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학력미달’, 국영수 모두 크게 늘어

최예나 기자 , 이소정 기자 입력 2021-06-03 03:00수정 2021-06-03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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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發 기초학력 붕괴]
중3-고2 13%가 ‘수학 미달’
2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서는 중고교생들의 국어 수학 영어 기초학력 붕괴가 공식 통계로 확인됐다. 교육현장에서는 “모두가 예상했던 일인데 그간 교육부가 너무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교육부는 이날도 구체적인 학업 결손 보완 대책 없이 ‘등교 확대’ 방침만을 밝혔다. 이날 부산 양정고에서 고2 학생들이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치르는 모습. 부산=뉴스1
지난해 정부가 실시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중고교생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전년 대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기초학력 붕괴 우려가 국가 차원의 평가를 통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교육부는 2일 이 같은 내용의 ‘202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교육부는 매년 전국의 중3, 고2의 3%를 대상으로 학업성취도 평가를 실시한다. 당초 전수조사였지만 현 정부의 ‘일제고사’ 축소 방침에 따라 2017년부터 표집조사로 바뀌었다. 지난해 평가 대상 학생은 2만1179명이다.

평가 결과 중3의 국어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2019년 4.1%에서 2020년 6.4%로 늘었고, 수학은 11.8%에서 13.4%로 증가했다. 영어는 3.3%에서 7.1%로 늘었다. 고2 역시 1년 새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국어(4.0%→6.8%), 수학(9.0%→13.5%), 영어(3.6%→8.6%) 모두 증가했다. 교실 내 학생 10명 중 1명은 사실상 수업을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늘어난 만큼 중위권 이상 학생은 줄었다. 중3과 고2 모두 국영수의 보통학력(중위권) 이상 비율이 감소했다. 중3은 영어의 하락 폭이 가장 컸는데 전년 대비 8.7%포인트나 줄었다. 고2는 국어에서 가장 많이 줄었는데 7.7%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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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번에 확인된 학습 결손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2학기 전면 등교를 목표로 당장 이달부터 수도권 중학교의 등교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1년, 중3-고2 ‘영어 미달’ 2배로… 원격수업으론 역부족
국-수-영 모두 학력미달 급증


교육부의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본 교육 현장에서는 “놀랍지 않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미 현장에서는 누구나 예상했던 결과인 탓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그간 교육부는 현실을 파악하기 위한 진단조차 안 했다” “학습 결손 대책 마련에 너무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날도 ‘등교 확대’만 강조했다. 1년 6개월을 놓쳐버린 학생들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 코로나19로 학력붕괴 가속화
지난해 실시된 학업성취도 평가는 전체 중3과 고2 77만1563명 중에서도 3%(2만1179명)만 대상으로 했다. 교육부는 3%가 참여한 결과를 토대로 중3과 고2의 학업성취 수준을 추정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특히 학생들의 국어 실력 저하가 눈에 띄었다. 2019년 중3의 국어 보통학력(중위권) 이상 비율은 82.9%로 다른 과목(수학 61.3%, 영어 72.6%)에 비해 높았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국어마저 75.4%(수학 57.7%, 영어 63.9%)로 떨어졌다. 고2 역시 77.5%였던 국어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69.8%로 가장 많이 하락했다. 박정현 인천 만수북중 국어교사는 “원격수업과 유튜브 등의 영향으로 텍스트 자체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도가 떨어진다”며 “문해력이 국어뿐 아니라 전반의 학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크게 늘어난 건 영어였다.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영어 영역이 절대평가로 바뀐 뒤 학생들이 크게 영어에 공을 들이지 않는데 코로나19로 학교 공부까지 손을 놓으며 기초학력이 떨어진 것이라고 해석이 나왔다.

김혜남 서울 문일고 영어교사는 “영어가 절대평가가 된 이후 아이들이 쉬울 거라고 인식해 시간을 덜 투자한다”며 “그나마 학교에 오면 어휘 테스트도 보고 발표도 시키니까 아이들이 이해를 하는데 원격수업을 하면 그게 안 된다”고 설명했다.


1년 새 대도시와 읍면 지역 간 기초학력 미달 비율 격차도 더 벌어졌다. 중3 국어는 2019년 1.1%포인트였던 격차가 4.2%포인트로 4배 가까이 커졌다. 수학 역시 4.9%포인트에서 7.3%포인트로 격차가 확대됐다. 코로나19 유행 중에도 소규모 학교가 많은 읍면 지역은 대도시에 비해 등교수업을 많이 했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교육부는 “방과 후 보충이 부족해서”라고 추정했다. 반면, 입시업계에서는 “학교 교육의 질적 한계를 보여준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또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중고교 모든 교과에서 남학생 비율이 여학생보다 높았다.

