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도 놀란 애크먼의 통큰 기부…1.5조원 쿠팡주식 자선단체에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6일 13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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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의 헤지펀드 거물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탈 회장(55)이 최근 뉴욕 증시에 상장한 쿠팡의 보유 지분 2650만주를 모두 자선 사업을 위해 기부하기로 했다. 약 1조5000억 원에 이르는 거액이다.

애크먼 회장은 15일(현지 시간) 트윗에서 “쿠팡의 믿을 수 없는 성공의 결과로 2650만주는 인류를 이롭게 하는 데 쓰일 것”이라며 자신의 주식을 모두 퍼싱스퀘어재단 등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썼다.

그는 “나는 쿠팡의 매우 운이 좋은 초기 투자자”라면서 “Bom(김범석 이사회 의장)과 쿠팡의 팀에게 우리 모두를 대신해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퍼싱스퀘어재단은 경제 발전과 교육, 의료, 인권, 예술, 도시개발 분야의 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애크먼 회장 본인이 2006년 설립한 재단이다.

이날 애크먼 회장이 기부한 주식은 현재 쿠팡 한 주를 50달러 선으로 계산하면 13억2500만 달러(약 1조5000억 원) 가량에 이르는 규모다. 쿠팡의 주식 가치가 이번 상장 이후 급격히 불어나면서 그는 막대한 차익을 얻었는데 이를 모두 기부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애크먼 회장이 쿠팡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은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그 규모가 얼마인지는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었다. 애크먼 회장의 순자산이 포브스 기준 30억 달러 선인 것을 감안하면 자기 재산의 상당히 많은 부분을 내놓기로 한 결정으로 월가에서도 그의 기부 결정을 듣고 매우 놀라워하는 분위기다.



애크먼 회장은 ‘리틀 버핏’으로 불릴 만큼 헤지펀드계에서 알아주는 거물급 인사로 통한다. 뉴욕 출신으로 부동산금융회사를 운영하는 아버지에게 자라난 그는 하버드대를 나온 뒤 1992년 동창들과 함께 ‘고담 파트너스’라는 투자회사를 설립하면서 월가에 뛰어들었다. 돈 냄새를 기가 막히게 잘 맡는다는 평가를 들으며 승승장구를 해온 애크먼 회장은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면서 실적이 안 좋은 기업의 경영진들을 무섭게 몰아세운 적도 많았다.

이런 냉정한 이미지와는 별개로 그는 자선사업에도 큰 관심을 기울이면서 남에게 베푸는 활동을 해왔다. 애크먼 회장은 워런 버핏과 빌·멜린다 게이츠 부부가 시작한 ‘기빙 플레지(Giving Pledge)’에 2012년 동참하면서 전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당시 애크먼 회장은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는 베푸는 것의 중요성을 알려주셨다”며 “이 가르침이 내 안에 남아있으며 처음에 돈을 벌었을 때도 나는 일부를 기부했다”고 밝혔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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