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 6·25전쟁 때 육군병원 분원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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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오신날]

옥으로 조성된 567 부처가 봉안되는 통도사 용화전.
옥으로 조성된 567 부처가 봉안되는 통도사 용화전.
16일 찾은 경남 양산시 통도사 용화전(龍華殿)에선 옥으로 조성된 부처를 봉안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곳은 1369년 고려 공민왕 때 만들어졌는데 현재의 전각은 1725년 중수된 후 1899년 수리를 거쳤다. 안에는 미륵불이 모셔져 있다.

2019년 이 불상의 복장유물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당대 고승 구하 스님(1872∼1965)이 붓글씨로 쓴 연기문(緣起文)이 나왔다. 문서에는 불상과 전각의 조성 과정뿐 아니라 당시 상황이 기록돼 있었는데, 국군 상이용사 3000여 명이 입사(入寺)한 후 퇴거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는 6·25 전쟁 당시 통도사가 육군병원 분원(分院)으로 사용됐다는 여러 증언에 대한 결정적 근거가 되었다.

“통도사와 이별한다” “停戰(정전)이 웬 말?” 등의 문구뿐 아니라 탱크와 트럭, 아이 얼굴 등 사찰과는 어울리지 않는 대광명전 벽면의 낙서들에 얽힌 궁금증도 함께 풀렸다.

미륵불은 석가모니 부처가 열반에 든 뒤 56억7000만 년이 지나면 사바세계에 출현해 중생을 구제하는 부처다. 이를 반영해 용화전에는 567개의 작은 옥 부처를 봉안한다. 통도사는 “불자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400여 부처님 조성을 위한 기금이 모였다”고 밝혔다.

통도사는 올해 6·25 전쟁 71주년을 앞두고 용화전 567 옥부처 봉안식과 더불어 전쟁으로 희생된 영혼을 위로하는 행사를 열 계획이다. 가장 많은 부상병들이 입원해 치료를 받은 옛 보광중 자리(현재 성보박물관 앞)에는 기념물이 조성될 예정이다.

주지 현문 스님은 “통도사 육군병원을 국가적으로 인정하는 작업을 국방부와 국가보훈처를 통해 추진하고 있다”며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불보사찰 통도사가 전쟁 중에는 호국불교의 역할을 기꺼이 담당했음을 제대로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산=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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