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아닌 신념 따른 입영거부 첫 무죄

박상준 기자 , 고도예 기자 입력 2021-06-25 03:00수정 2021-06-25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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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비폭력 신념 내면에 자리 잡혀…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로 보여”
예비군 이어 현역도 확정 판결
대법원이 종교적 이유가 아닌 개인의 신념에 따라 입영을 거부한 남성에 대해 무죄 확정 판결을 내렸다. 2018년 대법원이 종교적·개인적 신념에 의한 ‘양심적 병역 거부’가 정당하다고 판결한 취지에 따른 것이다.

24일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A 씨의 신념과 신앙이 내면 깊이 자리 잡혀 분명한 실체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법원이 올해 2월 비폭력 등 개인적인 신념에 따라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한 적은 있지만 현역병 입영을 거부한 남성의 무죄를 확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성소수자인 A 씨는 고교 시절부터 획일적인 교육과 남성성을 강요하는 또래 문화에 반감을 느꼈다. 2007년 대학에 입학한 뒤로는 선교단체에서 활동하며 전쟁과 폭력에 반대하는 집회 등에 꾸준히 참가했다. A 씨는 다양성과 평등의 가치를 강조하는 페미니즘을 접한 뒤 대학원에서 연구를 거듭하며 자신을 성소수자 페미니스트로 규정했다. A 씨는 2017년 현역병 입영통지서를 받았지만 입영을 거부해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A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지만 2심은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A 씨는 공존을 강조하는 페미니스트로서 위계로 구축된 군대 체제 및 성소수자인 자신을 생물학적 성(남성)으로 규정짓는 국가권력을 용인할 수 없다고 느꼈다”며 “소수자를 존중하는 페미니즘의 연장선상에서 비폭력주의와 반전주의를 옹호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병역을 거부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 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가 깊고 확실하기 때문에 병역거부의 정당한 이유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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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가 병역거부와 성소수자에 온건한 입장을 가진 종교단체에서 활동한 이력, 다수의 강연에 참석하며 자신의 신념에 대해 작성한 기사와 칼럼, 논문 등 45가지 서류도 증거로 인정됐다.

대법원도 2심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2018년 처음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 전원합의체 판결을 인용하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일률적으로 강제하고 형사처벌로 제재하는 것은 소수자에 대한 관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 정신에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진정한 양심을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 “내면의 양심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없으므로 간접사실, 정황사실을 통해 판단한다”고 했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입영거부#양심적 병역 거부#병역법 위반 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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