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신현수와 결별…문대통령, 검찰개혁 속도 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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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3월 5일 0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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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4일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후임으로 김진국 감사원 감사위원을 임명했다. 이날 김진국(오른쪽) 신임 민정수석과 신현수 전 수석이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인사말을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1.3.4 © News1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후임으로 김진국 감사원 감사위원을 임명했다. 이날 김진국(오른쪽) 신임 민정수석과 신현수 전 수석이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인사말을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1.3.4 © News1
문재인 대통령이 75분만에 여권의 검찰개혁에 저항해 온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의를 전격 수용하고, 검찰과의 소통을 위해 발탁한 신현수 민정수석의 사표도 수리하면서 검찰개혁에 다시 속도를 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때 문 대통령이 ‘속도조절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관측이 등장하면서 여권이 추진하고 있는 검찰개혁이 늦춰질 것이란 예상도 나왔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첫 검찰 출신이었던 신 수석의 후임에 비검찰 출신의 김진국 감사위원을 민정수석으로 임명한 것은 임기 막바지 검찰·권력기관 개혁 수행을 위해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5일 청와대에 따르면,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전날(4일) 윤 총장이 사의를 표한지 75분후인 오후 3시15분쯤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는 짤막한 입장만 밝혔다.

앞서 윤 총장은 같은날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직접 작성한 입장문을 통해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75분만에 전격 수용한 것이다.

청와대는 단 한 문장의 공식 브리핑으로 문 대통령의 사의 수용 입장을 알리면서 그 외에 어떠한 설명도 덧붙이지 않았다. 사실상 윤 총장의 행위가 정치 행위와 다를 바 없다는 청와대의 불쾌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법무부에 사표가 접수됐고 사표 수리와 관련된 절차는 앞으로 행정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차기 검찰총장 인사에 대해서는 “법에 정해진 관련 절차 밟아서 진행될 것”이라고만 말했다.

윤 총장 사의 수용 발표 이후 청와대는 오후 4시쯤 지난달 검찰 고위급 인사 과정에서 박범계 법무부장관과 갈등을 빚었던 신 수석의 사표 수리 사실도 알렸다. 후임에는 민변 부회장을 역임한 김진국 감사위원이 임명됐다.

신 수석은 지난해 12월 임명된 문재인 정부 최초의 검찰 출신 민정수석이다. 발탁 당시 검찰과의 관계 개선을 원하는 문 대통령의 의중이 담긴 인사로 해석됐다.

하지만 신 수석은 지난달 검찰 고위급 인사를 두고 윤 총장 입장을 대변하며 박 장관과 갈등을 빚었고 사의파동까지 불거졌다. 신 수석이 사의를 접지 않으면서 문 대통령은 신 수석의 거취를 두고 장고를 이어왔지만, 윤 총장까지 사퇴한 마당에 교체를 미룰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사표를 수리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관심은 여권이 주도해온 검찰개혁에 속도가 붙을지 여부다. 그간 신 수석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추진을 통한 ‘검수완박’(검찰의 직접 수사권 완전 박탈)에 부정적 견해를 보여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도 박 장관에게 ‘수사권 조정 안착이 우선’이라는 메시지를 주문해 ‘속도조절론’에 힘을 실은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하지만 중수청 신설에 부정적 입장이었던 신 수석과 윤 총장의 사퇴를 계기로 문 대통령의 기류 변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임기 막바지 검찰개혁 완수를 위해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중수청 신설에 속도를 더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비검찰 출신의 김 신임 수석을 기용한 것도 강력한 검찰개혁 드라이브를 완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란 분석이다.

김 신임 수석은 1963년생으로 노동·인권 변호사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부회장을 역임했다. 특히 노무현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법무비서관으로 근무하며 문 대통령과 함께 일했다. 당시 법무·검찰 관련 업무를 담당하며 사법 개혁을 추진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도 김 신임 수석에 대해 “국정철학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사회적 갈등 조정에 관한 풍부한 법조계 경력, 소통하는 온화한 성품을 바탕으로 법무·검찰 개혁 및 권력기관 개혁을 안정적으로 완수하고, 끝까지 공직사회의 기강을 확립할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김 신임 수석은 “엄중한 시기에 중책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라며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지만, 맡은바 소임을 최선을 다해 수행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어 “주변도 두루두루 살펴보도록 하겠다”라며 “앞으로 여러 가지로 잘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민주당 등 여권은 윤 총장 사퇴 이후 검찰개혁을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여당 강경파 의원들은 문 대통령의 ‘속도조절론’ 논란 이후에도 구체적으로 중수청 설치법의 ‘3월 발의, 6월 국회 통과’ 등 시간표를 재확인하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윤 총장 사퇴가 민주당의 검찰개혁 행보에 영향을 미치겠느냐’라는 질문에 “검찰개혁은 흔들림 없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 대변인도 SNS에 “윤 총장의 진정성은 검찰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정치 행보에 있었던 것”이라며 “(윤 총장이) 자신의 사퇴로 중수청 논의를 중단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듯하다. 아전인수격 논리다. 오히려 정반대”라고 일갈했다.

다만, 4월 재보선을 앞두고 중수청 신설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하는 것은 여권으로선 부담인 만큼 속도조절이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적지 않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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