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국내주식 비중 확대 여부, 선거뒤로 결정 미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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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운용위 격론 끝 “다음달 결론”… 당초 ‘목표치 범위 넓힐 것’ 전망
복지부 “더 신중하자는 의견 많아”
상향땐 ‘개미표심 얻기’ 논란 예상…‘선거 앞 정치적 비판 회피’ 해석도

국민연금기금의 국내 주식 보유 비중을 확대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졌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2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회의를 열고 국민연금기금 목표 비중 유지 규칙(리밸런싱) 검토안을 심의했다. 국내 주식의 보유 비율을 늘릴지를 검토하는 것이다. 회의는 3시간 넘게 진행됐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끝났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은 “검토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많이 있었지만 시기나 규모, 조정 정도에 대해선 여러 위원이 다양한 의견을 밝혔다”며 “조금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아 다음 기금위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회의는 4·7 재·보궐선거 이후인 4월 말 열릴 예정이다.

회의에 참석한 위원 A 씨는 “국내 주식 보유 비율을 높이자는 방향성 자체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었다”면서도 “단, 허용 범위를 몇 퍼센트로 늘릴지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다수결로 결론을 내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상당수 위원은 이 같은 방식으로 정책을 정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은 자산별로 정해진 목표 비중에 맞춰 자금을 운용한다. 이때 ‘전략적 자산 배분’에 따라 일정 범위까지는 자산을 더 많이 갖거나 덜 보유할 수 있다. 현재 전략적 자산 배분 허용 범위는 ±2%포인트로, 국민연금이 보유할 수 있는 국내 주식 비중은 14.8∼18.8%(올해 말 목표치 기준)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 12월 말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보유 비중은 21.2%로 허용 범위를 2.4%포인트 넘어섰다. 그만큼 주식 매도 압력이 커진 것이다.

국민연금이 주축인 연기금은 26일에도 유가증권시장에서만 530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올해 들어서 내다 판 금액은 모두 15조5000억 원이다. 김다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연기금 누적 순매도 금액과 가격 변동분을 감안하면 비중 조절을 위한 연간 추가 매도 금액은 3조∼5조 원 내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민연금 적립금 중 국내 주식의 비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리밸런싱을 검토해 왔다. 단, 현재 16.8%인 보유량 목표치 자체는 유지하되, 전략적 허용 범위를 ±3∼3.5%포인트로 늘리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 이렇게 하면 국민연금이 보유할 수 있는 국내 주식 비중은 최대 20.3%로 늘어나게 된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국내 주식 보유 한도 조정에 나선 것이 재·보선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보유 비중을 맞추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51일 연속 순매도에 나서자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주가 조정의 주범”이라며 불만을 터뜨려 왔기 때문이다. 선거까지 2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리밸런싱을 단행할 경우 “‘동학 개미’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국민의 노후자금을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회의 과정에서 정치적인 계산이나 선거 일정에 대한 고려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지운 easy@donga.com·이상환·서동일 기자
#국민연금#국내주식 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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