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 4번 대신 ‘더 큰 2번’ 찾는 安, 선거전략 180도 선회?

  • 뉴시스
  • 입력 2021년 3월 15일 13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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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김종인 비대위원장에 회동 타진
기호 문제 논쟁 대신 "더 큰 2번" 연일 강조
'윤석열 교감' 언급도 잦아…보수·중도 겨냥
오세훈에 쏠린 국민의힘 지지층 결집 분산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최근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회동을 추진한 사실이 알려진 데 이어 공개석상에서 사실상 ‘기호2번’을 강조하고 나선 배경에는 국민의힘 지지층을 흡수하고 한 ‘정치 셈법’이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당내 경선에서 선출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국민의힘의 전통 당원인 보수 지지층을 기반으로 중도확장성까지 겸비해 중원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며 일부 여론조사에선 역전하자, 안 후보가 자신에게 불리한 판세를 뒤집기 위해 여론전에 나섰다는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민의힘과 범야권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더라도 입당은 물론 기호2번(국민의힘) 대신 기호4번(국민의당) 출마를 고수하며 국민의힘과 오히려 거리를 뒀던 것과 비교하면 180도 다른 모습이다.

단일 후보를 결정하는 여론조사 날짜가 임박해지자 안 후보가 김종인 위원장에 회동을 타진하며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과시하려 한 점이나, “단일화 후보 자체가 2번 후보”라며 지난 주말부터 의도적으로 ‘기호2번’을 언급하기 시작한 것도 오 후보가 독점한 제1야당 효과를 희석시키려는 의도 아니냐는 지적이다.

마찬가지로 “2번, 4번이 아닌 2번과 4번을 합하여 더 큰 2번, 더 큰 야당을 만들어내는 것이 단일화의 목적이고 취지”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기호 논쟁을 하면 할수록 국민의힘 지지층 결집만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이 문제에 관해선 더이상 논란을 키우지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안 후보는 15일 당 회의에서도 “제가 야권 단일후보가 되어 승리하면, 야권의 지지층이 20, 30대, 중도층, 무당층까지 넓혀질 것”이라며 “저는 범야권의 유력 주자를 포함하여 모든 분들이 하나가 되는 야권의 대통합을 이루어 더 큰 2번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 같은 미묘한 전술 변화는 단일화 경쟁에서 여론전을 위한 가용수단인 당 조직만 놓고 볼 때 국민의당이 국민의힘보다 절대 열세라는 사실을 안 후보가 직시했기 때문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조직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경쟁력이 중요하다”고 안 후보가 강조하고 나선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안 후보는 “개인의 경쟁력과 조직이 결합해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며 “안철수를 선택하시는 것이 더 큰 국민의힘을 만드는 길이자, 국민의힘을 정권교체의 중심에 설 수 있게 만드는 길”이라고 했다. “네 당, 내 당 안 가리고 시장 선거 승리는 물론이고 대선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야권 후보에 대한 ‘전략적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지금의 정치 환경과 구도가 명쾌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는 발언도 당을 떠나 인물을 보고 투표해달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참모들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안 대표가 국민의당과 국민의힘 양당 간의 합당 차원을 넘어 범야권 전체의 대통합을 주장하는 것은 제3지대와 제1야당이 서로 다른 존재가 아닌 한 몸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중도와 보수가 하나가 되는 대통합을 강조한 것”이라며 “안 대표의 이러한 충정에도 불구하고 일부 어리석은 인사들이 제3지대와 제1야당을 분리하며 안철수 후보와 국민의힘 지지층을 떼어 놓으려는 분열적 행동을 보이는 것은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안 후보가 최근 반문(反文) 진영에서 몸값이 높아진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간접적인 ‘교감’을 외부에 알린 배경도 관심이다. 안 후보가 단일화 후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내년 대선에서 윤 전 총장과 함께 하는 야권연대의 구심점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것도 단일화 경선에선 득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야권의 소중한 자산인 윤석열 총장께서 정치를 하겠다고 결심을 했을 때 저는 그분이 실수하지 않고 정치권에 안착하고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며 “단일화에 대한 국민의 염원과 지지를 선거 후에 윤석열 총장을 포함하는 더 큰 2번으로 만들어 국민의 기대에 보답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윤 총장을 지지하는 세력이 보수 성향의 국민의힘 당원과 상당 부분 겹친다는 점에서 안 후보가 ‘윤석열 메시지’를 낼수록 오 후보에게 쏠린 야권 지지층의 관심을 분산시킬 가능성도 있다. 안 후보가 이를 염두에 두고 윤 전 총장에게 상대적으로 신중모드로 접근하고 있는 국민의힘보다 앞서 ‘윤석열 효과’를 선점하려 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윤 전 총장을 포함한 ‘정권교체가 가능한 더 큰 2번’을 만들겠다고 한 안 후보의 발언에 대해 김종인 위원장은 국회에서 “나는 그 사람이 윤석열 전 총장하고 어떤 교감을 했는지 모르지만 내가 보기엔 아무런 교감 없이 단일화 막판에 불리한 여건에 처하니까 자기 나름대로 힘을 좀 발휘해 보려고 그런 얘기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평가절하했다.

경쟁 상대인 오세훈 후보도 날 선 발언을 쏟아내며 견제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오 후보는 이날 당 회의에서 “만약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되고 거기에 더해서 당 외곽의 유력 대권주자가 결합하는 형태가 되면, 내년 대선은 야권이 분열된 형태로 치러지는 최악의 대선이 될 수도 있다, 이 점을 깊이 우려한다”며 “한 번 더 깊이 생각해보면, 만약 안철수 후보가 시장이 되고 거기에 당 외곽의 다른 유력주자가 결합하는 형태가 된다면 야권은 100% 분열되는 것이고 국민의힘이 거기에 동조할 상황이 안 되기 때문에 다시 한번 험난한 단일화 과정을 거쳐야 정권을 탈환해올 수 있는 그런 어려운 지형을 스스로 만드는 셈이 된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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