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절반 ‘통 큰 기부’ 약속한 김봉진·김범수…“롤모델은 빌 게이츠”

  • 뉴스1
  • 입력 2021년 3월 16일 15시 12분


코멘트
(왼쪽부터)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김범수 카카오 의장 © 뉴스1
(왼쪽부터)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김범수 카카오 의장 © 뉴스1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에 이어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16일 세계적인 자발적 기부 운동 ‘더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의 220번째 기부자에 이름을 올렸다.

소위 ‘흙수저’ 출신으로 자수성가해 오늘날의 IT산업을 이끌고 있는 두 사람은 재산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하며, 롤모델로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를 지목했다. 빌게이츠는 어쩌다 ‘창업가들의 창업가’로 자리매김했을까.

◇“많은 것을 받은 사람은 보다 많은 것을 베풀 의무가 요구된다”

빌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를 경영하던 시절 악명높은 기업가였다. 그가 회사 이익에만 관심이 있다는 의미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S를 달러($)로 표기한 ‘MICRO$OFT’라는 표현까지 있었다.

그러나 지난 2008년 회사를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고 물러난 그는 세계 최대 자선단체를 이끄는 수장으로 변모해 전 세계적인 존경을 받고있다.

빌 게이츠는 오랜 시간 자신의 롤모델로 부모님(윌리엄 H. 게이츠 시니어, 메리 맥스웰 게이츠)을 꼽았다. 게이츠의 부모는 자녀에게 ‘돈을 많이 버는 부자보다는 사회에 도움이 돼야한다’고 강조했는데, 그들 스스로도 다양한 사회활동에 솔선수범하며 자녀의 본보기가 됐다.

특히 빌 게이츠의 어머니 메리 게이츠는 지난 1983년에는 자선단체 연합기관 유나이티드웨이의 최초 여성의장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러한 영향을 받아 빌 게이츠의 누나인 크리스티와 여동생 리비 역시 다양한 자선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빌 게이츠는 지난 2007년 하버드대학 졸업식 축사에서 자신이 어머니를 통해 자선사업에 관심을 갖게 됐음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어머니는 항상 타인을 위해 베풀라고 강조하셨다. 아내 멀린다와 결혼식이 열리기 며칠 전 암 투병중인 어머니께서 ‘많은 것을 받은 사람에게는 보다 많은 것을 베풀 의무가 요구된다’라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전 세계 부호의 나눔 선언인 ‘더기빙플레지’도 받은 만큼 베풀어야 한다는 자신의 철학에 따른 결정이었다. 빌 게이츠는 아내 멀린다 게이츠, 워런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함께 지난 2010년 자발적 기부 운동 ‘더기빙플레지’를 출범했다.

기빙 플레지는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회원 간의 도덕적 약속과 세계인을 상대로 한 선언의 형태로 이뤄진다. 회원들은 본인의 관심사와 해결하고 싶은 이슈에 따라 향후 국내외 적합한 자선단체나 비영리단체를 찾아 자유롭게 기부함으로써 선언을 이행할 수 있다.

현재 25개국 220명(부부·가족 등 공동명의는 1명으로 산정)이 기빙 플레지를 통해 기부 선언을 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영화 스타워즈를 제작한 조지 루카스 감독, 오라클 창업자인 래리 앨리슨 회장,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등이 참여했다. 더기빙플레지 회원의 약 75%는 빈손으로 시작해 부를 일군 자수성가형 억만장자들이다.

더기빙플레지에 한국 국적으로 이름을 올린건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창업자 부부(김봉진, 설보미)와 김범수 카카오 의장 부부(김범수, 형미선) 뿐이다.

◇김봉진·김범수 “나도 빌 게이츠처럼 되고 싶단 꿈 있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과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국내 스타트업 창업가 및 1세대 벤처기업가로 ‘살아있는 전설’인 빌게이츠의 성공신화를 지켜본 세대다. 이들이 사는 동안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공언한 뒤, 빌게이츠를 공통적으로 언급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김 의장은 지난 2월 더기빙플레지 선언문을 통해 “존 롤스의 말처럼 ‘최소 수혜자 최우선 배려의 원칙’에 따라 그 부를 나눌 때 그 가치는 더욱 빛난다고 생각한다”며 “2017년 페이스북을 통해 100억원을 3년 안에 환원하겠다는 기부 서약을 하고 그 약속을 지켰고, 이는 지금까지 우리 인생의 최고의 결정이었다고 생각하며 이제 더 큰 환원을 결정하려 한다”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10년 전 창업 초기 20명도 안 되던 작은 회사를 운영할 때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의 기사를 보면서 만약 성공한다면 더기빙플레지 선언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꿈꾸었는데 오늘 선언을 하게 된 것이 무척 감격스럽다”며 “제가 꾸었던 꿈이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도전하는 수많은 창업자들의 꿈이 된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지난달 열린 사내 임직원 간담회 ‘브라이언톡 애프터’에서 자신의 롤 모델이 빌 게이츠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김 의장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운영체제(OS)를 만들겠다는 사진을 보고 나도 창업을 해야겠다고 처음 생각했고, 게이츠가 재단을 만드는 걸 보면서 ‘기업가도 재단을 만들 수 있구나’하는 생각을 해 벤치마킹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IT 기업인은 기본적으로 더기빙플레지 서약을 하는 게 문화처럼 실리콘밸리에 퍼져있다. 이게 잘하면 한국으로 퍼질 수 있는 환경이라고 생각했다”며 “(이번 기부는) 제가 선한 일, 착한 일을 하기보다는 우리보다 앞서 있는 실리콘밸리를 보니까 기부 이런게 자연스러운 문화가 됐고 ‘저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해서 하게 된 것이다. (기부는) 재벌과 달리 자수성가해서 자녀에게 기업을 물려줄 의향이 없는 IT업계 사람들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돈이 안되고, 돈을 써서 사회 문제를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며 “‘창조적 자본주의’라는 빌 게이츠 말처럼 우리도 우리만의 방식으로 꽤 괜찮게 풀 만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어젠다를 찾아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기부서약도 빌 게이츠 재단에서 만들거고 기빙 플레지에서 하는 건데 미국 IT 기업은 기본적으로 서약하는 게 약간의 문화처럼 실리콘밸리에 퍼져있다. 이게 잘하면 대한민국도 퍼질 수 있는 환경, 촉진시킬 수 있는 환경, 부과효과다. 거기까지 가보면 어떨까 그런 느낌으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지는 재산 환원 발표 릴레이에 IT 업계 한 관계자는 “IT업계를 대표하는 두 수장의 재산환원 약속으로 더기빙플레지에 참여하는 국내 자수성가형 인물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며 “김범수 의장과 김봉진 의장이 ‘빌게이츠’를 보고 사업가의 꿈을 키우고 기부의 꿈을 이뤘듯이, 후배 창업자들이 두 의장을 바라보며 꿈꾸고 나눌 줄 아는 문화가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역설했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