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홍의 스포트라이트]막무가내 일본과 수수방관 IOC… 시험대 오른 한국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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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올림픽에서 사용될 시상대. 비어 있는 시상대가 제대로 쓰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한국 정치권에서는 일본의 독도 표기와 관련해 올림픽 보이콧 주장도 거론되고 있다. 도쿄=AP 뉴시스
도쿄 올림픽에서 사용될 시상대. 비어 있는 시상대가 제대로 쓰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한국 정치권에서는 일본의 독도 표기와 관련해 올림픽 보이콧 주장도 거론되고 있다. 도쿄=AP 뉴시스
이원홍 전문기자
이원홍 전문기자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도쿄 올림픽 독도 문제가 한국 정부의 능력과 의지를 시험대에 올려 놓고 있다.

일본은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홈페이지에 독도를 자국 영토로 표시한 데 대해 최근 한국 정부의 항의를 받았지만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정부와 대한체육회 등은 또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이 문제에 대한 중재를 요청했지만 IOC는 수수방관하고 있을 따름이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당시 남북한이 한반도기에 독도를 표기하려 하자 일본 측의 항의를 받은 IOC가 독도 삭제를 요청했고 이에 따라 남북한은 한반도기에서 독도를 뺐다. 이에 앞서 2006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렸던 15회 아시아경기대회에서도 남북한이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했지만 독도는 빠졌다. 남북한은 당초 독도가 그려진 한반도기를 들고 갔지만 대회 조직위원회는 한반도기가 규격에 맞지 않는다며 새로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막상 남북한이 개회식 때 건네받은 한반도기에는 독도가 빠져 있었다. ‘독도 실종 사건’이다. 일본과의 외교 분쟁을 우려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더 이상 문제를 확대시키지 않았다. 이는 한국이 정치와 스포츠의 분리라는 일반적 대회 규정에 순응하며 독도 논란을 피해갔던 사례다.

이번에는 다르다. 일본이 도발적인 전략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올림픽에서 독도를 자국 영토로 포함한 지도를 사용하면 국제사회에서 이를 용인 받는 한편, 이 문제가 시끄러워질수록 한국 영토인 독도가 분쟁 지역이라는 국제사회의 인식을 이끌어내는 효과도 얻는다. 이런 일본은 끝까지 독도에 대해 자국의 입장을 철회하지 않거나 최대한 문제 해결을 늦출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일본은 한국과 동아시아를 침략할 때 사용했고 현재도 일본 군대의 깃발로 쓰이는 욱일기 문양을 올림픽 응원 도구 및 유니폼에 사용할 예정이다. 일본에서 욱일기 문양이 해뜨는 기운과 희망을 상징하는 전통 문양으로 통용된다 하더라도 그 욱일기 아래 고통 받은 이웃 국가들이 존재하는 한 평화의 상징이라는 올림픽에서 그 사용을 자제하는 것은 기본적인 예의가 아닌가. 일본은 욱일기를 올림픽에 등장시킴으로써 독도 문제와 마찬가지로 국제사회에서 그 사용을 용인 받으려 하고 있다. 올림픽 같은 큰 무대에서 욱일기가 공식 사용되면 다른 스포츠 무대에서도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이 노리는 것은 이러한 욱일기에 대한 이미지 세탁이다. 이는 곧 가해자인 자신들의 과거에 대한 세탁이다.

독도 문제로는 도발과 이슈화를, 욱일기를 통해서는 과거 세탁을 노리는 일본의 올림픽 정치 전략 앞에서 IOC는 침묵하고 있다. IOC가 거대 스폰서 기업을 거느린 일본의 눈치를 본다고밖에 해석할 수 없다.

한국은 이런 IOC에 호소하는 방법 말고는 별다른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도쿄 올림픽의 독도와 욱일기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게 벌써 2년 전인 2019년이다. 그때도 정치권과 정부의 목소리만 컸지 변한 게 없다.

당시 쿠릴열도 때문에 일본과 영토 분쟁에 휘말린 러시아 및 일본의 동아시아 침략 피해를 함께 겪은 여러 국가와의 연대, 올림픽 내 영향력 있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을 상대로 한 당위성 설득 등 여러 전략이 제시됐지만 꾸준히 진행됐는지는 의문이다. 스포츠계 또한 IOC 수뇌부를 상대로 설득 및 중재에 나설 수 있는 스포츠 외교 인재 및 능력 부족만을 확인하고 있을 뿐이다.

당장 어떻게 할 것인가. 정치권에서 올림픽 보이콧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올림픽 보이콧은 올림픽만 바라보고 온 선수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 그렇다고 그냥 참가하는 것은 굴욕적이다.

현재로선 일본과 IOC를 설득해 우리의 의사를 반영시키는 것이 최선이다. 최후의 수단으로 올림픽을 보이콧한다면 그 이전에 국민들에게 당위성을 알리고 공감을 얻어야 한다. 이때엔 선수들에 대한 보상책도 필요하다. 참가한다면 우리의 국격이 훼손되지 않는 조건과 명분이 제시되고 선행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본에 이용당한다는 비난이 선수단에 쏟아질 것이고 국민적 굴욕감 속에 정부도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현재 상황은 그냥 지나가기를 바라는 조용한 해결이 아닌 세밀한 전략과 의지의 확인을 요구하고 있다. 어떤 경우라도 목소리만 높이는 것이 아닌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이원홍 전문기자 bluesky@donga.com
#일본#ioc#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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