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공급 불안속 폐기물량 최소화 부심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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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아스트라 1병당 10명, 화이자 6명… 6시간내 다 못맞히면 남은 건 폐기
백신물량에 맞춰 인원 미리 조정… ‘접종 노쇼’땐 예약 순서 당기기로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75만 명분의 접종이 26일 시작된다. 3분기(7∼9월)였던 미국 화이자 백신 공급 시기도 당겨지면서 4월 중 접종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상당수 물량의 백신은 아직도 정확한 공급 시기를 알 수 없다. 그만큼 전 세계적으로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 전문가들이 ‘낭비 없는 접종’을 강조하는 이유다.

보통 백신은 한 바이알(vial·약병)에 1회분 접종량이 담겨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은 한 바이알에 여러 회 맞을 접종량이 들어 있다. 코로나19 대응이 시급하다 보니 대량 생산과 접종을 위해 대용량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아스트라제네카와 모더나에는 한 바이알에 10회분, 화이자에는 6회분이 담겼다.

이 때문에 접종 방식이 까다로워졌다. 우선 한번 개봉한 백신은 6시간 이내에 모두 사용해야 한다. 시간을 넘기면 남은 백신은 무조건 폐기해야 한다. 예컨대 A요양병원에서 6명만 접종받았다면 남은 4명분은 버릴 수밖에 없다. 16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초기 접종이 실시될 요양병원과 시설은 전국적으로 5873곳에 달한다. 만약 1곳당 4명분만 남아도 2만 명분 이상이 폐기 대상이 된다.

백신이 남아도 의료진 재량으로 후순위 대상자에게 접종하는 건 불가능하다. 자칫 ‘새치기’ 접종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실제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접종하고 남은 물량을 가족이나 지인, 다른 대기자에게 임의 접종해 문제가 됐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모든 백신의 사용 내역을 전산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의료기관별 공급 물량과 접종자를 모두 전산으로 확인할 예정”이라며 “폐기 물량도 유통업체를 통해 회수하고 실제 잔량이 전산상 숫자랑 맞는지도 비교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예약 후 나타나지 않는 ‘노쇼(no show)’나 접종 전 건강상의 문제로 맞을 수 없게 된 사람이 발생했을 때도 백신 폐기가 불가피하다. 앞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15일 2, 3월 접종 계획을 발표하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폐기량을 관리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백신 낭비를 해결할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요양병원이나 시설 등 방문 접종을 하는 곳에서는 백신 용량에 딱 떨어지게 접종 인원을 맞추고 나머지 인원은 보건소 등 다른 접종 기관으로 몰아서 접종하는 안을 논의 중이다.

민간 의료기관에서는 노쇼가 가장 큰 고민이다. 정부는 사전 예약과 문진, 알림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그래도 미접종자가 나오면 일단 다음 순서 예약자를 먼저 접종하고, 지자체 등에 연락해 다음 날 접종자의 순서를 앞당길 방침이다. 3분기에 일반인 접종이 본격 시작되면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처럼 연령대별로 기간을 나눌 수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대상을 구분해 접종 기간을 설정해 놓으면 물량 공급과 회수 관리가 용이해 폐기 물량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지 image@donga.com·유근형 기자
#백신공급#불안#폐기물량#최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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