도 이들 기업의 시장 독점 의혹에 대해서는 민주당, 공화당이 모두 강경한 자세를 보여 왔다. 얼마 전 미 하원은 대형 정보기술(IT)기업의 독점 행위를 규제해 이들 기업의 분할까지 야기할 수 있는 패키지 법안을 내놨다.

그러나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미국의 빅테크 규제 움직임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당장 의회에서 이들의 독과점 규제를 더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이 추진될 전망이다. 미 하원 법사위원회에서 반독점 소위 공화당 간사를 맡은 켄 벅 의원은 트윗에 “오늘의 사건은 반독점법 개혁이 매우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의회는 규제당국자들이 반경쟁적인 행위를 하는 빅테크 기업을 규제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도구와 자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썼다. 최근 FTC 역대 최연소 위원장에 임명된 리나 칸(32) 위원장도 이 작업을 적극 추진할 전망이다. ‘아마존 저격수’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그는 대학 시절 “오래된 반독점법으로는 아마존 같은 공룡 기업을 규제할 수 없다”는 내용의 논문을 써서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날 결정에 대해 페이스북 측은 “오늘 결정은 정부의 소송에 결함이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사람들의 시간과 관심을 얻기 위해 매일 공정하게 경쟁을 한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이 시장을 독점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다는 FTC의 주장과 달리 항상 치열한 경쟁에 노출돼 있다는 기존의 입장을 강조한 것이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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