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개막식에 ‘女연예인 돼지 분장’…또 여성비하 논란

도쿄=박형준 특파원 , 도쿄=김범석 특파원 입력 2021-03-18 20:35수정 2021-03-18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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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의 여성비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12일 여성멸시 발언으로 모시 요리로(森喜朗) 당시 조직위원장 겸 전 총리가 사퇴했고, 18일에는 개·폐막식 총괄책임자 사사키 히로시(67)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1년 전 통통한 체구의 여성 연예인을 돼지로 분장시켜 개막식에 등장시키려 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물러났다. 유명 광고인인 사사키 디렉터는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 폐막식 때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총리가 일본을 대표하는 게임 캐릭터 ‘슈퍼 마리오’로 분장해 깜짝 등장토록 하는 연출을 지휘했다.

17일 시사주간지 슈칸분슌에 따르면 사사키 디렉터는 지난해 3월 관계자들과 단체 채팅방에서 올림픽 개막식 안을 토론하면서 여성 탤런트 겸 개그우먼 와타나베 나오미(34) 씨를 돼지로 분장시키자는 안을 내놨다. 당시 그는 ‘하늘에서 내려온다, 오린핏그=와타나베 나오미 씨’란 글을 적었다. 오린핏그는 ‘올림픽+피그(Pig·돼지)’란 뜻이다. 일본어로 올림픽이 ‘오린핏쿠’로 발음돼 끝부분이 ‘피그’와 비슷하고 와타나베가 키 158㎝, 체중 107㎏이어서 이런 아이디어를 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당시 현장에서 여성은 물론 남성 스태프도 “여성을 돼지에 비유하다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현기증이 날 만큼 위험하다”며 반대하자 사사키 디렉터는 즉시 아이디어를 철회했다. 하지만 1년이 흐른 지금 슈칸분슌 보도로 이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고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사사키 디렉터는 18일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내 생각과 발언 내용에 매우 부적절한 표현이 있었다. 하시모토 세이코(橋本聖子) 올림픽 조직위원장에게 사의를 전했다”도 밝혔다.

하시모토 위원장은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나도 충격을 받았다. 사의를 받아들인다”며 “올림픽까지 앞으로 4개월 남았으므로 후임 선출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조직위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도 이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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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키 디렉터가 사퇴했지만 파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마루카와 다마요(丸川珠代) 올림픽담당상은 이날 “완전히 부적절하고 있어서는 안 되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 역시 “매우 부끄럽다. 개·폐막식은 세계를 향해 도쿄가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인데 부정적인 발언을 했다”고 질타했다. 당사자인 와타나베는 소속사를 통해 “솔직히 놀랐지만 나는 이 체형으로도 행복하다. 지금까지 그랬듯 뚱뚱한 것에 신경 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성화 봉송 준비 역시 순조롭지 않다. 조직위원회는 10년 전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났던 후쿠시마현의 축구 시설인 ‘제이(J) 빌리지’에서 25일 성화봉송 출발식을 개최하기로 했다. 당초 여성 축구 국가대표팀 ‘나데시코 저팬’ 선수 중 한 명이 첫 주자라고 밝혔지만 첫 주자로 거론됐던 가와스미 나오미(川澄奈穗美) 선수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고 있어 포기하겠다”고 밝혀 김이 샜다.

17일에는 3, 4번째 주자로 내정됐던 배우 가가와 데루유키(香川照之), 일본 마라톤 기록 보유자 오사코 스구루(大迫傑) 선수 역시 비슷한 이유로 포기 의사를 밝혔다. 결국 조직위는 일반 관중 없이 성화 봉송식을 열기로 했다. 당초 참석이 에상됐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 역시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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