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즈음, 아이유… 20대를 추억하다

임희윤 기자 입력 2021-03-29 03:00수정 2021-03-29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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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집 앨범 ‘LILAC’ 들고 4년만에 컴백
최근 5집 ‘LILAC’을 낸 싱어송라이터 아이유. 타이틀곡 ‘라일락’은 앞서 신드롬을 일으킨 브레이브걸스, 로제를 끌어내리고 국내 주요 음원 차트 정상을 석권했다. EDAM엔터테인먼트 제공
20대 내내 모은 색연필을 모두 펼쳐놓고 한 송이 화려한 라일락을 그렸다.

가수 아이유(본명 이지은·28)가 25일 내놓은 4년 만의 정규앨범 ‘LILAC’은 아이유가 갈고 닦은 노래와 캐릭터를 화사하게 펼쳐낸 웰메이드 팝 음반이다. 4집 ‘Palette’(2017년)에서 타이틀곡(‘팔레트’)을 직접 작곡하면서 싱어송라이터로서 감각을 과시했던 아이유는 신작에서 10곡 중 2곡(‘Coin’, ‘Celebrity’)에만 공동 작곡자로 이름을 올리며 작사와 프로듀스에 몰두했다.

아이유가 5월에 피는 아찔한 향취의 꽃, 라일락을 들고나온 이유는 뭘까. 라일락의 꽃말은 첫사랑, 그리고 젊은 날의 추억이다. 첫 곡과 마지막 곡의 수미쌍관식 내러티브는 아이유가 20대의 끝자락 음반을 아름다운 이별 이야기로 은유했음을 보여준다. ‘라일락’에서 ‘비밀스런 오르골에 넣어두고서/영원히 되감을 순간이니까/우리 둘의 마지막 페이지를/잘 부탁해’라고 한 뒤, 끝 곡 ‘에필로그’에서는 ‘어찌나 바라던 결말인지요/내 맘에 아무 의문이 없어 난/이 다음으로 가요’라고 노래한다.

CD는 디자인에 따라 ‘HILAC’과 ‘BYLAC’의 두 가지 버전으로 발매됐다. EDAM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20대의 아이유가 한 많은 활동, 도전한 다양한 스타일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엄청난 야망이 느껴진다기보다 성실히 살아온 지난 시간들을 차곡차곡 담아낸 음반으로 들린다”고 말했다. 초반부에 실은 ‘라일락’과 ‘Coin’에는 1970, 80년대풍으로 넘실대는 디스코, 펑크 리듬을 탑재한 것이 눈에 띈다. 근래 두아 리파, 위켄드 등 서구권 가수가 복고적 댄스 음악을 선보여 인기를 얻은 흐름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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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화 평론가는 “‘Coin’은 베이스의 그루브가 굉장히 멋있는 곡이다. ‘Celebrity’에서 현대적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을 때로 공격적이다 싶을 정도로 사용한 부분과 대비를 이룬다. 감각적인 사운드를 대중성의 선 안에 녹여내려 노력한 것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강과 약, 진성과 가성, 속삭임과 내지름을 24단계 정도로 나눠서 한 음, 한 음 세필로 찍어 바르는 듯한 아이유의 섬세하고 능란한 가창은 이제 경지에 올랐다. 아이유의 폭발적 고음과 몽환적 합창부가 어우러지는 ‘아이와 나의 바다’는 당장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제가로 쓰여도 될 만큼 드라마틱하다. 인디 싱어송라이터 김수영, 수민과 함께 만든 ‘에필로그’에서 재즈풍의 나른한 편곡은 마치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2017년)에서 튀어나온 듯하다.

김윤하 평론가는 “아이유는 연애의 권태를 해학적으로 그리는 데 능한데 신작에서는 ‘돌림노래’의 예상치 못한 구성과 복잡한 전개가 그런 흥미 요소를 자극한다”고 말했다.

만듦새는 나무랄 데 없지만 음반을 대표하는 뾰족함이 부족해 아쉽다는 평도 있다. 김학선 평론가는 “대중적이며 트렌디한 트랙도 있고, 본인이 하고 싶은 걸 다 담은 듯하다. 종합선물세트 같은 인상이지만 앨범 한 장으로서의 응집력은 아쉽다”면서 “싱글은 부각되지만 앨범은 그리 얘기되지 않는 아이유의 디스코그래피가 그대로 이어지는 느낌이다. 가사 전달력도 아쉽다”고 말했다.

이대화 평론가는 “높은 완성도와 별개로 ‘이름에게’나 ‘스물셋’ 등 예전 히트곡들만큼 매력적인 트랙은 없다. 신선한 파격도 없다. 4집 ‘Palette’를 아이유의 결정판이라 본다면 그 이상의 새로움은 보여줄 수 없거나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이유는 다음 달 초부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브로커’ 촬영에 돌입한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아이유#서른 즈음#2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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