○ ‘등교 확대’ 외 학습결손 보완책 필요
교육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다”면서도 등교 확대 방침만 거듭 강조할 뿐 ‘학력 구멍’을 메울 실질적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대신 “학습결손을 신속하게 극복하기 위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제안한 교육회복 종합방안을 적극 추진하기로 확정했다”며 “구체적 방안은 6월 말 확정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러자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비판이 쏟아졌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발표는 오늘 했어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받은 건 늦어도 4월이었을 텐데 지금껏 뭐했냐”고 꼬집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기초학력 저하 현상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있었는데 제대로 된 진단평가나 학력보충 대책도 없이 ‘교육회복 프로젝트’ 같은 허황된 광고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 지원시스템’을 구축해 2022년 9월부터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컴퓨터 기반 평가(CBT) 방식을 도입해 희망하는 모든 학교가 원하는 때, 원하는 과목을 평가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평가를 볼지 말지는 어디까지나 학교 자율”이라며 “당장의 시급한 기초학력 붕괴 문제를 진단하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 “14일부터 수도권 중학교 등교 확대”
‘기초학력 저하’ 긴급진화 나서, 학교 밀집도, 3분의1→3분의2 완화
2학기 전면등교 시동… 현장선 우려

학습 결손 해결을 위해 당장 이달부터 등교수업이 확대된다. 교육부는 2일 2학기 전면 등교 방침을 밝히며 우선 수도권 중학교의 등교수업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수도권 중학교의 등교율은 48.3%로 초등학교(67.7%)나 고등학교(67.2%)보다 낮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현재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때 학교 밀집도 기준을 전체 3분의 1에서 3분의 2로 바꾸기로 했다. 2일부터 약 2주간 준비 후 14일부터 본격 적용할 방침이다. 현재도 학교 상황에 따라 3분의 2까지 등교는 가능하다. 하지만 수도권의 대부분 중학교는 3분의 1까지만 등교 중이라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직업계고는 현장 실습 등 취업역량을 높이기 위해 1, 2단계에서 전면 등교도 가능하다.

다만 학교 현장에선 여전히 방역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서울 한 고교에서 학생 35명이 확진되는 등 학교 내 집단감염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는 “집단감염 사례는 유형별로 분석해서 학교현장에 공유하겠다”고 원론적인 대책을 내놓았다. 이에 인천의 한 중학교 교사는 “매일 등교를 해도 현재와 같은 방역 수준과 과밀학급 상황에서는 수업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떨어진 기초학력을 다시 높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기초학력 높이려면 평가부터 제대로 해야”
“일부 학생만 평가하는 현행 방식, 학력실태 파악 한계… ‘구멍’ 못메워, 국가 차원 공신력 있는 진단 필요”

“무(無)시험, 무(無)진단으로 이미 무너져가던 기초학력에 코로나19가 마지막 한 방을 날린 셈이다.”(김경회 명지대 석좌교수)

2일 교육부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발표되자, 전문가들은 교육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뿐 아니라 그 너머의 문제를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의 기초학력이 전년대비 크게 하락한 결정적 이유가 코로나19이지만, 이미 최근 수년간 한국 학생의 학력은 꾸준히 하락했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건 ‘평가의 부재’다.

진보 교육을 표방하는 현 정부와 시도교육감들은 그간 꾸준히 각종 평가를 없앴다. 크게는 국가 단위 학업성취도 평가 축소부터 작게는 시험 없는 자유학기제 확대, 초등 1·2학년 받아쓰기 금지에 이르기까지 ‘경쟁 반대’ 기조에 맞춰 다양한 시험 폐지가 이뤄졌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1986년 국가가 학생들의 학업 성취 수준을 체계적으로 진단해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다. 1997년까지 전수조사로 실시되다가 1998년 김대중 정부 때 표집 방식으로 바뀌었고, 2013년부터는 초등학생 평가가 폐지돼 중3과 고2를 대상으로만 실시됐다. 2017년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이마저도 ‘협력교육에 맞지 않는다’며 중3과 고2 전체가 아닌 3%에 대해서만 표집조사를 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당시 이 결정은 평가 실시 6일 전 이뤄져 이미 인쇄해 놓은 시험지 90만 장이 폐기되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중3 국어만 봐도 2016년 2.0%였던 기초학력 미달비율이 2017년 2.6%, 2018년 4.4%, 2020년 6.4%로 4년 새 3배 이상으로 늘었다”며 “초등학교는 시험이 아예 없고 중1은 자유학년제인데다가 중 2, 3은 절대평가니 교사도 학생도 가르치거나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없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유사 이래 학교 교육이 처음으로 중단된 코로나19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는 전체 학년에 대한 정확한 학력진단을 통해 학생들의 ‘빈 구멍’을 메워줄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백순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기초교육 측면에서 개별 교사나 학교 차원의 평가는 ‘자가진단’에 불과하다”며 “맞춤형 자율평가가 아니라 국가에서 인정하는 표준적인 방법으로 기초학력을 진단하고 그 결과를 국가가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예나 yena@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이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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